기후위기 시대의 도로 지하화 [유레카]

박기용 기자 2024. 4. 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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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 지하화 공약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정치바람'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 696명의 공약을 전수조사했더니, 181명이 도로·철도의 지하화를 공약했다.

이렇게 약속한 도로·철도 지하화에 최대 103조원이 든다는 계산도 있다.

지하화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건 철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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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 지하화 공약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정치바람’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 696명의 공약을 전수조사했더니, 181명이 도로·철도의 지하화를 공약했다. 거대 양당이 경쟁적으로 서울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약속한 도로·철도 지하화에 최대 103조원이 든다는 계산도 있다. 반면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 같은 차 없는 시민을 위한 교통정책이나 도시계획은 일부 후보만 언급했다. 그나마 청년패스, 케이(K)패스 같은 교통비 지원 정책이었다.

지하 도로는 지상에 비해 건설 비용이 많이 든다. 상부를 활용할 수 있지만 혜택이 주변에만 돌아간다. 개통 초기 차량 흐름이 원활해지지만 이후 차량 수요가 늘어 혼잡과 주차난이 더 심각해진다. 도로 신설과 확장을 따지는 현행 편익 산정 체계는 지상 도로에만 해당하는데, 그만큼 지하 도로 효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셈이다. 지하화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건 철도도 마찬가지다. 상부를 민간에 매각하는 재원 조달 방안이 있지만, 길고 좁은 부지 특성상 여의치 않다. 그래서 주로 공원으로 쓸 뿐, 세계적으로 기존 철도를 대규모로 지하화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철도가 발달한 영국이나 일본도 굳이 지하화하지 않는다.

이런 막대한 돈은 도로에 쓸 게 아니라 대중교통에 써야 한다. 문제는 도로가 아닌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지난해 도심에서 1천개의 주차장을 없앴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 2월 스포츠실용차(SUV)의 도심 주차 요금을 3배로 올렸다. 시간당 2만6천원꼴이다. 서울 ‘기후동행카드’(한달 6만5천원)의 본보기인 독일의 ‘9유로(1만2천원) 티켓’은 유류세 감면 혜택이 자동차 소유주에게만 돌아간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해마다 유류세로 걷힌 교통·에너지·환경세 11조원에서 6조원가량을 활용해 무상 교통이나 다름없는 ‘1만원 교통패스’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1만원 교통패스연대)

기후위기 시대다. 각자 쓰는 건 필요한 한도에서 절제하고, 모두가 함께 쓰는 건 누구나 편리하게 누리게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탈성장론자인 마티아스 슈멜처가 미래 사회 규범으로 제안한 ‘사적 충분성’과 ‘공적 풍요로움’이 그런 접근이다. 선심성 공약이 아닌 탄소중립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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