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입대냐, 면제냐’…‘제비뽑기’에 묻는 태국
[앵커]
특파원 현장, 오늘은 태국으로 가 봅니다.
태국도 우리처럼 병역이 의무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군 면제 여부를 건강 상태가 아닌, 제비뽑기 한 번으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방콕 정윤섭 특파원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정 특파원, 태국에선 군 입대를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이벤트가 해마다 4월 열린다는데 직접 취재한 현장 분위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취재진이 찾은 곳은 태국 빠툼타니 주의 람룩카라는, 우리로 말하면 군 단위에 해당하는 곳인데, 바로 현장부터 보겠습니다.
["검정! 검정! 검정! 검정!"]
한 야외 강당에 태국의 젊은 청년들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여 있습니다.
조금 전 들으신 응원 구호 같은 태국어는 담, 우리 말로 검정이란 뜻인데요.
청년들이 한 명씩 용기에 든 종이를 뽑습니다.
이때, 검은색이 나오면 군 입대가 면제된다는 거고, 빨간색이 나오면 군 입대가 확정되는 겁니다.
현장에서 만난 군 입대 면제 청년과 그리고 군입대가 결정된 청년의 어머니 말을 차례로 들어보시죠.
[수와팟 시라신팟/'군 면제' 확정 : "오직 검정 하나만 생각했죠. 검정, 검정, 검정 이렇게요. 마침내 검정을 뽑았고, 이제 안심이 됩니다."]
[위사 숙사라디/'군 입대' 청년 어머니 : "솔직히 아들이 검정(면제)을 뽑길 원했죠. 검정, 검정, 검정만 되라고 기도했고요. 빨강(입대)이지만, 받아들여야죠."]
[앵커]
태국도 병역이 의무인데 제비뽑기 한번 잘하면 평생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예 면제되는 겁니다.
21살에서 30살 사이의 건강한 태국 남성이면 제비뽑기를 거쳐 2년간 군 복무를 하게 됩니다.
다만 미리 군 입대를 자원한 경우는 6개월로 크게 단축됩니다.
그러니까, 면제 확률이 있는 제비뽑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복무기간 6개월짜리 자원 입대를 할 것인지?, 이 거만 결정하면 되는 거죠.
[앵커]
그런데 현장에선 승려나 트랜스젠더 즉, 성전환 여성들도 볼 수 있다는데, 실제 어떻습니까?
[기자]
네, 태국은 불교국가지만, 승려도 병역 의무가 있습니다.
저희가 만난 한 승려도 결국 빨간색을 뽑아서 군 입대가 결정됐는데요.
인터뷰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지라윳 호이디/'군 입대' 확정 : "군대에 가든 안 가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승려 생활을 잠시 멈추거나 계속하는 것 역시 상관없습니다."]
승려가 군 입대를 하면 복무 기간에는 승복을 벗어야 하는데 대부분 담담히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시는 몇 년 전 영상처럼 간혹 군입대가 확정된 승려가 충격으로 쓰러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성전환 여성도 예외 없이 군 입대 여부를 판정받는데, 여성으로 살아온 기간 등 군 복무 가능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사를 받게 됩니다.
[앵커]
그러면 태국인들은 과연 제비뽑기로 병역의무를 결정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기자]
태국에선 올해 4만 명 정도의 신규 병력이 제비뽑기를 통해 충원됩니다.
이 과정이 이렇게 모두 공개된 자리에서 진행되다 보니까, 청년들 대부분은 공정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다만, 태국의 일부 권력층이나 부유층은 모집 인원이 마감된 지역에 주소를 옮기는 등 병역 회피 꼼수도 있다고 태국 현지 매체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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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bird27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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