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값 올린 싱크대 담합, ‘쥐꼬리 과징금’으론 어림없다
국내 가구업체들이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을 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짬짜미 기간이 10년, 관련 매출액이 2조원에 이른다. 한샘·현대리바트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업체 대부분이 포함됐다. 빌트인 가구는 싱크대나 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되고, 비용은 모두 분양원가에 포함된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가구당 약 25만원(84㎡ 아파트 기준) 더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구매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빌트인 가구 구매 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실시해 최저가 업체와 계약한다. 담합에 가담한 가구회사 영업 담당자들은 입찰 전에 유선 연락 등으로 낙찰 예정자·들러리 참여자·입찰가격 등을 정했다. 낙찰 예정사는 돌아가며 주사위나 제비뽑기로 정하고, 들러리사들은 일부러 입찰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내 스스로 탈락했다. 이런 식으로 2012~2022년 사이 24개 건설사들이 발주한 738건에, 1조9457억원 규모의 담합이 이뤄졌다.
담합은 시장경제를 교란하고 카르텔에 끼지 않은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준다. 경쟁을 통한 가격 하락이나 품질 향상도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공정위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에 총 9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매출 금액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쥐꼬리 과징금’에 눈이나 깜짝하겠는가. 어느 것보다 담합은 적발이 매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걸리면 관련자를 엄벌하고 과징금도 무겁게 매겨 회사가 일벌백계를 받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소비자 피해에 실질적인 구제도 이뤄져야 한다. 담합은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가 극명하게 발생하는 경제 범죄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르지만 개인별 피해액은 그리 많지 않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담합 피해자는 기업이나 사업자를 상대로 실제 발생한 손해의 3배까지 징벌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시간·비용을 써가며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소비자 집단소송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공정위 제재로 가구 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의식주 등 민생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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