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학교조리사 구인난 … 2명이 1000명 급식 맡기도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4.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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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Y중학교는 조리실무사(조리원) 단 2명이 1000명이 넘는 학생의 끼니를 책임진다.

학교는 급식 중단 위기를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반찬 수를 줄였지만, 수십 분을 기다려 먹느니 차라리 끼니를 거르겠다는 학생이 늘었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서울 학교의 조리원 결원이 총 2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도 조리원을 못 구해 일부 학교가 급식 중단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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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타박상 등 잦은 부상
10명중 3명꼴 폐질환까지
업무강도 대비 임금 낮아
인천 일부선 급식중단 위기
"민간업체 참여할 수 있게
위탁 규제 과감히 풀어야"

서울 서초구 Y중학교는 조리실무사(조리원) 단 2명이 1000명이 넘는 학생의 끼니를 책임진다. 학생들 점심을 준비하려면 조리원이 총 9명 필요하지만 좀처럼 결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급할 땐 교사들이 투입돼 계란프라이를 만드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학교는 급식 중단 위기를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반찬 수를 줄였지만, 수십 분을 기다려 먹느니 차라리 끼니를 거르겠다는 학생이 늘었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서울 학교의 조리원 결원이 총 2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인원 3957명 중 7.4%가 부족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새 학기를 맞아 지난해 10월 말 정기·수시 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했지만 끝내 191명을 구하지 못했는데, 몇 달 사이 100명 정도가 더 그만뒀다.

강남·서초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정원이 492명인데 지난달 1일 기준 전체의 약 25%(119명)가 부족하다. 강동·송파 지역도 15%(81명)의 일손이 모자라다. 상대적으로 동작·관악 지역이나 성북·광진 지역은 결원이 각각 4명으로 구인난이 덜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리원 중 강남·서초에 거주하는 분이 별로 없다"며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멀리서 출퇴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서초에서 일한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어서 이 지역에 배치되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인천에서도 조리원을 못 구해 일부 학교가 급식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작년 하반기 채용을 통해 조리원 526명을 모집했지만 이 중 346명을 채우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급식실이 구인난을 겪는 것은 월급은 적은데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150명을 기준으로 조리원을 채용하고 있다. 학생 149명까지는 조리원 1명, 299명까지는 조리원 2명을 배정하는 식이다. 평균적으로 조리원 1명이 맡는 학생 수가 약 130명인데, 서울 공공기관 식당에서 조리원 1명당 배식 수가 60명대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그마저도 지방자치단체마다 급식실 배치 기준이 달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은 기준 통일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조리실무사는 '교육부 및 교육청 공통 급여체계 적용 직종' 2유형에 속한다. 올해 기본급은 198만6000원으로 200만원이 안 된다.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유해물질에 노출돼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점도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꼴로 폐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로봇을 도입하고 지하·반지하에 위치한 급식실에 환기 시설을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 17개 중 4개만이 '급식실 환기 설비 개선'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는 사이 학교 급식 종사자는 폐암 외에도 모든 산업재해 유형에서 최근 3년간 재해가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민간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 위탁급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학교에 조리실이 없거나 3식 학교 등 위탁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는 민간 위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원혜영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이사는 "민간 급식업체는 개별 학교보다 인력풀이 훨씬 풍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며 "조리용 로봇 도입, 조리법 체계화 등에서도 민간이 더 우수하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권한울 기자 / 이용익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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