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양성 과정도 개선해야[기고]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국가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졸업해야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이 우리 사회에서 관심인 이유는 의사가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보장받는 선망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저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의료인의 노력과 헌신이 크게 작용한 점도 있다. 우리 사회에 건강과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의 집단행동과 일부 관계자의 발언은 그러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커지면서 환자를 포함한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의사도 국민으로서 의견을 피력하고 행동을 할 수 있다. 의사는 동시에 전문직업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직업 활동해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 이 시점에 의사의 양성 과정이 사회적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을 함양하도록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개선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사회적으로 높은 윤리 의식,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는 전문직업에 대해 법과 제도를 통해 양성 과정 및 선발 절차를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초·중등교원, 변호사 등이 있다.

의사 교육 과정도 의료 전문 지식과 기술의 습득뿐만 아니라 생명 존중·사회적 헌신·책임 의식 등을 가진 인재 양성을 목표로 전향적으로 변해야 한다. 먼저 대입 단계에서 학생의 인·적성 및 윤리의식을 판단할 수 있는 심층면접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과정에서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윤리적 쟁점과 이슈에 관해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각 의과대학의 자격 기준을 결정짓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기준도 의료인의 사회적 책무성과 윤리 의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각 대학의 사명이나 비전 등 형식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어떻게 양성 과정에 반영되었는 지를 확인·점검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자격시험에서도 '의료윤리'에 대한 별도의 검증 절차 및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존엄한 직업이다. 의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직업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의대의 교육과정이 이론과 실습에 매몰돼 그 근간을 잃어서는 안 된다. 예비 의료인들이 교육과 수련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을 깊게 함양할 수 있도록 양성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인들이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