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후진 다방커피? '배민 신화' 김봉진의 '믹스' 역발상

박재이 기자 2024. 4. 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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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배민 전 의장, '뉴믹스커피' 서울 성수동에 오픈
볶은쌀·군밤맛, 오란다·건빵 등 한국적인 메뉴 구성
MZ 손님들 "믹스커피 안 같아" "더위사냥 맛"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가 '뉴믹스커피' 카페를 통해 새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믹스커피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손님들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재이 기자
배달의민족(배민) 창업자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이제 커피를 판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믹스커피'다.

김 전 의장이 새로 설립한 '그란데클립'이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라는 모토를 담아 커피를 새 사업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이름은 '뉴믹스'(Newmix)다. 이름에 걸맞게 익숙하지만 새로운 믹스커피를 선보인다.

지난달 14일 공식 오픈한 뉴믹스커피는 한 달 전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홍보 활동을 개시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커피를 내려 마셨지? 원래 커피는 타 먹는 거야" "한국의 맛은 믹스커피" "나에게 믹스커피란?"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 전 의장이 믹스커피를 메뉴로 선정한 이유는 가장 한국적인 음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다운 음료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원두커피가 점령한 시대에 김 전 의장이 재해석한 믹스커피를 직접 만나러 가봤다.


믹스커피는 다방에서?… 성수에서 '힙'하게


믹스커피를 판매하는 뉴믹스커피 매장은 트렌디한 인테리어로 젊은 세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믹스커피 매장 내부 벽면에 믹스커피 봉지가 진열돼 있다. /사진=박재이 기자
믹스커피는 이제 레트로를 연상케 하는 아이템이다. 믹스커피를 파는 곳이라 하면 옛날의 '다방'을 떠올리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핫플에서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들고 다니며 마시는 모습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믹스커피는 은색 간판과 매장 벽면을 가득 채운 믹스봉지가 입장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3평 남짓한 작은 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지만 빠른 비트의 강렬한 노래가 울려 퍼져 존재감을 드러냈다.

양 벽면의 거울과 바닥의 블랙홀 무늬가 '힙'한 공간을 연출했다. 딱 요즘의 성수동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어! 우리가 봤던 곳이다"라며 매장을 가리키기도 하며 한 번씩 뒤돌아보고 가는 모습이었다.

메뉴는 당연히 믹스커피가 메인이다. 오리지널(2500원), 녹차맛(3500원), 볶은쌀맛(3500원), 군밤맛(3500원) 등 4종류다. 디저트도 한국적인데 오란다(3500원), 건빵(2500원), 떡와플(3000원) 등이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믹스커피 매장 바닥이 블랙홀 무늬의 미디어 아트로 꾸며져있다. /사진=박재이 기자
검은색 점프슈트를 입은 카페 직원은 "아무래도 오리지널이 가장 많이 나가고 그다음으론 볶은쌀맛이 잘 나간다"며 "볶은쌀맛은 율무차랑 맛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주문 후 뒤돌아보니 금세 손님들이 모여 카페 앞은 북적였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신모씨(20대·여)는 오리지널 커피에 대해 "더위사냥 맛"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믹스커피 안 같고 요즘 스타일로 만든 카페라떼 느낌"이라고 말했다. 옆에 함께 있던 친구도 "믹스커피라는 느낌이 아예 안 든다"라며 맞장구쳤다.

믹스커피는 보통 종이컵에 마신다는 점을 살려 뉴믹스커피도 실제 종이컵에 판매하는 모습이다. 뉴믹스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종이컵은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믹스커피가 힙한 커피가 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디자인과 인테이어의 영향이 커 보인다.


2500원 믹스커피, "비싸다"vs"물가 대비 괜찮다"


성수동 1호점으로 시작한 뉴믹스커피의 영향력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믹스커피의 오리지널 커피. /사진=박재이 기자
기존 믹스커피 가격은 한 봉지(스틱)당 약 200원인 것을 생각했을 때 2500원 뉴믹스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신씨는 "다른 개인 카페보다 훨씬 싸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손님은 성수동 물가에 비해 저렴해서 좋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본인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30대 남성 손님은 "커피를 좋아해서 오늘 박스(패키지)도 샀다"면서도 "믹스커피 치고는 (가격이)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뉴믹스의 마케팅 위력도 느낄 수 있었다.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인스타그램을 보고 왔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정모씨(20대·남)는 "인스타에서 소개글을 많이 봤다. 성수바이블도 광고로 떴었고 아이즈매거진에서도 봤다"며 "가오픈 기간에도 왔었는데 그땐 못 들어가서 오늘 다시 와봤다"고 말했다.

모두가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시대에 믹스커피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뉴믹스커피. 김 전 의장의 새 사업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재이 기자 wja0601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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