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죽지 않았다…‘9900원샵’에 명품까지 힘주는 배경은

조유빈 기자 2024. 4. 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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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0원 이하 상품으로 소비자 락인 꾀해…익일 무료 배송
‘신뢰도’ 중요한 명품‧리퍼 전용관으로 中커머스와 차별화
버티컬 커머스 확장…오픈마켓 사업 연간 흑자 전환이 목표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일명 'C(China)커머스'의 본격 상륙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알리에 쫓기고 있는 11번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달 오픈마켓에서 월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11번가는 올해 오픈마켓 사업 영업손익을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에 전체 사업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성비를 중심으로 선보인 '9900원샵', C커머스가 발을 들이기 어려운 명품 전문관 등이 11번가의 경쟁력 있는 '무기'가 될 전망이다.

11번가의 슈팅배송 ⓒ11번가 제공

빠른 배송과 '가성비' 결합 통했다

11번가는 8일 지난달 오픈마켓 사업이 월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3월 월간 오픈마켓 영업흑자로 일회성의 수익개선이 아닌, 건강한 성장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며 "고객을 사로잡을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는 한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마케팅 전략 방향을 전환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이뤄내, 절감된 비용을 다시 전략적 투자로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초 오픈마켓에서 수익성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선언한 11번가가 실적 반등을 이뤄낸 배경에는 '가성비'와 '버티컬(특정 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 서비스'가 있다. 지난해 10월 11번가는 1만원 미만의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가성비 아이템 전문관'인 '9900원샵'을 오픈한 바 있다. 3900원, 6900원, 9900원 이하의 추천 상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감성소품, 평점이 높은 상품 등을 모아 1만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판매한다. 배송은 모두 '무료'다.

9900원샵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생활용품, 주방용품, 스포츠용품, 문구‧공구, 패션잡화 등으로,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활용도가 높은 제품들이다. 11번가는 9900원샵을 오픈하면서 "높은 체감 물가로 가성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하나를 구매해도 알차게 쇼핑했다는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심리적 방어선'인 1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인 9900원샵은 11번가가 알리의 '초저가 공세'에 대응하는 무기로도 주목됐다.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주로 저가의 생활용품, 패션잡화 등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알리에는 500~1000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는 물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품 가격은 1만원 아래다.

특히 11번가는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가성비 상품의 빠른 배송도 강조하고 있다. '초저가'를 내세우지만 5일 이상의 배송이 소요되는 알리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검증된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9900원샵에 호응도 이어졌다. 지난달 9900원샵의 거래액은 오픈 초기에 비해 6.7배까지 성장했고, 상품 수도 5.8배 늘어났다.

안정은 11번가 사장 ⓒ11번가 제공

백화점처럼 카테고리 분류…새 버티컬도 추가한다

11번가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경험'이다. 백화점처럼 11번가 안에서 버티컬관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2월 11번가는 신선식품 전용관인 신선밥상을 출시했고, 3월에는 명품 전용관인 우아럭스, 4월에는 리퍼 전용관인 리퍼블리를 열었다.

이 카테고리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신뢰도'라는 점에서, C커머스와의 차별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알리 등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활용해 한국 판매자 입점을 늘리면서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식품의 경우 파격적 할인 상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리퍼 제품을 특화시킨 버티컬 전문관인 '리퍼블리'는 품질 검수와 AS를 보증하면서 소비자 '신뢰'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상품의 정보 정확성이나 배송 준수 여부, 고객 Q&A 응대 서비스 등에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소비자의 믿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명품'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판매 상품이 정품임을 보장하는 NFT 디지털 보증서를 발급하고, 가품에 대해 200% 보상을 해주는 가품 보상제 등으로 C커머스가 아직 손댈 수 없는 명품의 영역에서 입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와도 손을 잡고 중고 명품 분야까지 발을 디뎠다. 이렇게 경쟁력을 갖춘 버티컬 커머스를 기반으로, 11번가는 올해 오픈마켓 사업부문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매입 사업은 '과제'…'슈팅셀러'로 해결될까

11번가가 전체 사업 영업이익 흑자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슈팅배송'을 중심으로 한 직매입 사업이다. 슈팅배송은 오늘 주문하면 다음 날 무료 배송으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월 회비나 최소 주문 금액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슈팅배송 서비스를 위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11번가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매입 구조 특성상 단시간 내 수익을 내기 어려운 데다, 물류 창고 임대료와 재고 비용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빠른 실적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11번가는 최근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제품을 보관‧관리해주는 풀필먼트 사업 '슈팅셀러'를 시작했다. 셀러가 11번가의 인천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이후 보관이나 포장, 재고 관리, 교환, 반품 등을 모두 11번가가 맡아 진행해준다. 그동안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하던 서비스를 오픈마켓까지 확장하면서 사업 다각화와 수익 창출에 나선 것이다.

11번가는 2분기에도 핵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실적 개선을 이끈 버티컬 서비스를 확장하고, 새로운 전문관도 선보이기로 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트래픽과 거래액 확보에 힘쓰면서 경영 효율화 노력을 병행해 오픈마켓 사업의 연간 흑자 전환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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