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근절 안 되는 ‘교복 입찰 담합’… 공정위 3개 지역 동시다발 조사

세종=박소정 기자 2024. 4. 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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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물가 안정 일환으로 ‘교복’도 타깃
광주광역시 비롯 비수도권 지역 담합 조사
특정 업체 낙찰 몰아주기… 들러리 ‘짬짜미’
‘학교 주관 구매’ 10년째, 비슷한 문제 반복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민 물가 안정의 일환으로 ‘교복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를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고가(高價) 교복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2015년 ‘학교 주관 구매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째이지만 입찰 과정에서 업체들이 ‘짬짜미’를 벌이는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 3곳의 교복 입찰 담합 사건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세한 조사 내용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고생 교복 나눔 행사장의 모습. /뉴스1

◇ 공정위, ‘벌금형’ 광주 비롯 지방 교복 담합 조사

공정위는 광주 교복 담합 건의 경우 이미 지난달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현재 제재 확정을 위한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는 현재 형사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광주지방법원(형사7단독 전일호 부장판사)에 따르면, 광주 교복 대리점주 29명은 입찰 방해와 독점 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벌금 300만~1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비수도권 지역 2건에 대해선 최근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현재 사건을 분석하고 있는 단계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서도 “교복을 포함한 육류·주류 등 의식주 분야를 주요 감시 대상 분야로 지정하고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0년대까지 개인이 자율로 구매해 오던 교복은 특정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비싼 가격이 책정된단 문제가 제기되자, 2015년 ‘학교 주관 구매 제도’를 바탕으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학교장이 입찰 공고를 게시하면 교복업체가 자격을 갖춰 입찰에 참여한 뒤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가 낙찰되는 식이다.

학교 주관 교복 구매 관련 가정통신문 예시.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낙찰되도록, 나머지 업체가 일부러 비싼 가격을 써내 ‘들러리’를 서는 식의 유형이 주로 적발되고 있다. 다만 대리점 간 소규모로 담합이 이뤄지는 데다, 사업자 간 ‘합의’를 했다는 행위가 입증돼야 공정위 조사가 이뤄질 수 있어 적발이 쉽지는 않다.

입찰 과정에 대한 불신이 깊다 보니, 소비자 불만은 계속 나오는 중이다. 실제로 전북 전주 지역의 A 중학교의 올해 기본 교복은 29만4000원의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낙찰됐다. 해당 입찰에 참여한 나머지 4개 업체는 ‘규격서 평가 부적격’, ‘제안서 미제출’ 등으로 제외됐다.

그러나 인근 B 중학교의 교복 값은 20만6000원으로 책정됐다. 교복값이 학교별로 10만원가량 차이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학교 교복의 최저가·최저가 차이는 최대 34만원(경북)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주관 구매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교복업계 호황기 시절인 2006년 당시 한 대형 교복사의 TVCF 모습. /유튜브 캡처

◇ “‘학교 주관 구매제’ 문제서 담합 비롯” 시각도

이런 담합 행위가 현행 교복 학교 주관 구매 제도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 교복 담합 사건의 재판부는 “담합 자체는 범죄행위지만, 이 과정에서 담합을 하지 않는다면 업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전 부장판사는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교복 권고 가격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교복비 상한가를 책정하는데, 이때 권고 가격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채산성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교복 시장의 특수성과 최저임금 상승 등을 고려한 교복 업체들의 교복비 상한가 상승 요청은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입찰 담합을 한 업체라도 교육부의 권고 가격, 교육청의 상한 가격, 개별 학교의 기초 금액에 못 미치는 투찰이기에 낙찰가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현행법을 어겼으니 처벌은 했지만, 사업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한 것이다.

한편 공정위는 과거 2015~2016년 당시 ‘학생 교복 시장 분석’을 실시해, 교복 사업자 간 사업 활동 방해 방지를 위한 입찰 절차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는 개별적인 담합 사건들에 대해 조사·제재를 하고 있을 뿐, 대대적인 시장 조사가 계획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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