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시작했지만”…제4이통사, 정부 지원에도 회의론 나오는 이유

김민주 매경닷컴 기자(kim.minjoo@mk.co.kr) 2024. 4. 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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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스테이지엑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 언론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 유치에 관한 업계 안팎 반응이 회의적이다.

재정, 기지국, 지원 단말 확보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혈세 낭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만도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지난 1월 31일 4301억원에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GHz)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컨소시엄은 카카오 그룹에서 독립한 알뜰폰 업체 스테이지파이브,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인텔리안테크 등으로 구성됐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다음달 4일까지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고, 주파수 할당 대가로 써낸 4301억원의 10%를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3년 내로 최소 6000대의 28GHz 기지국도 구축해야한다.

정부는 4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 세액 공제 혜택 등 스테이지엑스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스테이지엑스 유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파수’부터 한계점이 분명하단 견해가 나온다.

스테이지엑스가 할당 받은 28GHz는 대역폭이 넓어,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파도달 범위가 작아 상대적으로 기지국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해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든다.

기존 정부가 제시한 28GHz 할당 조건은 기지국 1만5000개로, 대당 약 2000만원에 달한다. 아직 28GHz가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해당 주파수에 맞는 단말기도 아직 없다. 통신3사가 지난해 일제히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정부에 해당 주파수를 반납한 이유다.

스테이지엑스가 의무적으로 설립해야하는 28GHz 기지국 개수는 6000대로, 과거 할당 조건인 1만5000개보다 60% 감소됐지만, 최소 12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현금창출능력이 없는 신생 통신사인 스테이지엑스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액수란 평이다.

망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 들어가고 상용화를 하려면 투입해야할 자금이 순차적으로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향후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의 재정 능력은 불투명하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주요 자금 출처인 신한투자증권은 직접 투자엔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달 신한투자증권은 국회에 제4통신의 재무적투자자 참여와 관련해,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금융 주관사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내부 계획을 세웠다고 알렸다. 스테이지엑스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스테이지엑스는 입찰 당시 “재무적투자자인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 실탄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가 통신사 KT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지분을 맞교환한 상황 속, 신한투자증권이 독자적인 투자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파수 할당액인 4301억원과 기지국 비용 약 1200억원 등 초기 비용을 신한투자증권의 투자액으로 충당하려 했던 청사진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주축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해 13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약 2.35배 확대했다. 특히 판매비와 관리비가 199억원에서 437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코어망 등 인프라 투자와 함께 인건비 및 프로모션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본잠식 규모도 약 1685억원으로 전년보다 3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초기 자본 확보부터 제동이 걸린 스테이지엑스가 통신3사와 알뜰폰 업계를 견제할 요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 개입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혈세 낭비를 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통신3사 과점 구조를 해결한단 명목으로 2010년∼2016년 제4이동통신사 유치에 일곱 차례 나섰으나, 재무 요건 미달 등을 이유로 모두 실패한 바 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제4이통사를 선정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정부 입장에선 또 실패할 수 없기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능력에 비해 입찰 가격도 무리하게 썼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스테이지엑스는 28GHz 주파수 도달 거리 제약, 수익 모델 확보, 기존 통신3사와의 경쟁 차별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며 “스테이지엑스의 사업 성공 여부는 가격 경쟁력, 고객 확보 전략 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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