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청약 말고 분양권 살까”…‘이 동네’ 세 집 중 한 집 주인 바뀌었다는데

1분기 전국아파트 분양권거래 4%↑
공사비 오르며 분양가 치솟은 영향
아산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 30%
분양권 전매로 주인 바뀌어

아산탕정지구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

올해 1분기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상승으로 신축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분양 대기 수요가 기존에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권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토대로 분양권(입주권포함)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9500건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405건(4%)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충청남도에서 분양권 거래가 가장 많았다. 충남은 직전 분기보다 분양권 거래가 55%(494건)가량 늘며 1387건이 거래됐다. 청약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아산탕정지구 등을 중심으로 활발했다. 지난해 12월 분양 당시 1순위 평균경쟁률 52.6대 1을 기록했던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는 1분기에만 371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총 1140가구인 아파트에서 30%가 넘는 가구가 분양권 전매로 주인이 바뀐 셈이다. 아산탕정지구는 비수도권인 데다 공공택지가 아니라 전매제한이 없어 분양 직후 거래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서 나타난 결과다.

경상남도 역시 거래량 증가가 컸다. 직전분기 755건 거래됐던 분양권 거래는 1103건 거래되며 46%(348건) 늘었다. ‘더샵거제디클리브’, ‘이편한세상거제유로스카이’ 등 입주아파트의 등기 전 분양권 거래가 1분기 거래량 증가에 기인했다.

세종시는 절대적인 거래 건수 자체는 작지만 직전 분기보다 43%가량 늘며 30건 거래됐다. 세종시 기존아파트값이 최근 내림세인 가운데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물이 거래된 영향으로 보인다.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공사비 인상에 따라 신축 분양가가 상승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꼽힌다. 치솟는 분양가에 신축 분양 대기 수요가 분양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분양권 거래를 살펴보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며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며 향후 신축 공급 일정이 지연되거나 부족하게 되는 상황이 예상되는 점도 분양권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분양권 거래는 신축 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원하는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리드는 “청약 결과로 어느 정도 수요가 검증됐거나 공사가 완료돼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새 아파트이면서 경쟁력을 갖춘 단지를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입주권 거래가 늘지 않았다. 1분기 총 1831건으로 직전분기(2115건) 대비 13.4% 줄었다. 수도권은 아직 전매제한 규제가 남아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분양물량도 줄면서 시장에 나와 있는 분양권 매물 자체가 적었던 원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