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5주년 대한항공, ‘안전운항’ 다시 화두로 건 까닭은?

한겨레 2024. 4. 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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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이후 글로벌 항공 시장 큰 전환점
신엔진 정비 공장 착공·기단 현대화 등 박차
안전 문화 앞장, 유해·위험 요인 발굴 창구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앞줄 왼쪽 넷째)과 임직원들이 창립 55주년 기념식을 치르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코로나19 펜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된 뒤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올해 항공기 이용 승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 글로벌 항공사들의 연간 승객 수가 47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연간 승객 수 45억명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항공사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세계 항공업계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때에,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이 ‘안전 운항’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실천에 나섰다. 2023년 기준 22년 연속 인명 무사고 운항을 이어온 대한항공이지만,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아 다시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또 경쟁 업체들에서 발생한 사고이기는 하나 비상문 강제 개방 사고, 기내 난동 사고, 활주로 이탈 사고, 이륙 직후 바퀴가 빠지는 사고 등 국내외에서 항공기 사고가 잇따라 발행하자 차제에 경각심을 더욱 높이자는 취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대한항공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 고객 중심 경영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3월14일 인천 중구 운북동 부지에 설립되는 ‘신 엔진 정비 공장’ 기공식에서도 “첫 삽을 뜨는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이 무사히 완공돼 대한항공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자 대한민국 항공 MRO 사업 경쟁력 강화의 요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계자 여러분께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공사에 578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이 2027년 문을 열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공 정비 단지가 된다.

대한항공 명예 승무원으로 임명된 가상인간 리나가 기내 안전 비디오를 통해 안전수칙을 소개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임직원들이 ‘안전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실천 계획을 수립하고자 지난해부터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세이프티 데이’(Safety Day)로 지정했다. 지난해 열린 첫 행사는 ‘함께 만들어 가는 안전문화’라는 주제로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관련 부서 임직원, 한국공항(KAS)·진에어 소속 임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해 가운데 열렸다.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안전문화 제도도 활발히 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내 자율보고 제도인 ‘해저드 리포트’(Hazard Report)가 있다. 해저드 리포트는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신고할 수 있는 창구다.

대한항공은 기단 현대화에도 적극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에어버스의 A321neo 항공기 20대 추가 주문 계약을 체결해 2030년까지 총 50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보잉의 B787-9 10대, B787-10 20대, B737-8 30대 등 총 110대의 신형기 도입에도 나선다.

또 에어버스사의 최첨단 중대형 항공기인 A350 계열 기종을 처음으로 도입한다. 대한항공은 최근 에어버스사와 33대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350-1000 27대, A350-900 6대로, 총 137억 달러 (약 18조5천억원) 규모다. 이번 기재 도입은 송출, 매각 등 중장기 기재 운영 계획에 따른 부족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친환경 기종인 A350 계열 항공기를 새로 도입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비해 기재를 선점한다는 의미도 있다. A350-1000 항공기는 A350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크고 운항 거리도 가장 길다. 동체의 50% 이상이 탄소복합 소재로 구성되어 유사 동급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25% 줄였다.

대한항공의 A321neo 항공기는 182석 규모의 협동체(단일 통로) 소형 항공기로 180도로 펼쳐지는 프레스티지 좌석 8석을 장착했다. 대한항공 제공

효과적인 기내 수칙 안내를 위해 기내 안전 비디오도 전면 개편했다. 새 비디오에서는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을 한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리나가 휴대 수하물 보관, 좌석벨트 착용법 등을 가상 공간에서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대한항공은 올해 모든 노선에 새 기내 안전 비디오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내 난동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교육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객실안전교관을 대상으로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안전교육원 위탁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과정은 고성·폭언, 물리적 폭력 등 기내 비상 상황 발생 시 실질적인 대응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한항공의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5년 국내 항공사 최초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개발한 민간 항공사 대상 안전 심사(Audit) 프로그램인 IOSA(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인증을 획득했다.

한편, 올해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큰 과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해 총 14국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고,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완료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안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안전성 강화 한편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재무 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힘써왔다. 무엇보다 2020~2022년 코로나19로 승객 수가 급감하는 위기 속에서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화물 사업 분야에서 이익을 낸 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직전인 2022년 2조8836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23년에도 영업이익 1조5869억원을 내며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갔다.

이런 노력에 대한 시장 안팎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 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 12월 이후 7년 10개월 만에 A등급으로 복귀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재무 여력을 확충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확정 시에도 펜데믹 이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아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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