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재앙 예고”…기온 38.5도 오른 남극, 전례 없는 일 발생했다 [핵잼 사이언스]

송현서 2024. 4. 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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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어린 황제펭귄 자료사진. 123rf.com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남극의 기온이 한때 계절 평균 보다 38.5도나 수직상승한 것으로 확인돼 또다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가 쏟아졌다.

영국 가디언의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2022년 3월 18일 남극 콩고르디아 기지의 과학자들은 남극 기온이 계절 평균보다 섭씨 38.5도나 더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 남극조사국을 이끄는 마이클 메러디스 교수는 가디언에 “영하의 기온이라면 이와 같은 엄청난 (온도) 급증을 견딜 수 있겠지만, 만약 현재 영국에서 40도가 상승한다면 봄철 기온이 섭씨 50도 이상이 될 것이고 이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빙하학자인 마틴 시거트 액서터대 교수 역시 “이 분야에서 누구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일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의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례로 이 같은 온도 상승폭이 기록된 전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극의 온도 급증, 원인은?

전례 없는 남극의 기온 상승에 대해 과학자들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저위도 지역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과거와 달리 남극 상공 대기권 깊숙이까지 침투하는 현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계에서는 북극과 남극의 바다가 해빙을 녹이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온난화에 더욱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가 노출되고, 태양광이 우주로 반사되지 못하면서 바다가 더욱 뜨거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남극은 지난 2년간 인간이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남극 서쪽의 빙하는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남극 대륙 주변의 바다에 떠 있는 해빙도 급격히 감소 중이다.

시거트 교수도 남극이 지구에서 온난화의 타격을 가장 강하게 받았던 북극을 뒤따르고 있다면서 “북극은 현재 지구의 나머지 지역보다 4배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고, 남극 역시 2배나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극 바다 자료사진. 123rf.com

가디언은 “과학자들은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전 세계 해수면이 60m 이상 상승할 것이다. 그럼 현재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사는 해안지역과 섬은 모두 침수될 것이라고 경고한다”면서 “다만 남극 대륙의 빙상은 면적이 매우 넓고 거대한 얼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녹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극 서쪽의 빙상과 빙하가 계속 줄어들면 수십 년 안에 상당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면서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정부간 협의체는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0.3~1.1m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많은 전문가는 이것이 위험한 과소평가라고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남극 생태계도 급격하게 변화중

기후 변화로 인한 남극 기온의 변화는 생태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케이트 헨드리 교수는 조류(藻類·물속에 사는 식물)가 남극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물고기, 펭귄, 바다표범, 고래 등의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크릴새우의 멸종은 남극 먹이사슬의 붕괴와 지구온난화 가속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물속에 사는 식물(조류)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크릴새우는 이 조류를 먹고 배설하는데, 배설물이 해저로 가라앉으면서 탄소를 해저에 가둬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조류와 크릴새우가 감소하면 해저에 쌓이는 탄소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대기 중 탄소량이 증가해 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남극 바다 자료사진. 123rf.com

남극에서만 서식하는 황제펭귄도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어린 펭귄은 방수 깃털이 다 자랄 때까지 해빙 위에서 지내야 하지만, 깃털이 다 자라기도 전에 해빙이 붕괴하면서 목숨을 잃는 등 개체 수에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온난화 추세가 현재 상태로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말까지 황제펭귄 서식지의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러디스 교수는 “현재 어린 펭귄들이 대량으로 익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남극 대륙과 생태계의 새로운 취약성을 상징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남극의 기록적인 기온 상승으로 인류 재앙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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