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골프 스윙'

방민준 2024. 4. 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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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뛰어난 골프 스윙을 한다고 평가 받는 로리 맥길로이가 샷을 연습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퍼의 스타일은 좋건 나쁘건 골프를 시작한 최초의 1주일 안에 만들어진다."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골퍼 해리 바든(Harry Vardon, 1879~1937)이 남긴 명언이다. 오늘날 골퍼 90% 이상이 사용하는 오버래핑 그립(일명 바든 그립)의 창시자로, 시화(詩化)한 스윙으로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꾸준히 연습하는데도 골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골퍼가 의외로 많다. 구력이 20년, 30년이 넘었는데도 만년 보기플레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골퍼들도 흔하다. 이들은 간혹 싱글을 치기도 하지만 실력이 향상되어서라기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이 특별히 좋았거나 운이 좋아서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프야말로 부단한 자기 훈련 없이는 실력 향상은 물론 현상 유지도 어려운 운동이다. 골프 재능은 결코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로리 맥길로이 등을 두고 '천부적인 골퍼'라고들 하지만 이는 이들의 뼈를 깎는 훈련과정이 생략된 찬사일 뿐이다.



 



많은 골퍼들이 이를 악물고 연습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일취월장의 실력을 보이며 '골프 신동'으로 불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같은 땀을 흘리고도 '골프 지진아'로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의 밑그림 때문이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의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골프 행로가 좌우된다.



 



완전 백지상태에서 교과서적인 스윙과 오염되지 않은 골프 철학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면 자신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한 빠르게 실력이 향상돼 골프의 묘미를 맛보게 된다. 반대로 어설픈 골프 지식을 갖고 레슨프로나 선배의 가르침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엉터리 밑그림을 그려버리면 평생 땀을 흘리고도 진정한 골프의 참 세계를 맛볼 수 없다.



 



그림은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다.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골프의 밑그림은 지울 수 없는 끌로 그려진다. 골프채를 잡은 뒤 최초의 1주일, 혹은 한 달간 휘두르는 한 샷 한 샷은 바로 끌로 근육과 두뇌에 골프의 밑그림을 새기는 기간이다. 이때 밑그림이 이상적으로 각인되면 나중에도 그 각인이 지워지지 않는다. 연습만 제대로 하면 즐거운 골프 행로로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밑그림이 새겨지면 그것을 메우고 새로 새겨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골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은 바로 잘못 그려진 밑그림을 바탕으로 연습하기 때문이다. 밑그림이 잘못 그리면 아무리 심혈을 기우려도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듯, 연습을 아무리 해도 좋은 스윙이 만들어지지 않고 나쁜 습관을 더욱 고질화시킬 뿐이다.



 



잘못된 스윙 자세가 굳은 사람은 연습하면 할수록 고질병만 깊어진다. 이때는 차라리 한동안 골프채를 놓아버려 잘못 그려진 밑그림이 지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낫다. 한동안 골프채를 안 잡은 사람이 모처럼 골프장에 나가 산뜻한 출발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로 잘못된 스윙 습관이 잠시 잊혀졌기 때문이다. 여러 홀을 지나면 서서히 샷이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옛날의 골프 습관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골프를 평생 운동으로 즐기려면 과감하게 잘못된 밑그림을 뜯어고쳐야 한다. 애초에 잘못 그려진 밑그림의 각인이 깊기에 이를 메울 정도의 철저한 지도와 연습이 필수적이다. 골프장에 나가서도 스코어에 연연하지 말고 배운 대로 올바른 샷을 날릴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스윙을 바꾸기로 해놓고 막상 골프장에 나가면 스코어에 집착해 요령을 피우며 옛날의 잘못된 골프 습관을 되살리기 십상인데 이야말로 금물이다.
골프에서도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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