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우리가 함께라면

박종식 기자 2024. 4. 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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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님, 골대로 뛰어요." "형래님, 앞으로 나와야죠."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홍성민 감독의 지시에 따라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스페셜(발달장애인) 선수와 형광 조끼를 입은 파트너(비장애인)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골문을 향해 달렸다.

민지씨가 파트너 선수로부터 공을 지켜내자 홍 감독이 민지씨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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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비장애인 통합축구단 ‘에프시(FC)보라매’
통합축구단 ‘에프시(FC)보라매’ 김민지 선수(왼쪽)가 파트너 선수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민지님, 골대로 뛰어요.” “형래님, 앞으로 나와야죠.”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홍성민 감독의 지시에 따라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스페셜(발달장애인) 선수와 형광 조끼를 입은 파트너(비장애인)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골문을 향해 달렸다. 등번호 7번 ‘케이리그 어시스트’(KLEAGUE ASIST)가 적힌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민지씨 앞으로 공이 오자 홍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지씨가 파트너 선수로부터 공을 지켜내자 홍 감독이 민지씨를 칭찬했다. “민지님, 잘했어요.”

‘FC 보라매’ 선수들이 함께 운동장을 뛰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이들은 지난해 프로축구연맹과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이 창단한 통합축구단 ‘에프시(FC)보라매’ 선수들이다. 통합축구는 발달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한팀이 되어 축구 경기를 하는 종목으로, 매년 ‘케이리그 유니파이드(unified)컵’ 등에서 실력을 겨루고 있다. 에프시보라매는 지난해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국제통합스포츠대회 축구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를 통해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죠.” 참가 자체에 의미를 뒀던 스페셜올림픽 코리아대회에서 첫 승을 하자 선수들이 먼저 상대 팀 분석을 위해 경기를 보러 갈 것을 홍 감독에게 제안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는데도 선수들이 상대 선수 분석에 여념이 없었죠.” 선수들의 열의 덕분에 창단 첫해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고 홍 감독은 귀띔했다.

‘FC 보라매’ 선수들이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발달장애인 선수들의 축구단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파트너 선수로 뛰고 있는 정성 프로축구연맹 팀장은 “경기 중에 파트너 선수가 상대 팀 선수와 다툼이 있었는데 스페셜 선수들이 나서서 ‘복수를 해줘야’ 한다며 열의를 불태웠죠”라며 “파트너 선수들과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 팀이 강팀이다 보니 결국 졌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축구장 한쪽에는 스페셜 선수로 뛰고 있는 변인섭씨의 아버지 변상원씨가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변씨는 “발달장애인들이 체육 활동을 할 기회가 마련되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엄동현 코치가 훈련 중 변인섭 스페셜 선수의 축구화 끈을 다시 묶고 있다. 박종식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2023 장애인 생활체육조사’ 및 ‘2023 국민생활체육조사’ 따르면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33.9%로 비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62.4%)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10대 장애인이 운동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운동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였다. 만약 10대 장애인 곁에 운동을 도와줄 사람이 있었다면, 이들이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 생활체육의 경험은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올해 목표는 1승입니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현역 은퇴)가 롤모델이라는 주장 임형래씨는 소박하지만 당당한 올해 에프시보라매 통합축구단의 목표를 밝혔다. 삼성의 투수 오승환처럼 표정 변화가 없어 별명이 ‘돌부처’라는 임형래씨에게 올 한해 승리의 웃음꽃이 피기를 기원해 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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