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글로벌 왕따’로 등극

정의길 기자 2024. 4. 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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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가자전쟁 6개월
3월31일 예루살렘의 의사당 앞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휴전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내는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만류에도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몰려 있는 최남부 라파흐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 계획도 꺾지 않고 있다. (…)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정부가 대결을 격화시키는 이유는 전쟁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런 폭주를 제어하지 못해, 사우디 등 아랍 국가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의 힘도 약화되고 있다. (4월4일 한겨레)

Q. 어제(7일)가 가자전쟁 일어난 지 딱 6개월 되는 날이었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 사람들이 1137명이고, 전쟁 터진 이후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이 3만3137명이라네. 도대체 이 전쟁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얼마나 더 사람이 죽어야 하는 거야?

A. 가자 전쟁은 193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악의 분쟁이야. 더 큰 비극은 이 전쟁이 끝날 실마리가 없다는 거야.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하며 본격화된 팔레스타인 분쟁은 팔레스타인 전쟁(1차 이스라엘-아랍 전쟁), 1954년 수에즈 위기 전쟁(2차 전쟁), 1967년 6일전쟁(3차전쟁), 1973년 욤키푸르전쟁(4차전쟁),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1987년 팔레스타인 1차 인티파다(민중항쟁),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으로 이어졌어.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후 간헐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격돌한 4차례 정규전에서도 사망자는 몇천명 수준이고, 대부분 군인에 한정됐는데 이번 가자전쟁 비극은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라는 거야. 이스라엘은 사망자 3분의 2이상이 하마스 대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유엔 등 국제구호단체 등은 어린이 1만3천명, 여성 3천여명이 숨졌어. 희생자의 절반 정도가 비전투원이라고 보면 돼.

사실 이건 전쟁이 아니야. 일방적 학살, 사냥이야. 이제 220만 가자 주민 중 절반인 120만명이 남부 라파흐로 피난 와 있는데 이스라엘이 이 라파흐까지 공격하려는 태세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것도 이젠 더이상 민간인 학살을 묵과할 수 없다는 강력한 공감대가 깔려있기 때문이야.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막무가내야. 전쟁 목표인 ‘하마스 박멸’을 달성하려면 라파흐를 공격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20세기 초 유대인들이 현재 텔아비브가 된 모래 사막에서 땅을 불하받으려고 모여 있다.

Q. 전쟁이 이렇게 종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사상자를 늘리며 진행되는 이유는 뭐야?

A.가자와의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정부의 정략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 물론 이스라엘 민간인 1139명이 죽고, 260명 가량이 인질로 끌려간 사태는 이스라엘에는 팔레스타인 분쟁 이래 사상 최악이긴 해.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선 것도 당연하다고 봐야지. 네타냐후는 이번 전쟁 목표를 크게 △하마스 박멸 △가자에서 안보 위협 제거로 설정했어.

문제는 이런 전쟁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고, 달성하기도 힘들다는 거야. 하마스는 단순한 무장단체가 아니야. 정치적 조직이고,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 자체야. 하마스 박멸은 팔레스타인 박멸을 의미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겠어? 하마스 무장력을 일시 약화시키고 지도부를 제거할 순 있어도 곧 재건될 거라고.

팔레스타인 분쟁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거주지에서 추방하고 무국적 주민으로 떠돌게 한 데서 발생한 거야. 가자에 몰려서 20년간 봉쇄된 삶을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해방시키는 것만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안보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거야.

그런데도 비현실적인 목표를 내걸고 전쟁을 지속하는 데는 네타냐후 극우정부 탓이야. 네타냐후는 전쟁을 하마스 공격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정치적 책임이 있는데 전쟁 수행을 이유로 거국 전쟁내각을 구성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어.

3월26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보도된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57%가 10월7일 하마스 공격 이후 네타냐후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이야. 사실상 네타냐후 지지율은 28% 미만인 셈이지. 전쟁이 끝나면 네타냐후는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Q.아무리 전쟁이라도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네타냐후에 비판적인데 어떻게 이렇게 버티지?

A.이번 전쟁은 네타냐후의 집요한 권력욕과 관련성이 있어. 그는 이스라엘 사상 최장수 총리야. 1996~1999년, 2009~2021년 총리를 했고 2022년 12월29일부터 다시 집권했어.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다비드 벤구리온(13년 127일)을 능가한다고. 각종 부패 스캔들에도 총리직 도전을 결코 포기 않는 네타냐후와 그 반대 세력들이 대결하면서 이스라엘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무려 5번의 총선을 치렀어. 네타냐후가 2022년말 다시 권력을 안정적으로 쟁취하게 된 배경은 극우세력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치안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사람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하는 극우 인사들이야. 이런 사람들이 내각에 포진한 이후 대팔레스타인 강경책들이 난무했어. 그러다 하마스 기습공격이 터진 거지. 3년간 5번이나 총선을 치르며 극우세력과 손잡고 권력을 쟁취한 네타냐후는 오로지 강경파들과 손잡는 거 말곤 정권을 유지할 방법이 없어.

Q. 현재 이스라엘에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자주 열린다던데?

A. 가자 전쟁 발발 이래 이스라엘 내 진보 세력, 하마스에 가족이 납치당한 가족들이 주말마다 모여 휴전을 촉구하고 있어. 지난달 말부터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에서 인질 석방 및 휴전 요구 시위가 더욱 커지고 있고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며 한층 과격해지고 있어.

네타냐후 반대 세력은 뿌리가 깊어. 네타냐후는 할리우드의 유대계 영화 제작자로부터 고급 샴페인 등 20만달러의 선물을 받은 혐의, 이스라엘 언론재벌에 호의적인 보도를 해주는 대가로 경쟁 언론사들을 불리하게 만드는 입법을 약속한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네타냐후가 권력에 집착하는 것도 총리에서 물러나면 바로 감방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야.

네타냐후는 총리가 되자마자 사법부 권한을 약화하는 입법을 시도하다가 전국적인 시위를 맞닥뜨렸어. 자신의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일었고 군부 내에서까지 반발 움직임이 있었어.

Q. 네타냐후는 대표적인 사익추구형 인물인 것 같네.

A. 네타냐후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지는 ‘세탁 서비스 논란’에서도 잘 드러나. 네타냐후가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여행 가방에 더러운 빨래를 가득 채워와 공짜 세탁 서비스를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2020년 9월24일)가 보도할 정도니까. 워싱턴포스트는 “네타냐후의 공짜 세탁 습성은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전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외교 당국자들을 통해서도 확인됐다”면서 빨랫감을 가져오는 게 의도적이라고 보도했어. 네타냐후는 2016년 세탁 비용이 얼마인지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검찰과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벌이기도 했어.

부인 사라도 만만치 않아. 사라는 총리 관저의 직원에게 갑질과 막말을 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12만셰켈(약 12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2019년 10월)을 받았어. “음식 서빙하는 모습이 우아하지 못하다”, “내가 살이 찐 건 다 네가 안 좋은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 허락 없이는 휴가 못 간다” 등 막말을 퍼부었대. 법원은 “질책과 고성, 모욕,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요구가 난무하는 폭력적인 고용 환경에 노출됐다. 공포스러운 환경에서 일했다는 것이 확인된다”고 결론 내렸어.

네타냐후의 아들 야이르(32)도 서른 넘어서까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사치를 즐겼다는 비난을 받았어. 2017년엔 공원에서 반려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적을 받자, ‘가운데 손가락 욕설’을 날려서 문제가 됐어. 네타냐후가 얼마나 밉상인지 알겠지?

Q. 이렇게 미움을 받는데도 건재하는 건 그래도 뭔가 ‘개인기’가 있기 때문 아닐까?

A. 앞서 말했듯 극우세력과 손을 잡은 덕분이지. 네타냐후가 처음 총리를 했던 배경은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는 평화협상의 최고봉인 오슬로평화협정(1993년 9월)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어. 오슬로평화협정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한다는 내용인데 이스라엘 주민들은 이미 가자와 서안에서 정착촌을 건설한 상황이었어.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1973년에 창당했는데, 그 시작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반대하고 나서면서부터야. 리쿠드당 지도자 중 네타냐후가 가장 강경했어. 오슬로평화협정을 주도한 이츠하크 라빈 총리는 1995년 11월 극우세력에 의해 암살당했어.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평화협정 반대를 내걸고 극적으로 당선된 거야. 네타냐후 집권으로 이스라엘의 정치는 양극화가 심화됐어. 강경우파 및 극우들은 네타냐후가 무슨 짓을 하든 지지했거든.

Q. 한국은 태극기부대가 있어 상대 진영도 힘이 세잖아. 이스라엘은 왜 그렇게 우파가 득세하는 거야?

A.과거 이스라엘의 만년 집권당은 본래 좌파인 노동당이었어. 어쨌든 이스라엘은 나치 같은 인종주의 세력에 희생된 유대인들의 피와 뼈로 세워진 나라잖아. 이스라엘 건국의 이데올로기인 시오니즘도 노동당 세력이고, 아버지인 다비드 벤구리온(노동당)은 동유럽 유대인 사회주의 운동인 분트(Bund·유대인 조직) 출신이야.

벤구리온이 20세기 초 건국 운동을 벌일 때만 해도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고대 이스라엘 주민의 후예라며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태도였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탄압할 때도 최소한 ‘원죄 의식’은 있었다고. 4차례 중동전쟁에서 이기면서 당면한 안보 위협에서 벗어나자 1970년대 중반부터 아랍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시작했고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도 나서게 됐어. 이때 리쿠드당이 창당해서 반대 목소리를 결집한 거야.

노동당이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야. 노동당이 처음 리쿠드당에 정권을 내준 게 1977년이었어. 리쿠드당이 창당 4년 만에 약진한 가장 큰 배경은 유권자 구성의 변화였어. 이스라엘은 중부와 동유럽 출신 유대인을 뜻하는 ‘아슈케나지’가 세운 나라야. 이들은 이후 이슬람권 유대인들을 급속히 받아들였지.

건국 직전 유대인 인구는 65만명이었는데 1949~1952년까지 약 50만명의 이민자가 유입됐어. 아랍어를 쓰는 중동 지역 유대인들 세파르디가 다수였는데, 이들은 경제·사회적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이스라엘이 건국 전쟁 때 빼앗은 팔레스타인 주민들 거주지에 터를 잡았어. 당연히 노동당이 평화협상을 하면서 추진한 점령지 반환 정책 등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어. 노동당이 처음으로 권력을 빼앗긴 1977년 총선에서 세파르디의 노동당 지지율은 32%에 불과했어. 이민자들이 이스라엘에서 권력 교체를 이끌면서 우경화의 주역이 된 거야.

그 뒤 진행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은 번번이 점령지 내 정착촌 문제로 좌초됐어. 리쿠드당 정부는 꾸준히 정착촌 확대 정책을 추진해갔지. 1991년 말 소련 붕괴로 러시아계 유대인 70만명이 넘어오면서 리쿠드당과 극우 유대주의 정당들은 더욱 힘을 키웠어.

오슬로평화협정이 네타냐후 총리를 탄생시켰다는 건 정말 역설적이지 않아? 노동당은 1999년 마지막으로 집권한 뒤 군소정당으로 쪼그라들었어.

네타냐후 총리는 가장 노골적인 유대주의 극우정당들과 함께 복귀하면서 이제 이스라엘 내 극우세력은 주류가 돼버렸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본딴 인형을 불태우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Q. 질문이 계속 꼬리를 물게 되네. 네타냐후가 아무리 국내정치용으로 전쟁을 밀어붙인다 해도 최대 우호국인 미국까지 반대하고 나서는데 계속 저렇게 폭주할 수 있나? 네타냐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보다도 더 ‘국제적 왕따’인 거 같은데?

A. 가자 전쟁은 이제 갈림길에 서 있어. 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던 영국인 등 구호대원 7명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지면서 폭격해 숨지게 한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거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도 네타냐후가 당장 민간인 보호 조처에 나서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어(4월4일). 네타냐후도 어쩔 수 없이 가자로 들어가는 구호품 반입 통로를 3곳으로 늘렸고, 1개 여단을 제외한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칸 유니스 등 가자지구 남부에서 철수했다고 7일 밝혔어. 이스라엘이 이런 변화를 시늉으로 끝낼지, 아니면 진짜 정책을 수정할지 두고 보자고. 제발 네타냐후가 정신 차리기를 기도하는 심정이야.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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