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기적… 여자탁구 대표팀 구기종목 첫 세계 제패[역사 속의 This week]

김지은 기자 2024.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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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 10일 새벽,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중국과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사라예보 신화'의 주인공 정현숙, 이에리사, 박미라 등 대표팀은 예선에서 5연승을 올리며 선전했고,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만나 3-1로 무너뜨리며 이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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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This week
1973년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세계를 제패한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 오른쪽부터 정현숙, 이에리사, 박미라, 김순옥, 나인숙 선수. 대한탁구협회 제공

1973년 4월 10일 새벽,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중국과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한 쾌거였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라디오 중계에 귀를 기울인 우리 국민은 우승이 확정되자 너나없이 만세를 부르며 감격스러워했다.

‘사라예보 신화’의 주인공 정현숙, 이에리사, 박미라 등 대표팀은 예선에서 5연승을 올리며 선전했고,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만나 3-1로 무너뜨리며 이변을 일으켰다. 기세를 몰아 결선리그에서 헝가리를 물리친 후 결승전에서 전 대회 챔피언인 숙적 일본과 맞붙었다. 첫 단식 주자로 나선 이에리사가 완승을 거두고 두 번째 단식에서 정현숙이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이어진 이에리사·박미라의 복식과 마지막 단식에 출전한 이에리사가 승리하며 일본을 3-1로 격파하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귀국 후 대대적인 환영을 받은 선수들은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카퍼레이드를 했다. 엄청난 탁구 열풍이 불어 동네 탁구장이 늘어났고 제2의 탁구 영웅을 꿈꾸는 아이들로 넘쳐났다.

사라예보 우승의 주역으로 당시 19세였던 막내 이에리사는 단체전 단식 경기에서 19전 전승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특이한 이름은 그가 태어나기 2년 전인 1952년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이름의 앞글자를 따온 것인데, 실제로 그는 세계 탁구의 여왕이 됐다. 초등학교 때 처음 라켓을 잡은 그는 중학교 3학년 어린 나이에 1969년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서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1975년까지 무려 7연패를 한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강력한 드라이브가 주 무기였던 그는 하루 1000개 드라이브를 연속 성공시키도록 훈련을 거듭했다. 사라예보의 영광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1978년 선수 은퇴 후 이에리사는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여성 최초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대표팀을 이끌었다. 2005년 태릉선수촌 역사상 첫 여성 촌장이 됐고, 2012년에는 여성 체육인 최초로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됐다. 일흔의 나이가 된 그는 2017년 이에리사휴먼스포츠를 설립해 선후배들과 함께 스포츠의 가치를 나누는 일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라예보 우승 50주년인 지난해 그는 중·고교 탁구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 1억 원을 기부했다. “만약 사라예보가 없었다면, 탁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평생 탁구인으로 살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탁구를 통해 받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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