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의 오늘

리빙센스 2024. 4.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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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스텔라장

<반지의 제왕> 속 '간달프'처럼 현명하고 강한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스텔라장은 남들의 눈이 아닌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한 노래를 부르려 한다. 가수라는 꿈을 이루고 바쁘게 달려온 지난 11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보다는 현재에 충실할 수 있게 된 장성은의 지금 이 순간.

'L'Amour, Les Baguettes, Paris', '집에 가자', '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과 같은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낸 곡들로 사랑받은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 데뷔한 지 10년이 되는 시점인 작년, 오랫동안 몸 담았던 소속사에서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안전한 길보다는 도전적인 환경에 자신을 던지는 과감함. 이는 스텔라장이 아닌 장성은으로 살던 때부터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10년 전에는 오랜 프랑스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라는 꿈에 도전해 첫 싱글을 발표했다. 중요한 순간 발휘되는 대담함은 여전히 그녀 내면에 자리한다. 시간이 지나며 데뷔 초 통통 튀던 음색은 조금 더 차분해졌고, 두렵던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될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동시에 남들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이 매일 해낼 수 있는 작은 성취에 행복감을 느낀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지금의 스텔라장이 되기까지 외부의 소음에 흔들린 적도 여러 번.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결말에서 양자경이 결국 그 모든 멀티버스 속 자신을 두고 현재의 자신을 택하는 것처럼 어느새 스텔라장 역시 지난 모든 선택이 만든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남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내면의 진실한 목소리를 따라 움직여 온 11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할 때는 한껏 들떠 보이는 소녀스러움까지 만날 수 있었던 오늘날 장성은과 나눈 이야기들.

헤어 액세서리로 활용한 스카프는 뉴트로 성수 @newtro_seongsu_2의 것.
스텔라장이 걸친 로맨틱한 무드의 블라우스는 쟈니해잇재즈shop.johnnyhatesjazz.co.kr.  네크리스는 모두 우브oovjewelry.com의 제품.

4월에 새로운 싱글을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곡인가요?

제 앞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일상을 노래하는가수'예요. 제가 부른 노래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인 곡 일 겁니다. 이를테면 이불 정리라던가, 밥 먹고 설거지 하기처럼 좀 하찮기까지 한 것들이요. 그런 작은 것을 성취해 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내용을 담았어요.

무엇에서 감을 받아 이 곡을 만들게 됐어요?

곡을 쓸 당시에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어요. 그 때 하루하루 물 마시기나 세수하기처럼 일상적인 행위들을 적고 완수할 때마다 밑줄을 쫙 그어봤죠. 뜬구름을 잡는 듯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작은 것들을 성취한 경험들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더라고요.

인스타그램@interstellajang에 "요상한 것들을 사부작 대는 요즘입니다"라는 글을 남겼어요. 어떤 요상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웃음).

아무래도 4월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가 아닐까 해요. 콘셉트부터 독특하거든요. 양자경 주연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보셨어요? 세탁소 주인인 양자경이 또 다른 멀티버스 속에서는 쿵푸 마스터고, 유명 배우고, 경극 배우잖아요.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멀티버스 스텔라장 세계관'을 설정해 페스티벌 라인업을 발표했어요. 록 을 하는 '스텔락', 프랑스 사람 '스텔라따뚜이',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어쿠스텔라', 그리고 본체인 제가 헤드라이너죠. 모두 어렵게 모신 분들입니다(웃음).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 즐거워 보이네요. 다만 꽤 오랜 기간 활동했으니 무대가 마냥 즐겁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있었죠. 어떤 시점에는 무대에 오르면 관객이 나를 주시하고 평가하는 어떤 감시자처럼 느껴졌어요. 여기서 내가 잘못해서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하고. 그러다 보니 무대 자체가 두려워지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요새는 '언젠가 내가 원해도 이렇게 무대에 오르지 못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어지는 무대 하나하나 마지막인 것처럼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즐겁습니다.

스스로에게 꽤 엄격한 타입으로 보여요.

재작년까지도 나 자신에게 꽤 많이 엄격했어요. 요즘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려고 애써요. 생각해 보면 나와 함께 이 공간에서 숨 쉬는 사람들 중에 100년 뒤에 살아 있을 사람은 극히 적을 거란 말이죠? 어차피 다 사라질 외부의 시선과 말에 너무 좌지우지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해요.

프랑스에서 생명공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화장품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다 24세가 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로서 첫 싱글을 발표했어요. 좀 더 일찍 진로를 틀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많아요. 중학교 때 데뷔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학원까지 다니고서 데뷔를 한 터라,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6세인 2016년도 후반부터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늦은 나이도 아닌데 그때는 조바심을 많이 느꼈죠.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돌아와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할걸, 대학을 가지 말고 더 빨리 가수에 도전할걸, 대학원을 휴학하고 곧바로 음악 활동에만 매진할걸 등등… 그런 상상까지 해봤어요.

언제부터 그런 가정들이 머릿속에서 멈추었나요?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보다 나에게 많은 걸 가져다 줬을 때. 이를테면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나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던 순간이겠죠. 그 프로그램에 한 번이라도 나가고 싶은 이들도 많을 텐데, 우연찮게 프랑스에서 대학교를 나왔다는 이력 하나로 그런 기회를 얻은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에요. 어쩌다 보니 프로그램에는 6개 국어에 유창한 사람으로 나왔지만. 저는 4개 국어 가능자가 맞습니다(웃음).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텔라장의 모습에는 프랑스 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면도 있잖아요. 맞아요. 유학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프랑스어를 지금처럼 능숙하게 하지 못했을 거고, 많은 분이 좋아하신 <라따뚜이> 커버 OST 유튜브 영상도 그렇게까지 열렬한 반응을 얻지 못했겠죠. 결국 내가 후회하는 수많은 선택들이 지금의 장성은을 만든 거예요. 그걸 깨달은 이후로 과거의 나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됐어요.

데뷔 초창기와 지금의 스텔라장을 비교하면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데뷔 초창기의 저는 목소리에 패기가 넘쳐요(웃음). 지금의 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발랄하고, 때론 화가 나 있죠. 또 2014년에는 최대한 대중적인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작업할 때도 "이런 노래를 내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라는 고민을 주로 했고요. 빨리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깐. 특히 '어제 차이고' 도 주변의 친구들이 던져준 이야기에 상상을 덧붙여 만들었는데, 발표 당시 당돌하고 솔직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오히려 '솔직하고 싶은 나'를 연기 한 거에 가까웠는데도요. 2020년부터는 음악에 좀 더 제 얘기를 담기 시작했어요. 음색도 본래 목소리에 조금 더 닮아 있어서 듣기에 더 편안해진 것 같아요.

최근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면 오랫동안 함께한 소속사에서 독립해 회사를 차린 일이 아닐까 싶은 데요.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궁금했어요.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할 결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오퍼를 받기도 했어요. 우선 '도전해 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생활이 언제까지 평화로울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아직까지는 잘 굴러가고 있어요(웃음).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보다 소수정예로 일하는 게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음악 선배들이 남겨준 피드백 중에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것이 있나요?

페퍼톤스 신재평 선배님의 "죽어라 해도 겨우 할 수 있는 게 현상유지야." 또 하나는 하림 선배님의 "오래 가는 게 센 거야." 가수 활동을 할수록 더더욱 와닿는 문장이에요.

최근 자신에게 강렬하게 향을 준 것을 꼽는다면요?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이라는 책이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는 75년 넘게 음악을 만들었어요. 그럼에도 "창작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있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지금도 쓰고 싶은 곡이 머릿속에 있다"라고 답변했어요.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믿게 되었죠. 그런 면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현역이었던 엔니오 모리코네는 제 롤 모델과 같은 분입니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들었어요. 생각이 많으면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오히려 더 고민스럽지 않나요?

한때 꽤 심각한 결정장애였어요. 틀린 결정은 없고 다른 결정만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선택의 결과 물이 기대보다 못 미쳐도 조금 더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결정장애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여러 개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할 때 가나다순으로 결정해 버리는 거예요. 스콘이랑 토 스트 중에 뭘 먹을지 고민이라면, 알파벳상 s가 t보다 앞에 있으니 스콘을 먹는 거죠.

가나다순으로 정한다? 좋은 방법인걸요(웃음).

스콘으로 정했는데 이게 좀 마음에 걸린다면 진짜 자신의 솔직한 마음도 알게 돼요. '아, 나는 사실 토스트가 먹고 싶었구나' 하고 깨닫는 거죠.

스텔라장의 플라워 패턴 셔츠는 뉴트로 성수 @newtro_seongsu_2. 이너웨어는 코르카 corca.co.kr, 블랙 베스트는 쟈니해잇재즈 shop.johnnyhatesjazz.co.kr. 

직접 쓰신 앨범 소개을 보더라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보여요.

읽는 것보다 쓰는 걸 더 좋아해요. 저에게는 명상처럼 느껴지거든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 생각이 꼬리를 물 때 그 사슬을 끊어주는 데도 글쓰기가 도움이 되죠. 감정이 과부화됐을 때 로 쏟아내곤 하는데, 나 중에 읽어보면 그 당시의 제가 어떤 시기에 놓었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돼요.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10번 넘게 봤다고요. 어떤 부분을 그렇게 좋아하는 거예요?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장면만 봐도 '몇 편이구나, 곧 이 대사가 나오겠구나'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요. 용, 괴수가 나오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반지의 제왕>은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교훈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인터뷰에서 인생에 영향을 준 문장으로 간달프의 명대사를 꼽은 게 기억이 나요.

프로도가 간달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 더라면 좋았을걸" 하며 한탄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때 간달프가 "그건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이지"라고 조언하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상황은 내가 결정할 수는 없구나, 주어진 시간에서 무엇을 할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만 도의 진리를 얻었죠. 살아가면서 더욱 마음 깊이 담게 되는 명언이에요.

간달프라는 캐릭터에 대한 큰 애정이 느껴지네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제 카톡 프로필명이 '간달프'거든요. 간달프 같은 노인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재치 있고, 지혜로우면서도 악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선을 지키는 사람. 하지만 절대 호락호락하진 않죠 (웃음). 용도 물리칠 정도로 강하고요. 그런 어른,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만약 10년 전에 가수로 데뷔하는 선택을 안 했어도 결국 언젠가는 노래를 하게 됐을까요? 꼭 가수는 아니더라도, 소박하게나마 유튜브로 노래 부르는 영상을 올리는 것 정도는 시도해 봤을 것 같아요. 그걸로 돈을 벌거나, 조회수가 폭발해서 엄청난 유튜브 스타가 되지 않더라도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주신다면요.

정규앨범을 올해 안에 낼 계획이에요. 앨범이라는 게 미뤄지기 일쑤니깐 가수들이 보통 이런 얘기하는 걸 꺼려요. 그럼에도 이렇게 선언할 정도로 꼭 올해 내고 싶습니다. 34세의 장성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가 많이 담길 것 같아요.

더 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해서 노래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에서도 괜찮을 것 같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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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권새봄

photographer김연제

스타일링 정예지

메이크업이윤영

헤어 나건웅

장소 협조 을지루이스 와인바@eulji.le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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