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성범죄로 처벌 못하는 '체액 테러'

허시언 기자 2024. 4. 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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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타인의 신체 부위나 옷, 물건 등에 체액을 묻히는 '체액 테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성범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체액이라고 하면 모두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사안에 따라 다른 혐의를 적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텀블러, 가방 등 피해자의 소지품에 체액을 묻혀도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성범죄로 처벌하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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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옷, 물건 등에 체액 묻히는
'체액 테러'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성범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 미비
주로 '재물손괴죄'로 재판 넘겨져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에 관련된 다큐나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편이에요. 영역 생활을 하는 동물들 중에는 자신의 구역을 표기하기 위해 분비물을 여기저기에 묻혀놓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여기는 내 구역이니까 까불지 마!’라는 의미로 본인의 냄새가 잔뜩 나는 분비물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동물이 분비물을 이곳저곳에 뿌리는 행동에는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아니에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죠.

지난해 9월 경남 사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성 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텀블러를 가져간 남학생이 자신의 체액을 넣은 것입니다. 피해 교사는 학교와 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근 가해 학생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재물손괴죄’로 검토될 전망이죠.

비슷한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2018년에는 부산교대에서 여성이 잠시 올려둔 가방과 학습지 등에 남성이 몰래 체액을 뿌리고 도망간 사건이 있었고, 2019년 동국대에서는 여성의 신발에 체액을 넣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020년에는 남성 공무원이 여성 동료의 텀블러와 생수병을 화장실로 가져가 체액을 넣거나 묻히는 행위를 6차례에 걸쳐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죠. 하지만 이 사건의 가해자들 모두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았습니다.

타인의 신체 부위나 옷, 물건 등에 체액을 묻히는 ‘체액 테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성범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체액 테러 사건은 피해자를 향한 성적인 의도가 명확하고, 피해자에게 성적 불쾌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성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해자를 성범죄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체액 테러 사건을 성범죄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성범죄로 처벌하기도 하고, 성범죄가 아닌 다른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기도 합니다. 이는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에 불법촬영 관련 조항을 제외하고는 비접촉 성범죄를 처벌할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체액이라고 하면 모두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사안에 따라 다른 혐의를 적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텀블러, 가방 등 피해자의 소지품에 체액을 묻혀도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성범죄로 처벌하기 어렵죠. 대신 주로 타인의 물건을 손상시킨 혐의(재물손괴죄)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하지만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다고 해도 성범죄 전과 기록도 남지 않고, 형량도 약합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등의 처분도 피할 수 있죠.

2021년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우리나라는 상대방의 물건에 체액을 묻히거나 넣는 등의 행위를 한 자를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한 경우도 성범죄로 인식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며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자기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의 주거·직장·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에 두어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한 개정안을 발의했죠. 하지만 현재까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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