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암초 만난 조각투자사, 신종증권시장 개장도 늦춰지나

김지영 2024. 4.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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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지지부진·높은 건전성 요건…업계 "답답하지만 지켜볼 뿐"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한국거래소 장내거래로 투자 활성화를 꿈꾸던 조각투자 발행사들이 암초를 만났다. 투자자 보호, 건전성 등의 이유로 높아진 허들을 넘지 못해서다. 거래소도 신종증권시장의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했으나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이 없어 개장일이 미정인 상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신종증권시장의 개장이 미뤄질 전망이다. 당초 이달 중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상장이 구체화된 상품이 없는 상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신종증권시장 기준을 충족하는 조각투자사가 없어 신종증권시장 개장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옥션블루의 조각투자 상품인 앤디워홀의 '달러사인'. [사진=서울옥션블루]

신종증권시장은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라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의 대규모 거래를 수용하는 기존 전자증권 방식의 장내 증권시장이다. 미술품, 한우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조각투자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고, 부동산, 음악저작권 등이 '비금전신탁수익증권'에 속한다.

현행법상 신종증권은 각자의 플랫폼에서만 거래가 가능했지만,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장내에서 거래가 가능해졌다. 이에 한국거래소에서 신종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장내시장이 이달 중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증권시장에 투자계약증권을 상장하려던 미술품 조각투자사들에게 제동이 걸렸다. 현행법상 동산의 소유권을 양도할 시엔 실제 동산도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계약증권으로 신청한 조각투자사의 기초 자산은 미술품, 한우 등 실물이기 때문에 양도를 하기 위해선 공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매 거래시 마다 공증을 받을 수 없어 현 상황으로선 양도 제한으로 상장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미술품, 한우 등의 조각투자사들이 현행법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투자계약증권으로 신청한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산절연을 강조했고, 이에 미술품 조각투자사는 해결책으로 현재의 공유 소유권 방식을 도출했다. 도산절연은 조각투자사가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밟더라도,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으로 취득한 상품에 대해서는 파산이나 회생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신종증권시장에 투자계약증권을 상장하지 못하는 조각투자사들은 우선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시행돼야 하는데, 작년 12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투자계약증권 조각투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가이드라인 말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하는데 법 개정에서 막혀있는 단계"라며 "세부 가이드라인으로 명확해진 뒤 향후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상황이 진척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시장이 급하게 열려서 문제가 발생한 뒤 엎어지는 것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비금전신탁수익증권만 신종증권시장에 상장될 수 있지만, 이 역시 기준이 높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업체들 중에선 상장 가능한 곳이 없다. 상장 금액 30억원 이상, 상장 수량 10만좌 이상, 발행인의 자기자본요건 20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조각투자사 대부분이 스타트업이라 거래소의 기준이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거래소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장내시장에선 건전성 요건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건전성 요건도 안 갖춘 곳을 상장시키는 것이 더 문제"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기존의 장외시장에서 거래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결국 한국거래소의 신종증권시장에 상장 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시스템 구축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심사를 할 상품이 없어 개장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 관계자는 "준비는 다 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 상품이 구체화된 게 없는 건 현실"이라며 "상장 상품이 확정되면 시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상품이 먼저 확정돼야 개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개별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곳들은 있지만, 발행사들이 요건도 맞춰야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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