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40조원인데 주가는 딴판…흑자 돌아선 한전, 밸류업 변수는

서진욱 기자 2024. 4. 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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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대해부](27)한국전력, 전기요금과 재무구조 개선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올해 1월2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수혜주 후보로 꼽힌다. 40조원에 육박하는 순자산에 비해 형편없는 주가에 머무른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크게 좌우되는 전력사업 구조는 오히려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됐다. 정부가 한전을 통해 성공적인 밸류업 모델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밸류업 장세에서 52주 최고가(3월14일, 2만5450원)를 경신한 한전 주가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2개월 동안 급등했던 기세가 사라지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전에 대한 밸류업 기대가 유효한지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전은 2023년 이후 주가가 2배 넘게 오른 도쿄전력 사례를 따라갈 수 있을까.

작년 3Q부터 '흑자전환', 올 상반기 전기요금 '동결'
한국전력 실적 추이. /그래픽=이지혜 기자.

증권가는 올 초부터 한전에 주목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실적개선 속도가 한층 더 빨라져서다. 한전 영업손익은 3분기 1조9966억원, 4분기 1조88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해 1·2분기에 단행한 전기요금 인상 효과로 2021년부터 시작된 적자 굴레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때마침 에너지 가격 인하 호재도 발생했다. 증권가는 한전의 실적개선 가시화에 주목하며 목표주가를 3만원 안팎으로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9조8860억원, 순이익 5조1382억원이다. 흑자 기조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공감대도 형성됐다. 증권가의 장밋빛 기대는 올해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다.

일단 상반기 요금 인상은 무산됐다.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한 1㎾h당 5원으로 유지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단기 에너지 가격 변동을 연료비 조정요금에 반영하는데, 연료비 조정단가가 계산 기준이 된다.

재무구조 개선하려면 '요금인상' 필요… 하반기에 이뤄질까?
한국전력 부채비율 추이. /그래픽=이지혜 기자.

한전 매출에서 전기판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2023년 기준)에 달한다. 2021~2023년 막대한 손실로 망가진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전기요금을 인상해 흑자 규모를 키워야 한다. 3년간 누적된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각각 43조433억원, 34조3608억원에 달한다. 2020년 112%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543%까지 불어났다.

2022년 말 한전법 개정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늘었다. 하지만 회사채 한도 상향이 2027년 12월31일 일몰되기 때문에 회사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134조원에 달하는 사채·차입금 문제는 더는 미뤄둘 수 없다.

문제는 재무구조 개선의 열쇠인 전기요금 인상이 실현될 수 있는지다. 4·10 총선이 열리는 2분기 전기요금 동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고물가 논란 역시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을 주는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증권가의 실적개선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전기요금은 한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인가한다. 전기위 인가 전 산자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협의가 이뤄진다. 한전이 전기요금 변동안을 제시하되 정부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물가에 민감한 민심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 지형 변화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년간 무배당, 올해는 배당 가능할까?
한전 주가 추이. /그래픽=조수아 기자.

재무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다. 한전은 2020년 배당 이후 3년간 무배당을 이어왔다. 2020년의 경우 보통주 1주당 1216원, 총 7806억원을 배당에 썼다. 증권가는 올해 영업이익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경우 배당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추정한다. 배당에서 자사 매입 및 소각까지 나아가려면 더 큰 규모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필요하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밸류업 정책에 부응해 백지신탁 한도인 3000만원까지 한전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11일과 12일 400주씩 총 800주를 1912만원에 샀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첫 한전 주식 매입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전기요금은 원칙적으로는 1㎾h당 2.5원의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분기별 조정단가의 상한선을 유지했다"며 "그간 불충분한 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던 만큼 국제 에너지 가격 및 물가 상승률이 안정화되면서 반대로 높은 전기요금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과거 연속된 적자로 배당을 시행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큰 폭의 흑자전환을 달성하면서 배당 재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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