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열맞춘 가지가 하늘로 쭉쭉…사과 ‘다축형 과원’ 가보니

하지혜 기자 2024. 4. 8.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에 자리한 3만4700㎡(1만497평) 규모의 내포농원.

임춘근 내포농원 대표는 "다축형 수형은 표면적이 넓어서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착색이 잘되고, 가지가 짧기에 가지끼리 부딪혀 사과에 흠집이 나는 일도 없다"며 "다축형으로 재배한 지 3년찬데 방추형보다 생산성이 3배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 사과 다축형 과원 <충남 예산>
잔가지 없애 수형 단순화
표면적 넓어 햇볕 골고루
기계작업 쉬워 일손 절감
초기 시설투자비 부담 커
농가 재배 전환 쉽지않아
과원특화단지 지원 관심
충남 예산 내포농원에 다축형 수형의 사과나무가 벽처럼 줄지어 서 있다. 파이프로 만든 덕시설이 2개 이상의 원줄기(축)가 수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해준다. 네모 안은 사과 다축형 수형의 개요.

충남 예산군 오가면에 자리한 3만4700㎡(1만497평) 규모의 내포농원. 이곳에선 ‘엔비’ ‘시나노골드’ ‘후지’ 등 여러 품종 사과를 남다르게 재배한다. 일반 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추형 대신 키큰세장방추형과 2축형·다축(多軸)형 등 평면 수형을 몇년 전부터 도입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래형 스마트과원의 기반으로 꼽히는 다축형 수형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4일 찾은 내포농원의 다축형 수형 과수원에는 파이프 덕시설에 묶여 있는 사과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다축형은 하나의 대목에 2개 이상의 원줄기(축)를 수직으로 배치해 벽처럼 납작한 형태로 키우는 수형이다. 덕시설이 축을 수직으로 고정시키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다축형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은 방추형과 다르게 축을 중심으로 최대한 잔가지를 없애 수형을 단순하게 만든다. 밀식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열매가 맺히는 가지도 짧게 유지한다. 이같은 수형은 품질·생산성 향상과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임춘근 내포농원 대표는 “다축형 수형은 표면적이 넓어서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착색이 잘되고, 가지가 짧기에 가지끼리 부딪혀 사과에 흠집이 나는 일도 없다”며 “다축형으로 재배한 지 3년찬데 방추형보다 생산성이 3배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형이 단순하다 보니 통풍이 잘되고 농약을 조금 뿌려도 고루 잘 묻어 병충해도 적다”고 덧붙였다.

기계 작업이 용이하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사과나무를 벽처럼 평면으로 줄지어 세우다 보니 열간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돼 표준화된 농기계를 도입하기 좋다는 것이다. 기계를 활용해 가지치기(전정), 꽃 솎기, 제초 등 작업을 할 수 있어 방추형보다 노동력을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축형 수형 과수원을 스마트과수원으로 부르는 것도 기계화·무인화 설비를 도입할 수 있어서다.

물론 다축형 수형 과수원에도 한계는 있다. 무엇보다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내포농원의 경우 올해 농촌진흥청의 ‘다축과원 기반 조성 시범사업’에 참여해 1653㎡(500평)에 덕시설·배수시설 등 기반을 조성하는 데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햇볕데임(일소) 피해를 막기 위해 미세살수장치나 일소방지망 등도 갖춰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찮다. 미세살수장치 설치비는 1㏊(3000평)당 1600만원에 달한다.

임 대표는 “다축형은 수형이 단순해 일소 피해를 보기도 하는데 햇볕이 강할 땐 미세살수장치를 활용한 안개 분무로 자외선을 차단한다”며 “사과나무를 벽처럼 평면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태풍이 오면 쉽게 넘어갈 수 있어 나무를 지지하는 덕시설 등도 견고하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농가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다축형 수형 재배로 선뜻 전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표본농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가 다축형 수형 재배로 전환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초기 시설 투자비용’(21.4%)이 가장 많이 꼽혔다. 신뢰성 부족(18.1%), 재배기술의 어려움(17.0%), 고령화(11.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강원 등 미래 사과 재배적지를 중심으로 스마트과수원 특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혀 지원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민간이 스마트과수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국고 보조와 융자를 지원한다”며 “구체적인 지원 조건은 재정당국과 협의한 후 내년 예산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