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꽃반지 끼고 봄 노래 불러볼까

관리자 2024. 4.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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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관련된 노래 하면 요즘은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꽃'이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같은 노래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봄이 오면 기타 치며 불렀던 인기곡은 바로 은희의 '꽃반지 끼고'였다.

그러나 김세환은 본인이 녹음할 것이라며 은희가 부르는 것을 거절했다.

그러자 황우루는 레코드 녹음을 강행해 이 노래는 비슷한 시기에 김세환이 '오솔길'로, 은희가 제목을 바꿔 '꽃반지 끼고'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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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꽃반지 끼고’
1970년대 ‘봄 노래’라고 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압도적 인기를 끌던 ‘꽃반지 끼고’가 수록된 은희의 독집.

꽃과 관련된 노래 하면 요즘은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꽃’이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같은 노래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봄이 오면 기타 치며 불렀던 인기곡은 바로 은희의 ‘꽃반지 끼고’였다. 지금은 40대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인기란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1970년대 은희의 인기는 굉장했다.

1951년생 은희는 제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노래에 소질을 보여 제주방송국 어린이 합창단과 성우로 발탁돼 활동했다. 이후 잠시 군에 입대했다가 1970년 서울로 와 포크 가수가 되기 위해 기회를 엿보던 중 가수 지망생 한민을 만났다. 두 사람은 듀엣 ‘라나에로스포’를 결성해 음반을 발표했는데, 그 노래가 바로 1970년대를 풍미한 포크송 ‘사랑해’였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하며 시작하는 은희의 음색은 가요계를 뒤흔들어 놓았고, 그는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민과의 불화로 활동도 하기 전에 팀을 탈퇴하고 말았다.

이때 은희를 눈여겨본 인물은 가요계의 기인으로 소문난 제작자 황우루였다. 그는 은희에게 당시 쌀 한가마니값인 1만원을 매월 주기로 하고 영입에 성공했다.

이후 두 사람은 라이브 무대에서 가수 김세환이 부르던 작자 미상의 노래 ‘오솔길’을 음반에 수록하고 싶어 찾아갔다. 그러나 김세환은 본인이 녹음할 것이라며 은희가 부르는 것을 거절했다. 그러자 황우루는 레코드 녹음을 강행해 이 노래는 비슷한 시기에 김세환이 ‘오솔길’로, 은희가 제목을 바꿔 ‘꽃반지 끼고’로 발표한다.

당시에는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작자 미상의 노래가 많아 레코드를 발표해버리면 선점할 수 있었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 / 그대가 만들어 준 꽃반지 끼고 /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 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웠던 추억.”

그렇다면 은희와 김세환의 대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희의 완승이었다. 은희가 부르는 ‘꽃반지 끼고’는 7만장이 넘게 나가는 대박을 터트렸다.

이제 세월이 흘러 은희의 인기를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모습을 보며 ‘명심보감’의 ‘만사분이정 부생공자망(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을 떠올린다. 모든 일은 때와 분수가 정해져 있는데 사람들은 부질없이 혼자 바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모두에겐 좋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영원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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