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지혜로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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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앞으로 다가온 22대 국회의원 투표일을 앞둔 심정이 착잡하다.
민주주의의 축제이어야 할 선거가 막장 드라마 같아서이다.
막장극은 채널을 바꾸거나 끌 수 있지만 선거는 그러지도 못한다.
앞으로 어떤 자격미달자도 피선거권만 있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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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과 동문회는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제자들을 성상납’했다는 말을 한 ‘수원정’ 출마자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60개 여성단체는 김 후보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초등생·종군위안부의 성관계’ 발언을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런 이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했다. 3년 전에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정조 왕에 비유하고, 생가 앞 소나무가 기운을 준 것 같다며 이 대표 칭송에 원시사회의 토테미즘마저 동원하였다. 공천이 확정된 후에는 ‘하늘의 뜻’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함몰되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세를 확신하며 그를 사퇴시키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유권자의 양식과 ‘묻지마 지지자’가 아닌 20∼40%에 달하는 무당층과 중도층을 무시하는 민주당의 오만이 섬뜩하다.
후안무치는 넘쳐난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박은정)는 1년에 40여억원의 소득 증가에 대해 비난받자 배우자가 진짜 예우받았다면 160억원은 됐을 거라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황운하), 음주운전 1회와 무면허 운전 3회의 전과 후보(신장식)도 있다. 당을 만든 대표(조국)는 1심과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 중이다. 앞으로 어떤 자격미달자도 피선거권만 있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든 것이다.
1940년대 이래 선거와 투표행위를 조사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들은 투표행위 과정에서 외부 메시지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개인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투표하는 능동적인 개인을 발견했다(‘Communication and election campaign’, O’Keefe & Atwood). 능동적인 유권자는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 후보자의 입장·성실성·정책·정책의 공공성·해결책을 꼼꼼히 살피고 투표권을 행사한다. 비정상적인 언행으로 말썽을 일으킨 후보는 물론이고 출마지역 공동체를 위한 청사진보다 정권 심판만을 앞세우는 후보는 봉사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이다. 민생에 우선해야 할 총선을 탄핵용 선거로 변질시키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뽑지 말아야 할 후보를 뽑지 않는 것도 지혜로운 선택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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