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21·22대 국회 말뿐인 `노답` 정치"… 낙천지역서 청년창업가로 변신

한기호 2024. 4. 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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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빈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출마 준비했던 대구 동성로서 '디지털디톡스' 콘셉트 북카페 창업 도전
20대 주자 경선 비용 전액 면제라더니 기회조차 없어…정치권의 현실
"정치인일 땐 상권 '재활성화' 말만 되풀이… 직접 장사하며 고민할 것"
강사빈씨는 제22대 총선 대구 중남 예비후보일 당시 후원회장부터 실무진까지 같은 20대 청년들을 위주로 선거캠프를 꾸렸다.<강사빈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페이스북 사진>
강사빈(23)씨는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지역구(대구 중남) 국회의원 최연소 후보직에 도전했다가 좌절된 뒤, 중앙당 상근부대변인직을 내려놓고 '디지털 디톡스' 컨셉의 북카페 창업에 나섰다. 경북대 미대 재학생인 강씨는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셀프 인테리어에도 도전 중이다.
강사빈씨가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4월 중 창업 목표로 준비 중인 북카페 공간의 셀프 인테리어 현장. 강씨 등이 직접 구해서 나른 몰탈(시멘트 반죽) 자루가 쌓여있다.

"국민의힘에선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돕겠다며 20대 경선 후보자에 대해 경선 비용을 전액 면제한다고 했지만, 20대인 저에겐 경선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우리 당에 '변호사가 아닌 청년'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것이 정치권이 청년들을 대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2001년생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으로서 제22대 총선 최연소 국회의원 후보에 도전했던 강사빈(23·사진)씨는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모든 것은 저의 부족함이라 생각하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마음"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청년정치 외면' 실태에 내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가 도전했던 지역구는 대구 중구남구다. 8명이 지원했지만 '올드보이 3자 경선'이 결정됐다. 결선까지 거친 후보는 흠결로 공천이 취소되자 불복,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2년 만의 지역구 재도전으로 경선 진출을 기대했던 강씨는 깜깜이 탈락했다. 지난 2월18일 "당이 필요로 하는 어떤 위치에서든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지만 당의 부름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강씨는 "저처럼 '백'없고 돈없는 청년은 전력(戰力) 자체가 아니었던 게 아닐까"라고 자조했다.

10대 때부터 사회운동에 뛰어들어 손수 사단법인 창립, 언론사 운영에 이어 정치에 도전한 그는 "(경북대에 진학한) 2021년부터 대구 중·남구에 자리잡고 활동해왔다. 싱크탱크(청년나우정책연구소)를 통해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 만들어왔다"고 회고했다.

또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며 여러 지역 현안을 각종 매체에서 다뤄왔고 중앙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목소리들을 전해왔다. 3년 넘게 준비해왔기에 기대도 컸는데 당은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사랑했고 몸담고 있는 당의 결정이기에 '선당후사' 정신으로 승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금 복기해 보면 당은 저를 '선수'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부실 공천으로 우리 지역이 전국적 이슈가 된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욱 씁쓸하고 한숨이 나왔다"고 전했다. 가는 21대, 오는 22대 국회를 두고도 "노답(답이없는) 정치"라고 요약했다.

강씨는 "21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 야당은 정부여당 발목만 잡으며 모든 사안을 정쟁으로 몰았고 여당은 협치하지 않았다. 국민께 엄청난 피로감을 줬다"며 "그 멤버가 그대로 유지된단 생각을 해보시라. 감동은커녕 혁신 자체가 실종된 공천"이라고 직설했다. 또 "청년유권자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청년정치인의 제도권 진출이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지역구 후보자 699명 중 20대는 4명(0.6%), 30대는 34명(4.9%)에 그쳤다. 254개 지역구 후보 중 39세 이하는 국민의힘이 11명(4.3%), 더불어민주당은 9명(3.7%)뿐이다.

'주류 청년정치인을 비판한 적도 있다'는 물음에 그는 "여전히 생각은 같다. '정치 혐오'에 의존하고 피로감을 주며 정치적 이익만 챙기는 행태를 비판했고 여전히 여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청년을 소모품으로 보는 당의 시각이 바뀔 때까지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지망생으로서 회한이 많은 강씨는 '창업준비생'으로 변신했다. 여느 정치인과는 달리, 선거사무소를 차렸던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에서 "창업을 준비하며 셀프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고 SNS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4·10 총선 기간 결정했고, 이달 중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마는 '디지털 디톡스' 콘셉트의 북카페다. 강씨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컨셉의 책방 겸 카페로, 온갖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자극에서 해방되는 '쉼'의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컷오프(공천 배제)된 뒤 너무 힘들어 정치뉴스를 보지 못했는데 오히려 '쉼'을 느꼈다"는 사연을 전하면서다.

그는 "시사평론가로, 정당 대변인으로 생활하며 매일 정치뉴스를 살피고 비판하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삶에 누적된 정신적 피로가 컸다. 저에겐 그 요소가 정치뉴스지만, 다른 이들에겐 다른 이유로 피로감이 클 것"이라며 "이런 '자극'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진정한 '쉼'의 공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북카페 반월'. 상호도 미리 정해뒀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업종 전환에 강씨는 "이것은 내가 책임지는 방식"이라며 "두번이나 대구 중남에 출마하며, 공실률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동성로 상권 '재활성화'를 말해왔다. 말뿐이 아닌 직접 장사를 하며 상권 활성화 방안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낙천된 정치인 강사빈'이 아닌 진짜 '지역을 위한 고민을 하고, 행동하는 강사빈'이 되기 위해 결단을 앞당겼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년 창업의 현실이 만만찮다. 그는 "순탄치 않다. 대출 상담을 받고 다니면서, '모 정치인의 자녀 대출' 문제를 접하고 진심으로 분노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특히 금융권에서 정당인, 평론가로 살아온 제 삶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비용 문제가 커, 미술로 대학 간 제 손을 믿어보고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는데 많은 분들의 우려대로다. 당장 바닥작업을 하느라 구매한 몰탈(시멘트 반죽) 25kg짜리 50개를 3층까지 나르는데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아울러 "최저의 비용으로 해결하기 위해 매일매일 발품팔고 12시간이 넘도록 순수 노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강씨는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지역 창업을 한다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며 초심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제가 열게 될 카페를 시작으로 골목 상권이 살아난다면, 누구보다 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제 소원이, 다른 방향이지만 어쨌든 이뤄지기에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금마'는 지역에 진심이었다"고, '행동'으로서 기억되고 싶다고도 했다. 정치의 꿈도 완전히 접진 않았다.

강씨는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지금도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권으로 인해 힘들다는 걸 잘 안다"며 "오만하게 (성공에) '자신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지만, 그분들처럼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본보 독자들을 향해서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염치없지만 성원과 관심을 계속 보내달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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