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족과여성역사관에 있던 ‘위안부’ 사료, 둘 데가 없네

김영동 기자 2024. 4. 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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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찾아간 부산 수영구 수영동의 옛 '민족과 여성 역사관'(역사관) 자리에는 8층짜리 새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시모노세키 재판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는 보관·전시 공간 마련을 검토할 수 있지만, 김문숙 전 이사장과 관련된 자료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공간 제공이 여의치 않다"며 "사료 정리가 끝나는 대로 여가부 등과 공간 확보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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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전시관인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있었던 부산 수영구 수영동. 건물이 헐리면서 역사관은 사라졌고, 새 건물(가운데)이 들어섰다. 김영동 기자

지난 5일 찾아간 부산 수영구 수영동의 옛 ‘민족과 여성 역사관’(역사관) 자리에는 8층짜리 새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역사관이 입주해 있던 3층짜리 상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어 올린 건물이었다. 건물 안쪽에는 인테리어 공사 도구와 자재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수영동 주민 김아무개(57)씨는 “역사관은 없어진 지 몇년 됐다. 사람들한테서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역사관을 운영했던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협의회) 쪽에 알아보니, 역사관은 2022년 4월부터 휴관 상태였다. 140여평(462㎡) 규모의 옛 역사관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었다. 피해자 사진과 신문기사, 관련 서적과 ‘시모노세키 재판’(부산 지역의 종군위안부·근로정신대 피해자가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재판) 기록 등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피해 할머니들의 심리 치료 그림도 있었다.

역사관은 시모노세키 재판을 일부 승소로 이끌었던 고 김문숙 전 협의회 이사장이 2004년 사재를 털어 세웠다.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그는 1991년 협의회를 세운 뒤 피해자 10명을 찾아내 1992년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지부에서 ‘부산 종군위안부, 근로정신대 공식 사죄 등 청구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1998년 일본 사법부는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이를 다룬 영화가 ‘허 스토리’다.

김 전 이사장은 2021년 10월29일 세상을 떠났다. 두달 뒤 역사관이 입주해 있던 건물 철거가 확정됐다. 문제는 역사관이 전시·보관해온 사료들이었다. 협의회는 부산시에 작은 공간이라도 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협의회는 할 수 없이 사료 보존을 위해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사료 보관·정리·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1차 공모에서 선정된 창원대가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사료 정리와 전시를 했고, 이후 강원대와 아카이브 전문 업체 앵커랩이 자료를 넘겨받아 2차 사료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협의회는 김 전 이사장이 활동했던 부산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와 실물 자료 전시 공간을 마련하려고 방법을 찾고 있다. 김주현 이사장은 “부산에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 사료를 전시하고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시모노세키 재판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는 보관·전시 공간 마련을 검토할 수 있지만, 김문숙 전 이사장과 관련된 자료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공간 제공이 여의치 않다”며 “사료 정리가 끝나는 대로 여가부 등과 공간 확보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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