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 반작용으로 작동하는 발사체…한국도 우주 강국으로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4. 7.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힘이 필요한 발사체

한국 최초의 달 착륙선 개발이 본격화된다고 합니다. 많이 남긴했지만 8년 뒤인 2032년,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에 착륙선을 싣고 달로 향한다고 하는데요, 이 임무에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와 함께 10t 중량의 물체를 우주 공간에 내려놓을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도 시작합니다. 우주개발을 전담할 우주청도 곧 문을 연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나 있을 법한 민간 로켓 기업 ‘이노스페이스’도 지난해 시험 발사를 마치고 올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주개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게 바로 발사체입니다. 어려워보이는 발사체, 교과서 속 언어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등학교 교과서 물리1을 보면 ‘뉴턴의 운동법칙’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배우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발사체는 이용합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걸을 수 있는 이유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입니다. 사람이 손으로 벽을 밀면 동시에 벽도 사람의 손을 밀어내는 게 바로 작용·반작용의 법칙인 만큼, 수직으로 세워진 발사체의 아래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화염이 발사체를 들어올리게 됩니다. 우주 공간까지 날아가야 하는 만큼 끊임없이 연료가 연소되면서 불을 내뿜어야 합니다.

물리1에 나오는 식으로 간단히 계산도 가능합니다. 발사체 엔진의 힘은 ‘뉴턴(N)’으로 표시합니다. 1kg의 물체를 1m/s2의 가속도를 내게 하려면 필요한 힘이 1N입니다. 아시다시피 중력 가속도는 9.8m/s2입니다. 1kg의 물체가 1m/s2의 가속도를 얻으려면 9.8N의 힘이 필요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1kg의 물체를 들고 있을 때 필요한 힘을 대략 9.8N으로 보시면 됩니다.

수t의 무게에 달하는 발사체를 우주로 내보내려면 그만큼 엄청난 힘이 필요합니다. 발사체가 우주로 나아갈 때까지 연소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또한 이때 발생하는 진동을 견디고 자세 제어까지 해가며 우주로 나아가는 일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발사체 기술을 아무나 확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원심력과 구심력으로 확인한 지구 탈출속도
누리호 발사 장면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의 끝에는 대부분 ‘인공위성’이 탑재돼 있습니다. 발사체가 특정한 궤도에 다다랐을 때, 위성을 분리합니다. 그러면 위성은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며 우주로 나아갑니다. 이때는 ‘우주 속도’가 필요합니다. 일단 인공위성이 도망가지 않고 지구 궤도를 도는 것은 중학교 과학교과서에서 배우는 원심력, 구심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이 달린 줄을 힘차게 돌립니다. 이 공은 줄에 매달린 채 제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공이 줄을 벗어나려는 힘은 원심력, 회전하는 공이 안쪽으로 받는 힘은 구심력입니다.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크면 돌은 제게서 달아날 겁니다. 구심력이 크면 돌지 못하고 떨어질 거고요. 인공위성은 지구가 당기는 중력에 따른 구심력과, 인공위성이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이 같아 지구 주변을 돌게 됩니다. 중력의 크기는 변함이 없는 만큼, 이와 같은 속도를 만들어 주면 인공위성은 떨어지지 않고 지구 주변을 돕니다. 이 속도가 바로 우주 속도로 초속 7.9km입니다. 1초에 7.9km를 이동하는 엄청난 속도죠. 지구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는 초속 11.2km입니다. 달 탐사선을 달로 보내려면 이 속도가 필요합니다.

우주 기술은 어렵습니다. 모든 게 극한 환경에서 구현이 되어야 하는데 규모도 엄청납니다. 발사체 발사 과정에서 연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발사체는 우주로 향할 수 없습니다. 스케일은 상당히 큰데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한국은 과거 인공위성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냈지만 최근 달라졌습니다.

한화,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기업들이 발사체 제작에 나서면서 우리가 만든 발사체에, 우리가 만든 위성을 싣고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또 일부 확보를 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우주를 논하고, NASA가 화성을 이야기할 때 먼 나라 일로만 여겼는데 이제는 우리도 빠지면 섭섭한 나라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달탐사궤도선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 사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