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하늘 꾸밈없는 자연 옥빛 바다, 이곳에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4. 4. 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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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베트남의 몰디브' 푸꾸옥
땅 절반이 보전지 청정 자연 간직
2개 해변 닿는 '프리미어 빌리지'
일출과 일몰 모두 감상할 수 있어
유럽 옮겨온듯 알록달록 선셋타운
사랑 잇는 '키스브리지' 핫플 등극
세계 최장 케이블카로 바다위 슝~
산호 가득 '혼텀섬' 물속구경 재미
베트남 푸꾸옥 남방의 선셋타운

비행기를 타고 6시간가량 날아가면 아는 사람만 가는 섬이 있다. 나만 알고 싶은 곳이면서도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E(외향인)도 I(내향인)도 만족할 만한 휴양지. 에메랄드빛 바다, 연중 따뜻한 날씨, 신비한 전설, 다양한 수상·해양 액티비티, 지중해식 해산물 요리, 길거리 공연이 편성된 야시장 등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베트남의 몰디브. 바로 푸꾸옥이다.

푸꾸옥은 베트남 남서쪽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589㎢로 베트남 도서 가운데 가장 크다. 주민 약 18만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거나 후추 농사를 짓고 고깃배를 몰면서 살고 있다. 푸꾸옥은 다낭과 냐짱, 하노이, 하롱베이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베트남 정부가 경제수역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개발공사와 물가 집중 관리에 나선 지 얼마 안 돼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단기여행과 가족여행 모두 추진할 만하다. 외국인은 무비자로 최대 45일까지 머무를 수 있어 별도의 비자 신청이 필요하지 않다. 여행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항공사들이 속속 직항을 편성하면서 접근성도 개선됐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해 푸꾸옥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새벽에 도착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공항 픽업 서비스와 얼리 체크인이 보편적이다.

프리미엄 빌리지 푸꾸옥

CNN이 선정한 꼭 가봐야 할 23개 여행지에 이름을 올리고, 아직까지 절반 이상의 땅덩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보호되고 있을 정도로 청정 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푸꾸옥. 더 늦어지기 전에 방문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푸꾸옥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가까이 달리면 푸꾸옥 최남단 옹도이곶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럭셔리 리조트가 즐비하다. 여기에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이 있다. 녹음을 병풍처럼 두르고 해안선을 따라 자리 잡은 새하얀 건물과 은은한 조명이 그린 듯이 아름답다. 지형이 고리 모양이라 두 개의 해변으로 둘러싸여 푸꾸옥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리조트로 입소문이 났다.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은 2018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직격타로 영업을 중단한 바 있어 현재 운영 중인 215개의 프리미어 화이트 빌라와 49개의 에덴 베이 빌라 모두 새것 같다. 바람을 타고 플루메리아 꽃향기가 스쳤다.

키스브리지 위 입맞춤하는 커플

전 객실이 독채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거실·침실·화장실·발코니·주방시설을 모두 갖춰 가족 혹은 친구들과 머무르면 가성비가 좋아진다. 성인 기준 최대 4명이 머무를 수 있는 침실 2개짜리 빌라가 1박에 약 30만원이다. 객실마다 마련된 개인 풀장에서는 수면에 쟁반을 띄워 간식을 먹거나 물놀이를 하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일부 객실은 아예 바다와 연결돼 있다.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 내에는 '킹스웰'이라는 유적이 있다. 가이드 하이킹 서비스를 신청하면 킹스웰의 전설에 대해 들을 수 있다. 전쟁이 한창이었던 응우옌 왕조 시절 자롱 왕이 적군을 피해 군대를 이끌고 옹도이곶에 숨어들었다가 식량과 식수가 떨어지자 땅에 칼을 꽂고 "내가 왕이 될 운명이라면 내 병사들을 살려주시오"라고 기도하니 지하에서 기적적으로 샘물이 솟았다는 이야기다. 주민들은 이 우물에서 소중한 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케이블카

이 밖에도 주변 관광명소 투어를 원하면 안내문과 차량을 제공하고, 리조트 내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카트를 호출할 수 있다. 또 투숙객이라면 요가와 스노클링, 페인팅, 건강주스 만들기, 꽃꽂이, 염소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관광지와 가까운 리조트를 원한다면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를 추천한다. 빌라 간 거리가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보다 가깝고 침실 크기도 작지만, 성인 기준 최대 6명이 묵을 수 있는 침실 3개짜리 풀빌라가 1박에 25만원 정도로 더 저렴하다. 리조트 내 워터파크에서 수영하는 틈틈이 풀 바에 앉아 얼음을 넣은 생과일주스를 마시면 별미가 따로 없다. 망고주스와 수박주스는 물론 당근주스까지 맛있다.

혼텀섬 바다 산책을 즐기는 기자

리조트가 부담스럽다면 호텔을 이용하면 어떨까. 맑은 바다색과 고운 백사장으로 전 세계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켐비치를 중심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프리미어 레지던스 푸꾸옥 에메랄드베이'에서는 프라이빗 해변 산책이 필수적이다. 파도가 밀려오고 포말이 부서지는 것이 잘 보였다.

관광보다 호캉스를 선호하는 새로운 여행 방식이 주목받는 시대에 차별화된 콘셉트로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호텔도 있다. 푸꾸옥 토박이 커플이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그 절경을 잊지 못해 최대한 비슷한 느낌의 호텔을 짓자고 약속하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선셋타운에 '라 페스타 푸꾸옥 힐튼'을 오픈했다. 진짜는 아니고 그냥 스토리텔링이다.

라 페스타 푸꾸옥 힐튼에서 투숙객 예약률이 가장 높은 객실은 키스브리지 뷰다. 유리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면 시야가 탁 트인다. 고요한 바다와 자갈이 깔린 거리, 스타벅스 간판이 햇빛을 받아 오래 반짝거린다.

다낭에 골든브리지가 있다면 푸꾸옥은 키스브리지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 다리는 교량이 양쪽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뻗어오다가 가운데에서 만나 되돌아가는 형태다.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는 없지만 소통이나 포옹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탈리아 건축가인 마르코 카사몬티가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아담의 창조와 견우직녀 오작교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 사랑과 연결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만큼 커플들의 인증샷 스폿이 됐다.

다만 선셋타운은 지중해 마을을 재현해 베트남 현지 느낌은 거의 없다. 종탑을 세우고 건물에 알록달록한 컬러의 페인트를 칠해 동화 속 같았다. 또 해산물을 주요 음식 재료로 다루는 식당이 많았다.이탈리아 콜로세움이 연상되는 대형 공연장에서는 밤마다 미디어아트쇼와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공연이 마무리될 무렵이면 베트남 최초 해변 야시장 '부이페스트 바자'가 개장한다. 베트남 주민들은 햇볕이 뜨거운 낮을 피해 밤에 외출하는 경우가 잦다. 조리도구와 악기를 들고 길거리에서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에너지 넘쳤다

혼텀섬 방문도 빼놓을 수 없다. 혼텀은 베트남어로 파인애플이라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30인승 해상 케이블카가 선셋타운과 혼텀섬을 이어준다. 총길이가 7899m에 달해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케이블카에 15분 동안 몸을 맡기면 발밑으로 해안마을 풍경이 지나간다. 관광지와 달리 판잣집이 즐비해 베트남의 빈부 격차를 새삼 실감하게 됐다. 선박이 유유히 드나드는 모습만큼은 평화로웠다.

혼텀섬은 거대한 테마파크다. 베트남 디벨로퍼 선그룹이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혼텀섬은 워터파크와 놀이공원으로 이뤄져 있다. 일부 구역에서는 고급 리조트 건설이 한창이었다. 어트랙션 중 에버랜드의 티엑스프레스와 비슷한 롤러코스터가 있어 지나칠 수 없었다. 체감 속도는 티익스프레스보다 느렸고 경사도 급하지 않았다. 목재 슬레이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롤러코스터 정상에서 혼텀섬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혼텀섬은 산호 보존 구역이기도 하다. 바닷속을 걸으며 산호와 물고기를 구경하는 시워크도 이색적인 경험이 됐다.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체험 공간까지 이동하면 강아지들이 관광객들을 반겨주거나 낮잠을 자고 있다. 입수하는 순간부터 다이버가 일대일로 붙어 길을 안내하고 산소가 공급되는 헬멧을 착용하기 때문에 수영할 줄 몰라도 체험이 가능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아쿠아슈즈를 신고 바닷속을 돌아다녔다. 직접 만져본 분홍빛 산호는 까끌까끌하고 단단했다. 체험을 마치면 전광판에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다이버가 촬영해준, 바다 산책을 체험 중인 내 모습이다. 시야가 뿌옇고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무서움을 감수할 수 있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취재 협조=선그룹(Sun Group)

[푸꾸옥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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