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싱크대 그저 그렇더니... ‘아파트 빌트인’ 2조원대 담합 걸렸다
국내 주요 가구 업체 수십 곳이 신축 아파트에 설치되는 ‘붙박이(빌트인) 가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등 국내 31개 가구 제조·판매 업체의 담합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31억원을 부과한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해놓거나 입찰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지을 때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신발장 등을 보통 최저가 입찰을 통해 빌트인 형태로 설치해둔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구 업체 직원들은 제비뽑기 등으로 낙찰받을 순번을 정하고, 낙찰 예정 업체가 뽑힐 수 있도록 나머지 업체들은 더 높은 입찰가를 썼다. 이 과정에서 가구 업체들은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입찰 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했다.
공정위는 작년 4월 검찰 요청에 따라 31개 업체 중 한샘, 에넥스 등 8개 업체를 먼저 고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8개 업체와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체 채팅방에서 한 가구 업체 관계자가 ‘저번에 제비뽑기한 대로 이번 현장은 저희 차례입니다. 42억5000만원에 들어갑니다’라고 하자, 다른 업체 관계자들이 ‘저희는 43억원 쓸게요’ ‘저희는 43억8000만원 쓰겠습니다’라고 하는 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10년 여간 가구 업체 담합으로 인한 매출액이 1조9457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구 업체 담합은 아파트 분양가 상승 요인이 되기도 했다. 공정위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구 업체들은 경쟁으로 했을 때보다 5% 정도 높은 금액에 합의했다”며 “전용면적 84㎡(약 34평) 아파트는 500만원 정도가 빌트인 원가인데, 이 경우 입주 예정자는 25만원(500만원의 5%) 정도를 더 낸 셈”이라고 했다.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된 한샘은 이날 “책임을 통감하며 한샘을 믿고 아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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