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죽통에서 터지는 육즙의 향연 ‘딤섬’

정래연 2024. 4. 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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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 사진. 정래연
대만 딘타이펑의 샤오마이 사진. 정래연
대만 쓰린야시장에서 판매하는 '성지엔빠오' 사진. 정래연

대만서 뭐먹지② 딤섬

대만의 딤섬은 '먹여행(먹는+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다. 한국에서 딤섬은 대만 딤섬 프랜차이즈 '딘타이펑'이 들어오며 대중화됐다. 딘타이펑의 경우 샤오롱바오가 가장 유명하다.

우리는 '딤섬'을 만두와 혼용해 쓰기도 하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딤섬(點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으로 아침, 점심 전후로 간단하게 먹는 만두 및 과자류를 뜻한다. 만두는 딤섬의 한 종류다. 점심(點心)을 광둥어로 '딤쌈'이라고 읽는다.

딤섬은 넓은 땅, 지역색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했다. 종류만 3000여개가 넘지만 만두 모양으로 구분할 때 크게 7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반달모양으로 빚은 만두 '자오쯔(교자)'다. 피를 밀가루가 아닌 전분으로 만들어 내용물이 보일정도로 피가 얇다. 투명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자오쯔에는 새우를 넣은 '하가우'가 있다.

둘째, '바오쯔(포자)'다. 바오쯔는 만두피를 보자기처럼 둥글게 말아싼 형태의 만두다. 자오쯔에 비해 만두피가 두껍다. 대표적인 딤섬으로 '샤오롱바오(소룡포)'가 있다. 샤오롱바오는 작은 대나무 바구니에서 찐 만두라는 뜻으로, 돼지껍질, 사골 등을 우려낸 육수를 젤라틴화 해 소와 섞어 만두소에 넣어 찐다. 이 때문에 샤오롱바오는 중국식 숟가락에 올린 뒤 피를 찢어 육즙을 먼저 맛본 뒤 즐긴다.

셋째, 윗부분을 꽃 모양처럼 빚어내 소가 훤히 보이는 '사오마이'다. 밀가루 반죽에 다진돼지고기나 작은 새우를 넣는데, 한국에서는 새우 사오마이가 가장 잘 알려져있다.

넷째, 국물에 넣고 끓여 매운 기름을 부어먹는 '홍요우차오쇼우'다. 사천식 고추기름 만두다. 만두피는 일반 만두피와 달리 얇고 네모 모양이다.

다섯째, '차슈바오'다. 차슈바오는 흰색 발효빵 안에 훈제 돼지고기를 넣은 딤섬이다. 여기서 차슈는 구운 돼지고기를 뜻한다. 반죽은 호빵이나 찐빵과 비슷하지만 조금더 차지다.

여섯째, 쌀가루와 옥수수 전분에 소를 넣어 쪄낸 '라창펀'이다. 창펀의 이름은 건륭황제 재위시기 부드러운 창펀을 맛본뒤 돼지의 내장과 닮았다는 의미로 장분(창펀)이라 부른 것에서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춘권'이다. 춘권은 봄나물을 말아 먹는다는 뜻으로, 채소·고기·해산물 등을 넣고 말아 튀긴 딤섬이다. 중국 춘절에 주로 먹었다.

딤섬은 대만의 야시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중 '성지엔빠오(상하이식 샤오롱바오)'는 2013년 대만푸드쇼 '10대 야시장 음식 대전'(2013台灣美食系列活動)'에서 8위를 차지했다. 성지엔빠오는 일반 샤오롱바오보다 만두피가 두껍고 일본의 교자와 비슷하게 한 면만 기름에 튀기듯 굽는다. 이후 찜기에 넣어 한면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먹는다.

중국의 대표적 음식으로 취급되는 '만두'는 어떻게 우리나라에 유입됐을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설화로 제갈량이 남만(운남성)을 정복하고 남만의 지도자 맹획을 잡는 길에 '뤼수이강'의 물살 때문에 강을 건너지 못하자 밀가루 피에 소고기와 양고기로 속을 채운 49개의 만두를 던져 잠재웠다는 설화가 있다. 이때 강 속에 던진 음식을 남만사람의 머리라는 뜻의 '만두'로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정사 삼국지에 기록이 없어 근거가 부족하다.

이외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만들어져 무역경로를 따라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수메르와 아카드의 요리책에서 작은 경단에 대한 요리법 발견되기도 했다. '반죽으로 다진 피 위에 다진 고기를 올리고 다시 반죽 피로 덮고 점토 용기 안에 넣고 발효시킨다'처럼 만두제조법과 굉장히 유사하다. 흥미롭게도 만두는 나라별로 비슷한 어원을 가진 음식이 남아있어 전파설의 증거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터키의 만트, 아프가니스탄의 만투, 카자흐스탄의 만티,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만타, 중국의 만터우 모두 이름이 비슷하다.

하지만 메소포타미아 한 지역에서 시작됐기보다 기원전 4000~3000년 경 이집트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영, 황하문명 등 문명이 비슷한 시기 발전하며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밀 요리법이 발생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러시아의 펠메니, 폴란드 피에로기, 네팔 모모 모두 밀가루 반죽에 고기 베이스 속을 넣어 싼 음식이다.

중국만두가 한반도로 넘어온 것에 대한 정확한 시기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고려가요 '쌍화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고려가요 '쌍화점' 중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만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에서 쌍화점은 만두가게를 뜻한다. 당시 '상화'는 팥소를 넣은 찐빵 같은 음식으로 추정된다. 조선 요리책 <음식디미방>, <임원경제지> 등에서도 당시 만두 요리법 수십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밀 재배가 어려웠기 때문에 메밀만두, 감자만두, 어만두, 숭채만두(배추만두), 굴린만두 등 여러재료를 만두피로 활용했다. 정래연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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