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불펜’을 부르는 야구···‘혈전’ 트윈스의 ‘흑묘백묘’ 레이스
7-7, 다시 7-7, 이번에는 4-4. 접전을 넘어 혈전이다.
염경엽 LG 감독이 출발점에서 설정한 밑그림과는 차이가 있다. 당초에는 선발 야구를 주동력으로 초봄을 보낸 뒤 선발과 불펜진이 균형을 이루는 마운드 완성체로 여름맞이를 하려했다. 아무튼 경로는 달라졌다.
LG는 지난해 불펜진과 비교해 ‘마이너스 요인’을 여럿 안고 새 시즌을 시작했다. 주전 마무리 고우석(샌디에이고)이 바다를 건넜고, 전천후 좌완 함덕주가 수술대에 올라 6,7월 복귀 계획을 알렸다. 또 한명의 ‘멀티 카드’ 이정용도 상무 입대로 전력에서는 빠졌다.
염 감독은 새 마무리 유영찬을 꼭짓점으로 불펜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선발진 역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짰다. 새 외국인 에이스 디트릭 엔스가 기대 만큼인 데다 손주영이라는 5선발 카드가 업그레이드 됐다. 또 임찬규, 최원태 등 검증된 국내 선발진에 외국인 우완 케이시 켈리까지 확보하고 있어 ‘선발 야구’를 구상한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즌 첫 구간, LG는 동력이 달라졌다.
지난 6일 현재 LG는 개막 13경기에서 선발 평균 자책은 4.43으로 5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 주중 NC와 잠실 시리즈 이후로 6경기에서는 선발 평균 자책 6.29로 나빠지는 중이다. 이로 인해 승부의 키가 불펜 싸움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LG는 지난 4일 잠실 NC전에서 7-7로 맞서다 연장 11회말 구본혁의 끝내기 안타로 8-7로 승리했고, 5일 잠실 KT전에서는 7-7이던 연장 10회초 김민혁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하며 7-8로 졌다. 또 지난 6일 KT전에서는 4-4이던 연장 9회말 구본혁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8-4로 이겼다.
혈전을 끝낸 마지막 영웅은 타자였지만, 승리의 기회를 만든 건 불펜이었다. LG는 개막 이후 불펜 평균 자책 3.29로 KIA(2.88)에 이어 2위를 달리며 지난해 못지않은 불펜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믿었던 우완 백승현이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변수가 발생했지만, 마무리 유영찬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베테랑 김진성부터 새 전력 김유영까지 여러 자원이 십시일반으로 전체 전력을 만들고 있다.
LG는 이처럼 보이지 않던 뎁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타선에서 구본혁이라는 ‘깜짝 스타’ 나온 것도 배경은 다르지 않다.
LG는 개막 이후 불안 요소가 여럿 보였다. 그런데도 6일 현재 7승1무5패(0.583)로 선두권 도약을 저지선을 지키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일 수 있다. 구단에서 수년간 쌓아온 뎁스의 힘일 수도 있다.
야구 또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되는 ‘흑묘백묘’ 게임과 다르지 않다. 무엇을 앞세우든 이기기 위한 게임이다. 모로 가도 서울을 가야하는 레이스. LG는 고전하고 있지만 어려운 경기를 잡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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