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에서 해방”…제4이통사 스테이지X 나선다

김재섭 기자 2024. 4. 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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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X 구상하는 요금제·서비스
월 1만~2만원대 통화·문자메시지 무제한
데이터 10~20GB 이상 추가 요금 없이
서상원 스테이지엑스(STAGE X) 대표가 2024년 2월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스테이지엑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 언론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 1만~2만원대에 음성통화·문자메시지 무제한과 데이터 10~20GB 이상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나온다면? 여기에 30분~4시간짜리 ‘데이터 쿠폰’을 미리 구입하는 방식으로 프로야구 경기나 서울 여의도 불꽃놀이를 현장에서 보거나 출퇴근 시 지하철을 타고 있는 동안에도 사진·영상을 빠른 속도로 보내거나 영화·음악 등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면? 이런 요금제 가입과 데이터 쿠폰 구매를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커피점에서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고르고 결제할 때처럼 온라인으로 간편히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사실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다 가능하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절대 안한다. 해줄 ‘마음’이 없다. 이른바 ‘객당 단가’(가입자당 매출)를 떨어뜨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이유가 없어서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혁신적인 요금제와 서비스가 소비자 쪽에서는 편익이 높아지는 게 되지만, 투자자(주주) 쪽에서 보면 배임 행위로 간주할 수도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4·10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단말기 유통법에 ‘구멍’(전환지원금 지급 허용)까지 내주며 경쟁 활성화를 ‘압박’했지만, 이동통신 3사 모두 시늉만 하며 버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스테이지엑스(X)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일 한겨레 빅테크팀은 서상원 대표 등 스테이지엑스 사업추진단 ‘선수’들을 만나 ‘어떤 모습의 서비스를 준비중이냐?,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을 깰 ‘메기’가 되는 것 맞냐?, 이동통신 3사 쪽에선 ‘또 하나의 알뜰폰 사업자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오는데, 어찌 생각하냐?’ 등 다소 도발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서 대표는 먼저 “이동통신 서비스를 굳이 비싼 월 정액요금을 꼬박꼬박 내며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하루 24시간 중 빠른 데이터 속도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매달 8만원(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무제한 기준 최저 요금제) 넘는 요금을 내며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기존 사업자들이 가입자 주머니를 더 털어내기 위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요금제를 설계했기 때문”이라며 ”이게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해 역할을 할 수 있는 토양이고, 실제로 스테이지엑스는 이동통신 3사의 이런 행태를 깨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요금제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이란 전제를 달아, 준비 중인 요금제와 서비스의 일면들을 내보였다.

현재 스테이지엑스는 28㎓ 대역 주파수 기반 5세대(5G) 이동통신(이하 파이브지) 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주파수를 할당받은 상태이다. 스테이지엑스란 이름은 이동통신 사업을 허가받기 위해 꾸린 컨소시엄 이름이고, 지금은 사업추진단 조직으로 서비스 개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음 달 4일까지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할 법인을 설립하고, 주파수 할당 대가 4300억원 가운데 10%(430억원)를 납부하면 비로소 ‘이동통신 사업자’로 행세할 수 있게 된다.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스테이지엑스는 법인 설립일로부터 1년 안에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서 대표는 서비스 개시 시점을 “내년 2~3월쯤”으로 꼽았다.

서 대표는 “첫 대표이사도 내가 맡기로 했다”며 “‘3년 내 300만 가입자 확보’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가입자점유율로 치면 6%에 해당한다. 그는 “스테이지엑스는 이동통신 3사처럼 지킬 게 없고, 오히려 그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것, 다시 말해 이동통신 3사 가입자들을 ‘호갱’에서 해방시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며 “1인 가구를 1차 타겟으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네이버·카카오는 물론 오티티(OTT)와 백화점·유통업체·금융사·프랜차이즈 등 이동통신을 통해 연결되는 모든 플랫폼·서비스·콘텐츠 사업자들과 창업을 준비중인 스타트업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손잡고,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디테일하게 준비하는 동시에 28㎓ 기반 ‘킬러 서비스’들을 발굴·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소비자단체까지도 제4 이동통신 사업자와 관련해, 싼 요금제로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을 깨줄 것이란 관점에서 기대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 사업추진단의 구상을 들어보면, 스테이지엑스가 생각하는 방향은 이와 조금 다르다. 알뜰폰처럼 기존 요금제 틀을 유지하며 단순히 약간의 격차를 두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틀로 승부하겠단다. 카카오택시가 택시를 부르는 문화를 ‘길 가에서 손을 들거나 전화로 부르던 것에서 모바일 앱으로 불러 타는 것으로’ 바꿔 소비자 편익을 높인 것처럼, 기존 이동통신 요금제 형태나 가입 방식 등을 가입자 눈높이에서 완전히 새롭게 설계해 가입자 선택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이동통신 3사 이동통신 요금제·마케팅과 완전히 다른 방식과 행태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탈통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X) 로고. 스테이지엑스 제공

서 대표는 “우선 요금제 가입 절차부터 간편하게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하드웨어(칩) 형태의 유심이 아닌 소프트웨어 형태의 이심 방식으로 온라인 상태에서 버튼 몇개만 누르면 바로 번호이동과 개통이 되게 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할 때 쓰던 방식을 더 간편하게 개선해 적용할 것”이라며 “키오스크에서 커피 한잔을 사는 것처럼 간편하게 번호이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정책적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동통신 회선과 콘텐츠 등 부가서비스를 분리한 뒤, 부가서비스는 필요할 때 간편하게 신청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형태로 바꾼다. 서 대표는 “예를 들어, 이동통신 단말기로 오티티를 통해 영화를 볼 생각이 있는 경우, ‘고속 데이터 2시간+콘텐츠’를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라며 “야구장이나 불꽃축제 등 때 이렇게 미리 예약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면, 통신망 낭비가 발생하지 않아 사업자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일 지하철·공연장 등 전국 인구 밀집 지역에 28㎓ 대역 파이브지용 주파수를 활용한 와이파이를 선제적으로 깔아 가입자들에게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딥테크를 기반으로 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이동통신사로써, 가입자에게 새로운 기술 기반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스테이지엑스 가입자들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현저히 빠른 ‘리얼 파이브지’를 무료로 쓸 수 있게 된다”며 “이를 위해 지하철에 28㎓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무선랜 구축에 우선 순위를 두고 기지국을 설치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8㎓ 파이브지 망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선 기존 이동통신사 망을 ‘로밍’하는 방식으로 전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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