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두뇌를 잡아라” [편집인의 원픽]

2024. 4. 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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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가장 혁신적인 발명가들과 압도적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자신의 최대 업적을 30∼44세 사이에 이뤄냈다. 노동 인구 감소는 기술, 과학, 경영학 분야에서 발전의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폭발적인 생산성 증가가 다시 재현될 지 여부, 나노 기술과 바이오텍의 경쟁적 우위, 미래 창조 능력은 모두 이민정책에 달려 있다.” 
CNN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파리드 자카리아는 자신의 저서에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해외 우수 인재에 개방적인 이민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NN 제공
인도계 미국인으로 CNN 국제정세 프로그램의 오랜 진행자로 유명한 파리드 자카리아가 ‘흔들리는 세계의 축: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라는 제목의 책에 쓴 글이다. 그는 미국이 ‘소프트 파워’를 가진 나라로 지속가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 이민 정책이라고 봤다. 이방인, 특히 경제·과학·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인재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힘이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샐러드볼’로 표현될만큼 다양한 이민자로 이뤄진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 빠른 우리나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해외 인력 수용 양→질 전환해야’(4월2일자·포항=이정한 기자, 유경민·이동수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기사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미흡한 현실과 대한민국 ‘매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우수인재 유치 왜?

윤석열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민청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럴 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주배경주민들의 수가 늘면서 다문화·다인종 사회가 현실로 다가온 측면도 있지만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양질의 인력 충원 필요성이 깔려 있다. 특히 ‘흑사병 창궐 수준의 인구 감소’ 사례로 외신에 등장할 정도로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은 학령인구 급감→이공계 인재 감소→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서용석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현재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인재풀 축소와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로 우수인재가 과학기술계로 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이나 연구소에선 베이비붐 세대 과학기술자의 은퇴 러시로 빈자리를 메울 사람도 없다”며 “해외 우수인재를 끌고 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슈브로닐 센굽타(26·박사과정)씨가 외골격(Exoskeleton) 로봇을 입고 물건을 옮기고 있다. 팔이나 다리 등에 장착한 외골격 로봇이 근력을 높여줘 짐을 들고 옮기는 부담을 덜어준다.     센굽타 제공
하지만 해외 우수 인재 확보 성과는 크지 않다. 국내 머무는 외국인 전문 인력 수는 지난 10년간 매년 4만∼5만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첨단분야 학위 소지자나 기술창업 투자자, 연구개발인력의 영주자격자는 1924명에 불과하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日生)기초연구소 상석(上席)연구원은 “저성장 분야에서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고성장 분야에서 일할 사람은 아주 제한적이라 외국에 인재가 있으면 빨리 받아들여 나라 전체 경제가 발전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수수방관하면 국제적 인재 확보 전쟁에서 밀려나 국가경쟁력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대한민국 매력 떨어지는 이유

우수인재가 한국을 많이 찾지 않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점’(merit)이 적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는커녕 국내에서 키운 내외국인 전문 인력마저 다른 나라에 뺏길 판이라고 한다. △낮은 임금 수준 △열악한 정주(定住) 여건 △어려운 비자 발급 △법·제도적 차별이 인재 확보의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2006년 한국에 온 미국 출신의 데이비드 먼디(48)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혼자 살기에 한국은 좋지만 가족과 함께 산다면 전문인력의 임금은 아주 다른 상황이 된다”며 “정말로 여기에서 살 수 있을지, 자녀들이 대학교에 갈 수 있을지, 자녀들이 커서 남편과 아내를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민간 기업에서도 다양한 인재를 요구하는만큼 영주권·국적 절차 간소화 등 관련 정책이 빠르게 바뀌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정부는 우수한 외국인 인재 확보를 위해 재류 자격 완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적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족이 일본에 머물 수 있도록 전용 비자 제도를 신설했다. 조선·산업기계·항공 등 일손이 부족한 12개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외국 인력에 특정기능 비자를 발급해 일본에 오래 머물며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 각지에서 일하는 정보기술(IT) 전문 인력인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해 일본에서 6개월 체류할 수 있는 전용 비자를 도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P.S. 취재한 이정한 기자에 물었습니다.
 
-인터뷰한 해외 인재들은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있나. 그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대학에서 국제 법률을 가르치거나 글로벌 마케팅, 머신러닝 등의 최적화를 연구하는 시스템 공학 분야, 주식 거래 알고리즘 등을 만드는 금융공학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 교육 수준과 산업 환경이 모국보다 좋아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팝’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해 한국을 선택한 인재들도 있었다.”
 
-그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건 뭔 지. 
 
“언어 문제가 가장 크다. 우수 인재들이 영어권 나라로 많이 가는 이유기도 하다. 해외 선진국보다 낮은 임금 수준과 산업 성장 가능성도 인재들이 재이주를 고민하는 부분이다. 한국에 오래 살게 되면 가족들 이주도 고려하게 되는데 부족한 다문화 체계와 인식이 걸림돌이 된다.”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는. 
 
“외국인 인재들이 살기에 인프라가 부족하다. 우수 인재들이 필요한 특정 분야의 경우 체류 자격을 완화해주고, 교육과 취업, 정주까지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족이 겪는 제도적 차별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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