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는 말에 뭉클" 7년전 마지막 가을야구 이끈 불꽃남자, 937일만의 귀환 "아름다운 한달? 그래도…" [인터뷰]

김영록 2024. 4. 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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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박진형. 김영록 기자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생각보다 막 떨리진 않는데…이젠 끓어올라야죠. 날 기다렸다,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말이 뭉클했어요."

2017년,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박진형이 돌아왔다.

올해로 데뷔 12년차, 롯데에 머무른 경력만 따지면 투수들 중 김원중 다음으로 긴 선수가 됐다.

롯데 불펜의 터줏대감 구승민의 2013년 드래프트 동기다. 하지만 구승민은 가을야구 경험이 없다. 2017년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9월 하순 뒤늦게 제대했기 때문.

반면 박진형은 롯데의 2017년을 불태웠던 남자다. 불펜 조정훈, 마무리 손승락과 함께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전반기까진 선발이었지만, 후반기 불펜으로 이동해 특급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8월 한달간 17경기 18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9월에는 10경기에서 1승3홀드를 추가하며 평균자책점 0의 철벽투. 9월 26일 한화전에선 5타자 연속 삼진을 잡기도 했다.

이해 가을야구에서도 빛났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 등판, 5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 0, 탈삼진 5개. 하지만 롯데는 NC 다이노스에 막혀 2승3패로 탈락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롯데는 이후 단 한번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롯데팬들이 아직도 박진형의 불꽃투를 잊지 못하는 이유다.

박진형은 5일 두산 베어스전 6회 등판했다. 2021년 9월 11일 키움전 이후 무려 937일만의 1군 복귀였다. 박계범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장승현김인태를 잇따라 삼진 처리하며 롯데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직구장을 찾은 1만명이 넘는 관중들 앞에 화려한 복귀신고였다.

선수생활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발목 부상 치료를 마쳤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야구장에서 가까운 지하철 사직역에서 복무하다보니, 유니폼 입은 롯데팬들을 보며 가슴의 울렁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돌아오고보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박진형의 마음이 새롭게 달아오르는 이유다.

박진형은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김태형 감독이 꼽은 필승조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전력투구를 하다보니 팔에 피로가 쌓였다. 개막 엔트리에 드는 대신 휴식을 취하고 뒤늦게 1군에 올라온 것.

박진형은 "(2루타는)내 욕심이 너무 과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보니 실투가 나온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팬들의 연호에 "정말 감사하다. 그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은근히 쌀쌀한 부산 날씨에 생각보다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다. 145㎞를 밑돌았다. 하지만 박진형은 "날이 따뜻해지면 알아서 오를 거다.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막겠다"고 강조했다. 절실함과 더불어 책임감을 강조했다.

2017년을 돌아보며 "내가 혼자 잘한게 아니다. 선발도 잘 던지고 다 같이 잘했던 것"이라면서도 "올해도 한번 합심해서 그런 그림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전반기에 내가 망했던 걸 후반기에 치웠다는 느낌이다. 박살난 경기도 있고 좋았던 경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형이 롯데 팬들의 머릿속에 통산 커리어 대비 강렬하게 남은 이유가 있다. 매년 한번씩 '아름다운 한달'을 보여주는 투수다. 2017년 이후로도 2019년 7월(8경기 8이닝 평균자책점 1.13), 2020년 5월(12경기 9⅔이닝 1.86) 등이 눈에 띈다. 박진형은 "저도 잘 알고 있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올해는 그러지 않으려고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1년 사이클이 있는데, 흔들릴 때 너무 빠진다. 올해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선발은 생각도 안한다. 내 자리에서 꾸준하게 던지고 싶다."

전날 복귀전을 치른 뒤 축하 연락이 쏟아졌다. 팬들 역시 '기다렸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쏟아냈다고. 박진형은 "시범경기를 던졌다보니 나 자신은 (정규시즌에 대한)특별한 감흥이 없었는데, 937일만의 복귀전이라고 하고, 축하해주시니 뭉클했다"며 웃었다.

"항상 중요한 순간에 나가니까,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그런 기분이 있었다. 그 끓어오르는 느낌을 다시 찾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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