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금전 대가 없이 쌓은 '신념' [HI★초점]

우다빈 2024. 4. 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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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홈즈', 국내 최초 부동산 예능의 가치와 의미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 속 숙제
PD가 밝힌 제작진의 고충은?
'구해줘 홈즈'가 5주년을 맞이했다. MBC 제공

'구해줘 홈즈'가 5주년을 맞이했다. 평균 시청률 2%를 유지하지만 목요일 황금 프라임 시간대를 지키면서 장수 예능의 자리를 차지했다. 타 방송사와 다르게 MBC는 장수 예능에 대한 의리가 짙은 편이다. 대중이 부동산에 갖고 있는 관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구해줘 홈즈'의 의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파일럿으로 시작한 MBC '구해줘 홈즈'는 바쁜 현대인들의 집 찾기를 위해 직접 발품에 나선 스타들의 중개 배틀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9년 설 처음 시청자들을 만났고 올해로 5주년을 맞이했다. 국내에서 부동산 매물을 소개하는 예능 자체가 전무후무했기 때문에 '구해줘 홈즈'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다. 주거 환경을 비롯해 젊은 세대에게 부동산 시장을 보다 상세히 알려주는 '에듀테인먼트'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사연 신청자가 매매가 범위를 정하면 그 영역 안에서 조건에 충족되는 매물들이 소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방까지 다양한 지역의 집들이 전파를 탔다.

5년간 부동산 시세는 자주 급변했다. 가격 변화의 리스크도 '구해줘 홈즈'가 감안하는 부분이다. 실제 매물의 제시가와 방송용 제시가의 상이한 격차도 때론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한 공인중개사 A씨는 "'구해줘 홈즈'에 나오는 매물들은 실제 판매를 주목적으로 한다. 매물 가격은 단순히 홍보로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 집이라는 이력이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워낙 부동산 시장은 가격 변동의 요소가 크다"라고 짚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도 "방송에 나오는 매물이 인테리어나 자재 등의 요소로 해당 지역의 시세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홍보 효과가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매물 선정을 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이와 관련 정다히 PD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작가들이 의뢰인의 조건을 듣고 네이버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직접 찾는다. 한 주에 3~5집까지 소개되기 때문에 최소 서른 군데를 본다. 한 차례 추려서 열 군데를 가지고 회의를 한다. 5년을 하다 보니까 노하우가 쌓여서 지역에 유명한 중개사에게 직접 받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작진이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매도자와 가격에 대한 흥정도 시도할 정도로 '매물' 소개에 진심이다. 정 PD는 "저희가 봤을 땐 그 가격이 아닌데 매도자의 마음과 다르다. 그런 부분이 어렵다. 시청자들이 '구해줘 호구'라고 댓글을 달 때도 있다. 매도자와의 간극이 고민이다. 결국 터무니없는 가격의 매물은 뺀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기자가 확인한 결과 2022년 7월 31일 방영분인 경기도 고양시 삼송 지구 매물은 방송에서 매매가 8억 2,000만 원이다. 다만 의뢰인 한정 가격으로 선정됐다. 방송 직후인 같은 해 8월 5일 같은 단지 같은 평수의 실거래가는 8억 5,500만 원으로 확인됐다. 2024년 같은 조건의 거래 매매가는 6억 5,000만 원에서 7억 5,000만 원 사이로 거래됐다. 결국 방송의 효과보다는 시장 흐름 등 부수적인 요소가 더욱 매매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업체로부터 홍보성 매물을 소개하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자 역시 해당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정 PD는 "저희 팀의 자존심은 '단 한 번도 돈 받은 적이 없다는 것에서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매물 광고가 들어오기도 하고, 연예인 통해서도 받는다. 입지나 환경적으로 괜찮아도 미련 없이 거절한다. 한 번도 홍보를 하지 않았다. '구해줘 홈즈' 만의 자존심이자 신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구해줘 홈즈' 출연 매물 홍보성 게시글은 모두 제작진 협의 없이 게시된 것이다. 제작진이 녹화 후 해당 매물의 방송 출연은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계약을 한다. 그럼에도 그런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현재 법무팀이 계속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의뢰인의 실제 계약이 성사된 경우는 낮은 편이다. 목돈이 오가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찾거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집값 폭등과 폭락은 '구해줘 홈즈'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감안해야 할 큰 숙제다. 정 PD에 따르면 실제 매도자와 협상을 한 후에도 집값 상승 이슈로 촬영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경기 변동이 심한 경우에는 녹화 2주 후 가격이 급락했다고 말한 정 PD는 "경기 변동이 심할 땐 촬영이 어려웠고 저 역시 안타까웠다. 전반적으로 신기한 것이 시청률이 부동산 경기와 같이 간다. 부동산이 뜨거울 땐 시청자 유입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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