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물망초보다 더 친숙한 ‘토종 야생 물망초’ 꽃마리[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4. 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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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출신 박진규 시인의 시 '꽃마리처럼'이다.

시인도 50대 후반에야 처음 알게 된 이렇게 작은 꽃마리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꽃마리는 쌍떡잎식물 꿀풀목 지치과의 두해살이 풀로 크기나 생김새가 물망초와 판박이다.

꽃마리의 꽃말도 물망초처럼 '나를 잊지 마세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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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말려 있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태엽이 풀리듯 풀려 ‘꽃말이’서 유래
깜찍한 꽃 모양새, 꽃말도 물망초와 같은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마리속은 전세계 85종…꽃따지, 꽃말이, 잣냉이 이름도
한방에서 전초를 부지채(附地菜) 계장(鷄腸)으로 불러
수족의 근육 마비, 야뇨증, 대장염, 이질, 종기 등 약재로
붉은 영산홍을 배경으로 연한 하늘색 꽃마리가 피어있다. 2019년 4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 무궁화동산에서 촬영

<꽃마리라 하였구나/세상에 너처럼 작은 꽃은 난생처음 본다//오래전 스친 병아리 눈빛만 하달까/작아도 연파랑 꽃잎은 어김없이 다섯 장/꽃마다 한가운데에/까만 점도 하나씩 딱 찍혀있다/사는 일이 잘 안 풀려/땅바닥만 쳐다보고 다니는 나를/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만 같다/세상에 이렇게 작게 피어나/응달진 돌 틈을 담당하고 있었구나>

부산 기장 출신 박진규 시인의 시 ‘꽃마리처럼’이다.

4월초면 청계천 상류에서 하류쪽으로 왼쪽에 냉이꽃들과 함께 꽃마리가 많이 피어 있다. 꽃마리는 쌍떡잎식물 꿀풀목 지치과의 두해살이 풀이다. 4월6일 촬영

꽃마리는 3월을 지나 4월에 피는,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 중의 하나다. 너무 작아서 보통 사람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시인도 50대 후반에야 처음 알게 된 이렇게 작은 꽃마리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오래전 스친 병아리 눈빛’ 같이 희미한, 존재감 없던 작디작은 꽃마리가 응달진 돌 틈을 밝히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들이나 밭둑, 길가에서 자란다. 꽃의 지름이 2㎜ 정도로, 앉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꽃마리는 쌍떡잎식물 꿀풀목 지치과의 두해살이 풀로 크기나 생김새가 물망초와 판박이다. 꽃마리의 꽃말도 물망초처럼 ‘나를 잊지 마세요’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에 노란 민들레 꽃을 배경으로 핀 꽃마리. 2020년 4월6일 촬영

하지만 물망초는 잎사귀가 넓적하고 꽃이 작지만 눈에 뜨일 정도는 된다.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물망초는 유럽 원산으로 꽃마리와 비슷한 모양을 하는데 꽃이 크고 색이 진하다.

이에 비해 꽃마리는 잎사귀가 길고 뾰족한 형태로 생겼으며, 꽃의 크기가 엄청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꽃 색도 연한 하늘색이다. 더구나 꽃마리는 늘 우리 산야에 함께 했던 토종식물이다. 한국 전역 및 아시아의 온대와 난대 지역에 분포한다.이 꽃을 옆에 두고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 일쑤다.

꽃마리라 부르게 된 것은 가느다란 줄기 끝에 처음 꽃 피기 시작할 때에는 돌돌 말려 있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태엽이 풀리듯 점점 풀리고, 아래에서부터 위로 순서대로 핀다고 ‘꽃말이’라고 하다가 나중에 꽃마리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작은 꽃이지만 꽃의 가운데 부분에는 곤충의 눈을 자극하는 유인(諛引) 문양이 있어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주로 털보 등애와 같은 정지 비행과 정밀한 흡밀(吸密)이 가능한 곤충류가 즐겨 찾는다.

꽃마리는 허브 종류라서 건강에도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고 약재로도 사용된다. 줄기는 높이가 10∼30㎝. 전체에 짧은 털이 있으며 밑 부분에서 여러 개로 갈라진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긴 잎자루가 있고 뭉쳐나며 달걀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이다. 줄기에서 나온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 모양 또는 긴 달걀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잎자루가 없다.

보라색 남산제비꽃과 꽃마리. 2019년 4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 무궁화동산에서.

꽃은 4∼7월에 연한 하늘색으로 피고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꽃차례는 윗부분이 말려 있는데 태엽처럼 풀리면서 아래쪽에서 차례로 꽃이 핀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삼각형이고 털이 있다. 화관은 지름이 2㎜ 정도이고 5개로 갈라진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 수족의 근육 마비, 야뇨증, 대장염, 이질, 종기 등에 약으로 쓴다.

꽃마리속은 85종이 전세계에 보고되고 있다. 유사식물로 참꽃마리, 덩굴꽃마리,거센털꽃이꽃마리 등이 한반도에서 자란다.

철쭉과 함께 핀 꽃마리. 2020년 4월27일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 무궁화동산에서

꽃따지, 꽃말이, 잣냉이라고도 불린다. 한방에서 전초를 부지채(附地菜) 또는 계장(鷄腸)이라고 하며 꽃이 필 때 전초를 채취해 야뇨증, 종기 등의 치료에 쓴다. 한자명 부지채는 농지에 달린 땅에서 나는 나물이란 뜻이다.

꽃마리 외에 참꽃마리와 유사종으로 잎과 줄기에 거센 털이 밀생하는 것은 ‘거센털꽃마리’, 강원도 북부지역에서 자라는 덩굴로 뻗어나가는 ‘덩굴꽃마리’가 있다. 왕꽃마리에 비해 잎에 털이 작은 것을 제주꽃마리라 한다. 그외에 섬꽃마리, 좀꽃마리가 있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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