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망고’로 꽉찬 인천…수입과일의 첫 관문 가보니 [과일의 난]

2024. 4. 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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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착한 망고들의 첫 검역현장
3월 한달 전년 대비 5배 수준 물량
가격은 하락세…망고 전년比 반값
4일 인천 중구 자유무역로의 한 물류센터에 서 검역관들이 도착한 망고를 대상으로 표본 육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4일 인천 중구 자유무역로의 한 물류센터에서 작업자가 지게차로 망고를 운반 중이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인천)=김희량·전새날 기자] 장갑을 낀 검역관들이 망고의 꼭지 주위를 꼼꼼하게 살피느라 분주하다. ‘포 코리아(For Korea, 한국용 상품)’가 적힌 박스들은 태국, 베트남 등에서 날아온 망고들이다. 우리 식탁 위에 오기 전 망고들은 ‘이곳’에 통과해야 한다. 물류 항공기를 통해 한국에 도착한 망고가 제일 처음 거쳐야 하는 관문, ‘검역 현장’이다.

지난 4일 오전에 찾은 인천 중구 자유무역로의 한 물류센터, 커다란 화물트럭에서 소형 컨테이너에 담긴 망고 박스가 비닐에 싸여 지게차에 의해 옮겨졌다. 도착한 망고는 샘플을 중심으로 검역관들이 병해충을 확인하는 표본 육안검사와 건당 2㎏ 시료채 정밀검사를 받으며 반나절을 대기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으면 비로소 유통업체로 이동한다. 여기까지 보통 1~2일이 소요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망고의 87%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를 거쳐야 한다. 현재 하루 평균 76건, 279t(톤)이 도착하는데 국산 과일값 폭등으로 수입과일 수요가 늘면서 3월 한 달 들어온 망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1118t)보다 5배(5580t) 급증했다. 기존 12명이 담당하던 검역 업무량이 늘면서 현재 인천공항지역본부에는 2명이 더 일손을 보태고 있다.

검역본부의 역할은 포장의 상태나 병해충 여부를 확인하고 국가별 수입 기준에 맞는 과일이 들어왔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같은 망고라도 나라별로 생육 환경이 다르다. 망고 박스에 벌레가 침입할 수 없게 망이 잘 설치됐는지, 농장과 포장 지역이 잘 표기됐는지를 확인한다.

4일 인천 죽구 자유무역로의 한 물류센터에 도착한 망고들. 육안검사와 함께 시료채 정밀검사를 위해 망고가 보내진다. 김희량 기자
4일 인천 중구 자유무역로의 한 물류센터에 쌓인 망고들. 검역을 통과해야 비로소 유통업체들로 이동할 수 있다. 김희량 기자

고공행진하는 국산 과일값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주요 수입과일에 대한 관세 인하라는 카드를 꺼냈다.

국산 과일은 농장(생산지)를 거쳐 산지공판장, 산지유통인, 도매시장, 저장소, 대형유통업체, 소매상 등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최근 가격에 크게 오르면서 ‘금(金)사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사과, 배 등은 올해 오락가락한 날씨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물류비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4~5단계에 걸친 유통과정에서 수수료가 붙으며 생산가격의 2~3배 가격이 돼 판매된다. 줄어든 생산량에 수급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산 과일가격은 경매 도매가격부터 폭등했다.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망고들. 4개가 만원이었다. 김희량 기자

정부는 당장 사과·배를 대체할 수입 과일 물량 확대를 위해 상반기 21만8000t 규모의 신선과일 6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만다린(500t)은 50%에서 10%로, 두리안(1300t)은 45%에서 5%로 관세율을 낮추면서 4~6월에는 수입과일의 종류와 물량이 더욱 많아질 예정이다.

망고는 수입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과일이다. 올해 1~3월 기준 수입량이 1만2217t,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파인애플과 바나나 역시 올해 1분기 수입량이 각각 2만1436t, 10만2275t에 달하며 37%, 38% 급증했다.

수입량이 늘면서 수입과일의 가격도 낮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5일 기준 수입 망고 1개 가격은 3381원으로 1년 전(6120원)보다 절반으로 떨어졌다. 바나나 1㎏ 가격은 2740원으로 전년(3310원) 대비 18% 낮아졌다. 파인애플의 개당 가격 또한 6847원으로 1년 전(7349원)보다 7% 하락했다.

인천 중구 자유무역로의 한 물류센터에 표본검사용 망고들이 높여 있다. 수입 국가에 따라서 망고 포장 형태 등이 다 다르다. 김희량 기자

과일 수입이 급격히 늘면서 잔류 농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해 1월 식약처는 한 업체가 수입한 베트남산 망고에서 잔류농약(퍼메트린)이 기준치(0.01㎎/㎏ 이하) 보다 초과 검출돼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수입과일을 먹을 때 확실한 세척을 권한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선박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건너 오는 과일은 숙성 및 부패 방지를 위해 훈중제 등을 뿌리기도 하다”면서 “아무리 껍질을 벗겨 먹는 과일이라도 바로 손으로 만지지 않고 씻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농협, 대형마트 위주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대형마트에 할당관세 수입‧판매 자격을 부여하고 물량 배정을 통해 유통활성화에 나서 왔는데 이 과정에서 전통시장, 식자재 업체 등이 소외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이에 정부는 3일부터 직수입 할인 공급대상을 전국 골목상권 점포 및 중소형 마트로 확대하도록 시도 중이다.

급식업체 B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농협, 대형마트 업체 위주라 효과 체감이 어렵다”면서 “오히려 마트는 싼데 왜 급식에선 과일이 충분하게 안 나오냐고 민원이 제기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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