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서 사라진 사과” “꽃 대신 과일 선물”…소비문화도 달라졌다 [과일의 난]

2024. 4. 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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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요플레에 사과을 조각 내 먹이거나 토마토 등을 섞은 과일 믹스를 담는다.

작황 부진과 고물가에 따라 국산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거에 없던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는데 신선과일 물가 상승률은 40%가 넘었다.

이런 기현상은 냉동망고보다 생망고 등 상온 상태의 수입과일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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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요거트→시리얼 요거트로
마트 ‘수입과일 사냥’…오픈런도
자자체 간식비 예산 늘려도 부족
1년 전 대형마트에서 3만원으로 살 수 있는 과일(위)과 올해 4월 5일 기준 살 수 있는 과일들 비교 사진. 망고값은 전년 대비 반값으로 줄었고, 방울토마토 가격은 20% 가까이 올랐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 서울 송파구 A 어린이집은 사과값 폭등으로 최근 간식 중 사과 개수를 줄였다. 대신 요플레에 사과을 조각 내 먹이거나 토마토 등을 섞은 과일 믹스를 담는다. A어린이집 원장은 “급간식비는 정해져 있는데 과일값이 오르니 주문한 블루베리까지 양이 적게 왔다”고 토로했다.

#2. 아침으로 사과, 딸기를 넣은 요거트를 만들어 먹던 서울 서대문구 거주 직장인 김모(32) 씨는 최근 과일 대신 시리얼 요거트만 먹고 있다. 김 씨는 “남자친구로부터 꽃 선물 받는 걸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방울토마토와 사과를 선물하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3. 경남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고 씨네 가정은 아이들의 간식을 오렌지로 바꿨다. 그는 마트별 세일 기간을 챙겨 ‘수입과일 사냥’에 나서고 있다. 그는 “설날 이후 사과를 사 먹은 적이 없다”면서 “지난달 망고가 막 세일했을 때는 오픈런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작황 부진과 고물가에 따라 국산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거에 없던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대체과일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기존에 먹던 국산과일은 식탁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특히 아이들 간식의 변화가 크다. 평택에 사는 주부 김수정 씨(43)는 아이들을 위해 사과 대신 인터넷으로 망고를 주문하는 게 일상이 됐다. 꼭 필요한 과일은 품질이 떨어져도 가격이 낮은 비정형과(일명 ‘못난이 과일’)로 구입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김모 씨도 “비싼 과일 가격에 못난이 사과만 시킨다”고 했다.

과일값 폭등 전 30대 직장인 김모 씨가 챙겨먹던 아침 사진. 김 씨는 올해 들어 시리얼과 요거트로 아침식사를 바꿨다. [독자 제공]
한 대형마트의 망고 판매대. 재고가 모두 팔려 빈 상자만 가득하다. [독자 제공]

물가가 오르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간식비 예산을 늘렸다. 하지만 ‘너무 오른’ 과일값으로 예년처럼 제공하기는 어렵다. 3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손모(38) 씨는 “지난해 이맘때 쯤 매주 세 번씩 아이들 식단에 올라오던 사과가 올해는 두 번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공립어린이집 급간식비 예산을 2022~2023년 각각 71억원에서 74억4900억원으로, 경남도는 제철 과일 간식비 단가를 지난해 1100원에서 1300원으로 18% 올렸다.

과일 가격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는데 신선과일 물가 상승률은 40%가 넘었다. 정부의 납품단가 및 수입과일 지원에도 신선과실 물가 지수는 3월에도 전달 대비 3.5%가 오르면서 안정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 1월 소비자물가에서 ‘과실’의 기여도는 0.4%포인트로 2011년 1월 이후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통상적인 수준(0.1포인트)의 3~4배에 해당한다.

상온의 수입과일이 냉동보다 더 많이 팔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 냉동 수입과일이 상온과일보다 저렴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과일 증가에 따른 소비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1월까지만 해도 냉동망고가 싸 매출이 늘었는데 이제는 생망고 맛을 새로 알게 됐거나 정기적으로 찾는 소비자들이 생기며 그 냉동망고보다 더욱 매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 한 전통시장에 진열된 사과. [연합]

이런 기현상은 냉동망고보다 생망고 등 상온 상태의 수입과일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서 기인한다. 정부가 할당 관세를 적용하면서 마트 등 국내 유통되는 망고는 1~3월 기준 1만2217t(톤)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실제 대형마트 B사의 올해 2~3월 망고 매출 신장률은 130%로 냉동망고의 신장률(30%)의 4배가 넘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관세 인하 등을 통해 ‘1만원 망고 4개’와 같은 파격 행사들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파인애플 등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후식이나 간식으로 B마트의 컷파인애플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최근 두 달 동안 40% 늘어났다.

전문가는 과일 가격이 높은 상황이지만, 대체과일 등을 통해 필수 영양소를 챙기라고 조언한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비타민과 무기질은 어린이들에게 특히 필수적인 영양소이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도 과일을 못 먹이면 손해”라며 “다만 수입과일마다 대체하는 영양소나 기여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잘 따지면서 너무 당을 과다 섭취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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