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 단면 “편의점 김밥도 자정에야 삽니다”

이수연 2024. 4. 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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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 할인을 찾는 사람들… ‘마감런·마감족’ 의 일상화

저녁 6시. 신선제품을 전시해놓은 판매대에 ‘할인’ 표시가 붙기 시작합니다. 할인 폭은 20~30% 선. 당일 판매해야 하는 제품 위주로 마감 할인에 들어가는 겁니다.

저녁 8시가 되면 다시 한번 빨간 표시가 붙으면서 40%까지 할인 폭이 커집니다.

장보기가 겁날 정도로 물가가 오르다 보니, 대형마트에는 마감 할인을 기다리는 ‘마감런’이 등장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저녁 늦게 장을 보러 마트에 가고, 직원들이 할인 표시를 붙일 때까지 어슬렁거리며 기다리는 ‘마감족’의 모습도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감 할인 품목이나 대상은 각 매장 상황에 따라 달라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현장 직원들은 마감 할인 시간대의 매출이 예전보다 10% 정도 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편의점에서도 더 싸게… ‘마감 할인’ 판매량 6.7배 늘어

이렇게 마감 할인을 찾는 소비자가 얼마나 늘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마감 할인’으로 등록한 제품 판매량이 석 달 만에 6.7배 증가했다고 4일 밝혔습니다.

GS25는 지난해 11월 전용 앱 ‘우리동네GS’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마감 할인’ 메뉴를 탑재했는데요, 소비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을 최대 45% 할인해서 판매하는 서비스입니다.

이 ‘마감 할인’을 운용한 지 석 달이 지나 분석해보니, 판매량이 6.7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편의점 GS25는 ‘우리동네GS’ 앱을 출시하면서 마감할인 메뉴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동네 GS25의 마감할인 품목을 확인할 수 있다.


편의점 신선식품의 ‘소비 기한’은 보통 하루에 두 번 옵니다.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는 아침 8시와 저녁 8시에 판매를 마감하고, 김밥 류는 오후 2시와 새벽 2시에 마감하는 식입니다.

이 소비기한이 되기 3시간~ 45분 전까지 ‘마감 할인’으로 등록합니다. 소비자는 앱에서 마감 할인 상품이 뜨는 걸 보고 픽업으로 주문해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달려가지 않아도 매장에서 ‘픽업 주문’으로 빼놓았다 주는 겁니다.

점주로서는 당일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할 신선식품을 버리지 않고 팔 수 있으니 좋은 일이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습니다.

GS리테일 측은 마감 할인 우수점포 100곳을 살펴보니 소비 기한 임박 상품의 70%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고, 신선식품 폐기율이 11.8%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마감 할인 “도시락 샌드위치 많고 20~30대 많이 이용”

GS리테일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저녁 시간대 매출이 53%를 차지해 오전 시간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 주먹밥 순입니다. 아무래도 도시락의 단가가 높은 영향으로 보입니다.

상권으로 보면 오피스와 학원가, 주택가 상권에서 마감 할인 제품이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세권이나 유흥가, 관광지보다는 학원가나 주택가에서 마감 할인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마감 할인 상품 구매자도 20대가 38%, 30대 34%, 40대 16% 순으로 20∼30대가 70%를 넘었습니다.


GS리테일 측은 이에 대해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가 높은 편의점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마감 할인 상품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어지간한 식사 한 끼가 만 원을 넘는 상황에서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이 젊은이나 1인 가구의 밥집이자 카페, 술집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단면을 보여줍니다.

지난달(3월) 외식 물가 상승률이 3.4%를 기록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돌았죠. 외식 물가는 3년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 물가가 뛰고 외식 물가는 더 뛰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그만큼 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도 마감 할인으로 가격이 10~45% 내려가면 사 먹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저렴한 한 끼를 찾아서… ‘마감 할인’ 앱도 나와

편의점이나 음식점의 마감 전 할인 정보를 모아서 알려주는 앱 서비스도 나왔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마감 할인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 편리하고, 음식점이나 편의점 입장에선 폐기처분을 하지 않아도 좋은 일입니다.

‘라스트오더’ 앱에서는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의 마감 할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음식점 정보도 볼 수 있습니다.

버려지는 신선제품과 식재료를 구한다는 점을 내세운 라스트오더 서비스


라스트오더 측은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환경을 위해 시작한 서비스라고 설명합니다. 마트뿐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준비한 음식이나 식자재를 다 팔지 못하면 버리는 일이 생기니까요.

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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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기자 (isuy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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