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과 인공지능으로 찾는 ‘몸치’의 이유
새로운 춤 동작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 춤은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참 연습을 하더라도 원작자 움직임과는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을 흔히 ‘몸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몸을 잘 이해하고 능수능란하게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답은 뇌에 있다.
시각이나 청각 같은 오감 이외에도 우리는 팔, 다리 등 몸의 각 부분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지각하는 ‘자기수용감각’을 가지고 있다.
눈이 빛을 감지해서 시각이 작동하는 것처럼 근육에 있는 ‘근방추’와 인대에 있는 ‘골지인대건’이 근육과 인대의 힘을 감지해서 자기수용감각이 시작된다는 것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근육과 인대로부터 전달받은 힘 정보를 뇌가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알렉산더 마티스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는 뇌의 정보 처리를 인공지능(AI)을 통해 이해해온 과학자다. 특히 수년 전부터는 몸의 움직임과 관련한 뇌과학적 원리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카메라로 원숭이의 팔을 촬영한 뒤 해당 영상을 토대로 관절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그리고 근육의 길이 변화를 추정해서 근방추의 자기수용감각 기관이 만들어 낼 신호를 인공적으로 계산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영상을 보고 만들어낸 팔의 인공 자기수용감각 신호를 AI가 처리하게 하고, 영상 속 팔의 실제 주인인 원숭이의 뇌 신호를 동시에 측정했다. 이를 통해 마티스 교수팀은 AI로 끌어낸 신호와 진짜 뇌 신호를 비교했다.
AI 신경망을 구성하는 각 단위체가 어떤 구조로 배치되고 어떤 원리에 따라 학습할지는 AI의 성격과 성능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두뇌가 해결하던 문제를 AI가 해결하도록 하거나 AI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관찰해 생물학적 두뇌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마티스 교수팀의 논문도 이런 학술적 흐름 가운데 하나다.
사실 두뇌가 자기수용감각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뇌과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두고 고민 중이다. 책상에 앉은 채로 팔을 뻗어서 휴대전화를 집어 드는 과정을 상상해 보자. 어깨와 팔꿈치, 손의 위치나 속도를 중심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가설과 각 관절의 각도와 각속도를 중심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가설이 있다.
또 어깨 근육이나 손 근육에 들어가는 힘을 중심으로 정보를 처리한다거나 팔을 뻗고 손을 움켜쥐는 등 동작을 중심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가설도 있다.
마티스 교수팀이 ‘임무 중심 신경망’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움직임과 속도를 예측하는 AI가 원숭이의 실제 뇌 신호와 가장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두뇌에서는 근육과 인대의 자기수용감각 기관에서 보내는 정보를 각 부위의 움직임과 속도 정보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우리 몸의 움직임을 뇌가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비밀이 더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0대는 1표, 20대는 1.33표…세대별 차등투표제 필요”
- 문재인 전 대통령 “이념 사로잡힌 편중외교 통탄할 일”…‘혼밥 논란’ 반박도
- [종합]“팬들에 돈달라 하겠냐” 길건·홍진경도 분노···끊이질 않는 사칭범죄
- ‘이별값’ 120만원 받고도 헤어진 여친 스토킹한 20대 남성 징역형
- 경찰, 김호중 방문 유흥주점 압수수색…‘사고 전 음주 판단’ 국과수 결과도 받아
- 사측이 “조수빈 앉혀라”…제작진 거부하자 KBS ‘역사저널 그날’도 폐지 위기
-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사전 조율 여부엔 “말 않겠다”
-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②] 이남순 “여자로서 끝났다” 몸도 마음도 깊숙히 꿰뚫은 그날의 상처
- 늙으면 왜, 다들 손만 잡고 잔다고 생각할까
- “태국 파타야 한인 살인사건 용의자, 캄보디아 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