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 기획] 언론인 출신 정치인, '공격수'들의 역사

노지민, 김예리, 윤유경, 장슬기 기자 2024. 4. 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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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폴리널리스트'인가 (04)] 튀는 발언으로 공격수 이미지 굳히기
언론인 출신 초선 배치된 상임위, 정쟁화되면서 전문성 부족 우려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김예리, 윤유경, 장슬기 기자]

▲ 21대 총선을 이틀 앞둔 2020년 4월13일 오전 국회사무처가 국회 의원회관 국회의원 종합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지만 전 윤석열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2014년 새누리당 의원 시절 관훈저널 기고에서, 기자 출신은 “취재력” “주제를 뽑는 데 가히 천재적” “고급 기능을 가진 직업인”이기에 정치인으로서 장점이 많다고 했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 비판에 대한 반론격인 이 글에서 그는 기자들이 “특유의 반골 기질”이 있기에 “권언유착이라고 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을 모두 '폴리널리스트'로 칭하는 비판이 본질적 문제나 대안 논의를 뭉툭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 국회에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돌아보면 홍지만 전 비서관의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미디어오늘은 앞서 18~21대 국회에서 처음 당선된 전직 언론인 면면을 분석한 데 이어 이들의 의정활동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패턴을 살펴봤다.

언론인 출신 과방위 등 전진배치…전문성 한계

언론인 출신 초선들은 대개 방송·신문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18대 14명 중 8명(강승규·김효재·신성범·안형환·진성호·허원제·최문순·김창수)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19대 9명 중 6명(박대출·이상일·홍지만·배재정·신경민·최민희)이 문방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20대 10명 중 5명(김성수·최명길·강효상·민경욱·추혜선)이 미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21대 16명 중 7명이 과방위(고민정·민형배·윤영찬·한준호·정필모·김은혜·윤두현), 3명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배현진·최형두·김의겸)에서 활동했다.

이들의 활동은 주로 당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송 정책, 쟁점화에 집중됐다. 이명박 정부 첫해였던 2008년 구성된 18대 국회에선 조선·중앙·동아일보 출신 초선 의원들이 종편 출범 및 특혜 관련 법안 발의에 주력했다. 문방위 안에 소위 '조중동 소위'가 있다고 표현된 시기였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뒷받침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장악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종편 출범으로 방송계의 판을 바꿨다.

▲ 2009년 7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국회 경위들이 국회의장석을 둘러싼 채 미디어법 개정안이 날치기로 통과됐다. 종합편성채널 탄생의 시작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특히 한국일보·경향신문 출신으로 친이계 핵심 '안국포럼'에 속했던 강승규 의원, 조선일보에서 나와 18대 총선에 나선 진성호 의원 등이 미디어 관련법 틀을 짜고, KBS 출신 안형환 의원 등이 동조했다고 알려졌다. 2009년 신문의 방송 겸영을 2012년까지 불허한다는 여야 원내대표 협상안을, 의원총회에서 뒤집은 주역으로 조선일보 출신 김효재·진성호 의원이 꼽혔다. 강승규·안형환·진성호 의원은 종편에 광고 직접영업권을 주기 위해 방송광고판매대행법(미디어렙법)을 지연시켜 비판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친 19대 국회에선 정권 언론탄압에 대한 민주당의 맞대응 성격이 짙어졌다. 기자 출신이자 언론운동 진영에서 활동했던 최민희 의원 등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정치권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방송법 개정안 등을 발의하는 한편, 민주당에 비판적인 보도들에 대한 대응도 본격화했다. 김한길 대표 시절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25개 언론사별로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의원을 두면서 언론에 대한 실력 행사라는 비판을 불렀다. 19대 이후 MBC 출신의 국회 진출도 두드러졌다. 20대 국회엔 여·야, 초선·다선 통틀어 MBC 출신 8명(권미혁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포함 시 9명)이 진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 국회에선 소위 '가짜뉴스' 공방이 주된 쟁점으로 떠올랐다. 20대 국회 당시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기조가 여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지만,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주도로 관련 입법이 추진됐다. 2021년 동아일보 출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법을 주문했고, 동아일보·청와대·네이버를 거친 윤영찬 의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최대 3배) 관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SNS·유튜브 등 대상)이 시급한 처리 대상으로 꼽혔다.

21대 국회 임기 도중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소위 '가짜뉴스 전쟁' 중이다. YTN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윤두현 의원이 당내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포털TF,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 규명 TF' 장을 맡으면서 공영방송 보도를 압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동아일보 출신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징벌적 손배제와 비할 수 없는 수준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허위보도 적발 시 언론사 퇴출) 제도 도입을 주장하다 야당의 탄핵 대상에 오른 뒤 자진 사퇴했다.

▲ 2017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왼쪽)과 강훈식 원내대변인이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방송장악 등 언론적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는 모습. ⓒ연합뉴스

'거친 입'으로 튀어 존재감 부각…선 넘는 막말

역대 국회 '막말 제조기' 중에 언론인 출신이 많다. 서울신문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설 속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던 박대출 의원은 19대 초선 때부터 대표적인 막말 선수로 활동해왔다. 지난 2013년 야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두고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지”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전직 기자의 정계 진출을 적극 권장했던 SBS 출신 홍지만 의원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증권가 지라시 수준”으로 폄훼했다. 같은 해 MBC 출신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미친X”로 비난했다.

신 의원처럼 방송사 기자·앵커로 유명세를 얻은 초선 의원 중 선 넘은 막말 사례가 많다. KBS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 직행했다 20대 국회로 진출한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민 의원은 2018년 파란 모자를 쓰고 투표한 유재석씨에게 “북으로 가라”는 게시글, 2020년 민주당 정치인들을 “씨XX 잡것들” “주사파 떨거지”라 쓴 게시글 등을 공유했다. 2019년 전국적인 대형 산불, 헝가리 유람선 참사에 대한 문 대통령 대응을 두고 “빨갱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 칭하며 재난을 정쟁화했다. 결국 5개월 만에 당대변인에서 물러나고도 문 대통령 모친상에 비아냥댄 글로 비판 받았다.

MBC 아나운서·기자·앵커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이 된 배현진 의원도 미래통합당 대변인 등을 지내며 막말을 이어갔다. 2020년 진중권씨(현 광운대 특임교수)와 공방하며 “삶은 소대가리 식의 막말 혹은 똥만 찾는다”고 하거나, 문재인정부를 향해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라고 표현한 일 등이다. 2021년엔 본인 지역구의 고가 아파트 단지 인근 실버케어센터 건립이 무산되자 “숙원사업 해결해 기쁘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최근들어 신문기자 출신으로 청와대를 거친 인사들이 막말 등으로 비판 받았다. 전남일보 및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출신인 민형배 의원은 2021년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를 공유한 최강욱 전 의원 게시글에 '개XX들'을 연상케 하는 “GSGGD”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XX'로 표기하거나,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불임정당”이라 표현한 글 등으로 비판 받았다.

한겨레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낸 김의겸 의원(열린민주당, 현 더불어민주연합)의 경우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정적 의혹을 제기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른바 '윤석열-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의혹, '이재명 민주당 대표 영장실질심사 담당 판사가 한동훈 장관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주장 등이 있다.

2021년엔 언론인 출신 여성 의원들의 여성혐오성 발언도 있었다. 동아일보 출신 조수진 의원은 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두고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같은 해 고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칭한 사실이 드러나 박영선 서울시장 캠프 대변인에서 사퇴했다.

▲ 2014년 2월6일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1월30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추가 주가 조작 의혹 제기를 한 김 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히자 반박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언론을 다루는 법

언론인 출신 의원들의 거친 입은 존재감이 필요한 초선 시기 '공격수'로 활동하며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공천을 통한 재선이나 요직 기용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역구에 이익을 가져다주기 어려운 언론 관련 상임위원회에 언론계 출신 초선이 배정되면 언론에 나올 만한 이슈에 집중하게 되고, 정작 상임위 소관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인사가 부족한 문제도 고질적이다.

또 다른 축으로는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압박한 언행도 불거져왔다. 18대 강승규 의원의 경우 2010년 친이계 이동관 홍보수석의 TK 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그를 옹호하며 “대국민, 대언론 소통을 위한 상황 배경 설명의 한 대목을 확대 해석하거나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다면 소통 문화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언론을 압박했다. 2011년엔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장으로서 나 후보의 장애아동 목욕 촬영 논란이 불거지자, 촬영 및 취재 관련 거짓해명으로 논란을 샀다.

진성호 의원의 경우 이명박 대선 캠프 뉴미디어 분과 간사 시절 인터넷 언론과의 오찬 자리에서 “네이버는 평정됐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2008년 논란이 불거진 뒤 NHN에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그는 이듬해 사과했다.

KBS 출신 민경욱 의원은 KBS 구성원을 압박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일례로 2017년 국정감사 당시 고대영 KBS 사장에게 질문하는 KBS 기자들을 두고 “국감 증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위협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선 고 사장에게 질문하는 기자들이 입이 막히거나 끌려나갔다. 2016년엔 세월호 보도 개입 전화를 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옹호하면서, 문제 발언을 녹음한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을 비난했다.

▲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는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의 의미를 합친 조어다. 디자인=이우림

강효상 의원은 2018년 자신이 속했던 조선일보의 양상훈 주필 칼럼 <역사에 한국민은 '전략적 바보'로 기록될까>을 비판하기 위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 편지>라는 입장문을 냈다. 양 주필은 당시 “북의 비핵화를 믿으면 바보라지만 때로는 바보가 이기는 경우가 있다”라고 썼다. 강 의원은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는지 깜짝 놀랐다”며 “이런 거짓보수는 당장 파면해야 조선일보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고 압박했다.

네이버 출신이라는 점에서 포털 관련 전문성을 강조해온 윤영찬 의원은 지난 2020년 다음(카카오) 메인 뉴스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만 메인에 오른 것을 보고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보낸 문자 화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윤두현 의원은 친여권 성향 언론단체들과 함께 공영방송, 언론노조 등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추천 몫을 받은 공정언론국민연대와 방송심의 제도 토론회 등을 개최하거나, 해당 단체 모니터링을 근거로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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