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눈치 더이상 안볼래”…‘고금리 태풍’에 각자도생 택한 나라들, 한국은?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4. 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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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발생했는데 바람이 안 분다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태풍이 완전히 통과했거나 아니면 태풍의 중심인 ‘태풍의 눈’에 있을 때다. 둘 다 바람이 안부는 지역인 것은 맞지만 미래는 완전히 다르다. 태풍이 지나간 지역은 더 이상의 피해가 없다. 반면 태풍의 눈에 있는 지역은 태풍이 이동하면 큰 피해가 발생한다. 세계경제에는 2022년부터 고금리 태풍이 불었다. 코로나19로 대규모로 풀린 돈이 급속한 물가 상승을 야기하자 미국부터 금리를 급속히 올려 경제를 옥죄었다. 이 영향이 전 세계로 파급됐다. 2년이 지난 지금 바람은 잠잠해졌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태풍이 지나갔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더 무서운 게 닥칠 것이라고 한다. 각 전망에 따라 각국이 통화정책을 통해 대응하는 양상도 제각각이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걸까. 조바심을 내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2월 물가 예상치 웃돌며 금리인하 안갯속 ... 신흥국 통화정책의 ‘등대’ 역할 전혀 못해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3월에 기준금리를 30%포인트 내렸다. 인하 후 이 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80%다. 미국 기준금리(5.5%)의 15배에 달한다. 반면 터키는 올 들어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올려 연 50%를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이 각양각색이다. 미래의 방향성이 대한 전망이 엇갈릴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는 향후 대규모 자본이동과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2022년부터 불어닥친 고금리 태풍의 근원지인 미국의 통화정책은 ‘정중동’이다. 변죽만 계속 울릴 뿐 정작 행동은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 통화정책의 ‘지표’ 역할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경제리더십도 상당부분 훼손됐다. 연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도 헷갈린다.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3.2%로 집계되면서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3월말에 발표된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보다 2.5% 올라 시장의 예상치에 대체적으로 부합했다. 반면 2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8%나 급증해 개인 소비는 탄탄함을 보여줬다. 아울러 2월 실업률은 3.9%로 0.2%포인트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한 때 고용불안 심리가 퍼졌다. 미국의 잠재실업률이 4%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4%를 웃돌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과 물가지표가 울퉁불퉁한 모양을 나타내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하지만 언제 얼마나 인하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금리인하 횟수와 관련해서는 파월 의장과 연준 이사들간에 1회에서 3회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변화무쌍한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미국의 금리 전망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 금리인상 기대감 팽배 ... 디플레 걱정 중국은 금리 내렸지만 위안화 환율 추이에 긴장
미국의 눈치를 보던 다른 나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움직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일본이다. 이 나라는 2016년 이후 8년째 기준금리를 -0.1%로 유지하다가 3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2년 5월부터 2년여 기간 동안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2023년 4분기 성장률도 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0.4%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피했다. 경기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이 나라 경제가 디플레로 상징되는 ‘잃어버린 30년’에서 완전히 탈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자금시장도 향후 일본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5년 만기)를 0.25%포인트 낮춰 연3.95%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린 것. 중국은 일본과는 달리 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급선무다. 중국 경제가 꼬여 갈수록 금리인하 강도는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환율은 출렁이고 중국과 거래하는 많은 나라의 경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 국면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걱정스럽다. 정치와 경제 외교 등 모든 측면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중국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경기부양 다급한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보다 인하에 무게 두며 ‘각자도생’ 나서
신흥국들도 제각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올 들어서도 기준금리 인하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7월 연13.75%에 달했던 이 나라 기준금리는 지금은 10.75%까지 떨어졌다. 6개월 사이에 2.5%포인트 내렸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동결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브라질은 금리를 내리고 있다. 칠레도 올해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렸다. 칠레의 기준금리도 지난해 7월 연11.25%에서 인하하기 시작해 현재 연7.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체코는 올 들어 0.5%포인트, 헝가리도 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렸다. 금리를 내린 국가들은 환율 방어 등 대외 경제의 안정보다 국내 경기부양이 더 시급한 경우다. 반면 터키는 2023년 6월 8.5%였던 기준금리를 연50%까지 끌어올렸다. 터키 리라화의 달러대비 환율은 비슷한 기간 25에서 32까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부양 보다 대외 경제 안정이 급한 경우다.

한때 미국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의 통화정책을 이끌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따라 올리고 미국이 내리면 따라서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각국의 경제는 각자도생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춘 만큼 더 이상의 미국발 고금리 태풍은 불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다. 두 번째는 그동안의 고금리로 인해 국내 경기가 위축돼 경기 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의 금리 차가 발생해도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국제금융의 상황이 미국과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선제적인 금리 등락 움직임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행태와 비슷 ... 한국정부 정책 失機 없어야
한국은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계속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국내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점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미 간 금리차로 인한 부작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태풍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각국은 지금 자국경제의 미래를 놓고 정답은 모른 채 문제의 답을 써내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선제적인 통화정책이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맞아 떨어질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예상과 달리 경제가 움직인다면 만만찮은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국가들은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은 과도한 미국의 눈치 보기로 정책을 실기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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