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 투자해 ‘이것’ 100배 키우겠다는데…‘초격차’ 꿈꾸는 두 거대기업 [홍키자의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4. 4. 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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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후발주자나 경쟁 상대가 추결할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격차를 뜻하는 표현입니다.

2018년 삼성전자의 권오현 전 회장이 ‘초격차’라는 책을 내면서 본격 이 표현이 회자되기 시작했죠. 보통 수준의 격차가 아니라 ‘초’격차라는 것인데, 2등이 아예 1등이 되고자 하는 의지마저 꺾어 놓을 만큼 큰 격차를 벌려 놓는 것을 말합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만들고, 그 시대를 주도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퍼스트 무버’라고 할만하고요. 이 회사들은 이전에 허공에 떠다니던 AI라는 단어를 우리 일상으로 내려놓은 장본인들이죠.

이 회사들이 이제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무려 한화로 134조원을 투자한다는 조치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134조원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 나왔다...현존 최고보다 100배 커
MS와 오픈AI가 1000억달러(약 134조6000억원)를 투입해 AI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존하는 최고 규모 수준의 데이터센터와 비교하면 무려 100배 이상 큰 수준입니다.

최근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MS와 오픈AI 양사 고위 임원들이 이같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 이름은 이른바 ‘스타게이트(Stargate)’로 미래 6년동안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서버와 시스템,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이 설치된 종합 공간이죠. 쉽게 얘기해서 컴퓨터 수만대를 모아두고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곳이 데이터센터입니다.

그런데 생성형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보통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게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 검색이 가능한 병렬 컴퓨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성능 AI 반도체가 탑재된 특수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했죠. 현재의 데이터센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던 것이라, 늘 허덕였던 것이고요.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열린 대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오픈AI의 올트먼 CEO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우리의 AI를 구동시키는데 충분한 AI칩을 보유하지 못했고, 앞으로는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짓는 데이터센터에는 수백만개의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오픈AI의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수백만개의 서버 칩이죠.

엔비디아의 AI칩 이외에도 MS가 자체 개발한 AI칩인 ‘마이어100’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죠. 프로젝트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은 MS가 부담할 가능성이 큽니다.

MS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우리는 항상 AI 역량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다음 세대의 인프라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디지털리얼티’의 크리스 샤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범용인공지능(AGI)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라며 “현재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규모 같지만, 슈퍼컴퓨터가 실제로 완성되는 시점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5단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완료하면 초격차 만든다?
1970년대 시작된 CIA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로고. <자료=CIA>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총 5단계로 이뤄진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작업의 일부입니다.

현재 총 5단계 중 3단계의 중반 수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4단계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100억달러를 들여 오픈AI용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이죠. 4~5단계 때 투입되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이 AI 칩 구입과 관련돼있습니다.

이 프로젝트 자체로 AI산업과 반도체 시장 전체가 한층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픈AI는 주간 사용자만 1억명이 넘는 챗GPT를 고도화시키고 있고, 연내 비디오생성 AI인 ‘소라’도 출시할 예정이죠. MS는 엑셀이나 워드 등 전통의 오피스에 AI비서인 ‘코파일럿’을 탑재시켰습니다. 두 회사가 전 세계서 가장 많은 AI컴퓨터와 데이터센터의 고객을 보유한 것이죠.

스타게이트는 1994년 개봉한,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된 4차원 세계 순간이동 장치에 관한 공상과학 영화에서 유래됐죠. 영화 주인공들은 스타게이트를 통해 4차원 세계로 들어가 거짓 신으로 위장해 지구와 우주를 위협하는 외계생명체 세력에 대항하죠.

미국 CIA가 초능력자를 활용해 군사 프로젝트에 쓰려고 했던 관련 프로젝트 이름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였습니다.

여하튼 프로젝트의 이름에서 엿볼수 있듯 인간의 현존하는 지식과 상상력을 넘어서는 초지능 시대를 두 기업이 꿈꾸고 있습니다.

빅테크 데이터센터 경쟁...아마존도 200조 투자한다
MS와 오픈AI의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투자 방침이 아직 확정된건 아닙니다. 다만 이 보도가 전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의 공식 발표 이후에 나왔던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의 데이터센터 내부 전경.
아마존도 지난달 말 데이터센터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자를 명확히했습니다. 향후 15년간 데이터센터에 약 1500억 달러(약 202조5000억원)를 투자키로 한 겁니다. 아마존은 이번 투자 발표를 기점으로 데이터센터를 위한 토지, 전기 등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아마존은 지난 2년간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해왔습니다. 이미 1480억 달러를 썼습니다. 추가로 더 짓기 위해 부동산 보유량도 꾸준히 늘렸죠. AWS의 부동산은 2020년 이전에 비해 현재는 2배 이상 증가한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버지니아 북부와 오리건주의 기존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미시시피,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기존 데이터센터 등에 기반한 클라우드는 이미 AWS가 2위 업체인 MS와 비교해 2배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죠. 추가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미국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AWS>
블룸버그 통신은 “아마존 데이터센터 확장의 대부분은 증가하는 기업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예상되는 AI 호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다른 회사들과 제휴해 서버를 통한 AI 서비스 강화에 적극 나선 아마존이 앞으로 수 백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정리하면, MS와 오픈AI는 기존 판을 흔들기에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기존의 데이터센터의 반도체칩으로는 더 좋은 AI를 구동하기 어려우니 본인들만의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를 별도로 짓겠다고 한 것이죠. 새 판을 깔고 있는 겁니다.

범용AI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짓게 되면 수혜보는 반도체 기업들은 많아질겁니다.

엔비디아의 GPU가 다수 쓰일 것이고, MS가 개발한 칩도 쓰이겠죠. 이렇게 되면 GPU에 함께 들어가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폭발할 수 있습니다. AI 서버용 인텔이나 ARM 기반의 CPU 수요도 크게 늘어납니다.

그야말로 반도체가 모든 섹터를 압도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미 올해 그런 판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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