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1위 SF드라마 ‘삼체’, 그 안에 풍성한 과학이 있네

홍아름 기자 2024. 4. 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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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로 살아난 중국 SF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
천체 세 개의 궤도 예측하는 ‘삼체 문제’
‘양자 얽힘’ 사용하는 외계인에 지구인은 ‘핵폭탄’ 대응

지구로부터 4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한 행성. 이곳의 하늘에는 태양 세 개가 뜬다. 하나의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공전하는 지구의 태양계와는 달리 생명체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태양들이 변덕을 부리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외계생명체 ‘삼체인’은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찾아 지구로 향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제작한 ‘삼체’는 중국 과학(SF) 소설가 류츠신이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다. 지구의 과학자들은 광속의 1%로 400년 이후면 도달하는 삼체인에 대응하기 위해 저마다 계획을 세운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SF 영화 답게 시리즈 안에서는 실제로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과학 기술이 나온다.

넷플릭스 '삼체'

◇태양 세 개 움직임, 정말 예측하기 어렵나

삼체인이 사는 행성은 태양 세 개 사이에 끼어있다. 덕분에 태양 세 개가 한꺼번에 뜰 때는 사람들이 말라 죽을 만큼 표면이 뜨거워졌다가, 태양이 사라지면 모든 게 얼어붙을 만큼 차갑게 식기도 한다. 지구처럼 태양이 떴다 지는 시각도 일정하지 않아 작물을 키우거나 살 공간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렵다.

천문학과 수학에서 천체 세 개의 장기적인 움직임을 예측하는 문제를 ‘삼체 문제’라고 한다. 먼저 두 개의 천체부터 짚어보자. 흔히 태양과 지구, 또는 달과 지구처럼 두 천체의 상호작용과 궤도를 예측하는 문제는 ‘이체 문제’다. 이는 아이작 뉴턴이 발표한 만유인력 법칙을 바탕으로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가하는 중력을 계산해 궤도를 예측할 수 있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일찍부터 지구는 365.24일을 주기로 태양을 돌며, 달은 27.3일마다 지구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두 개의 천체에 천체 하나만 더 추가돼도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천체의 질량이나 속도와 같은 초기 조건을 주더라도, 각각의 상호작용으로 궤도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간의 변화에 따라 궤도가 매우 복잡해지는 경우를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를 붙여 ‘카오스 이론’이라고 한다. 앞서 이체 문제를 해결했던 뉴턴은 200년 전 서로의 중력에 갇혀 상호작용하는 천체 세 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다.

다만 수학자들이 특수한 경우에 한해 삼체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중 하나가 ‘라그랑주 점(Lagrange point)’이다. 두 개의 큰 천체가 만들어낸 중력이 상쇄돼 실질적인 중력이 0이 되는 지점을 말한다. 지구와 달 사이에서 인공위성이 일정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의 한 장면. 인물 뒤로 세 개의 태양이 겹쳐진 모습을 나타낸 그림이 보인다./넷플릭스

◇지구인의 ‘핵폭탄’ vs 삼체인의 ‘양자 얽힘’

드라마 속 삼체인은 4광년 떨어진 지구를 향해 광속의 1%로 달려가는 동안 지구에 먼저 일종의 통신기를 보내 미래 삶의 터전이 될 지구를 살핀다. 만약 지구를 살폈다고 한들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면 4년 뒤에나 받을 수 있지만, 외계인들은 단 하나의 개념으로 순식간에 정보를 받을 방법을 생각해 낸다. 바로 ‘양자 얽힘’이다.

양자 얽힘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입자 중 한 개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결정되는 ‘동기화’ 현상을 말한다. 삼체 속에서는 얽힘 상태에 있는 ‘양성자 컴퓨터’를 삼체인과 지구 측에 나눠 두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실제 과학계에서는 양자 세계에서 양자 얽힘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고 보고,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양자센서 분야에서 양자 얽힘을 재현해 정보처리량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다만 폴 딜레이니 캐나다 요크대 물리천문학과 명예교수는 한 언론을 통해 “양자라는 단어를 앞에 놓으면 무엇이든 가능해 보이지만, 시리즈에서 나온 것처럼 작동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자 얽힘은 실제 존재하는 현상이지만 지구의 사진이나 환경을 담은 정보가 오롯이 전송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애초에 양성자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부터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양성자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로, 양자 세계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전자나 광자 같은 기본 입자보다는 훨씬 크다. 얽혀있는 전자나 광자로 바꾸고, 삼체인과 지구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을지 약속만 된다면 통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

양자 얽힘을 나타낸 그림./SPL

삼체인이 지구에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구인들도 탐사선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과학자들은 탐사선에 일종의 돛을 달고, 핵폭탄 300개를 원하는 궤도에 놓고 연달아 터뜨려 탐사선을 광속의 1%까지 가속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한 과학자는 ‘스타니스와프 울람’의 계획을 참고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1946년 폴란드와 미국의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이 고안한 ‘오리온 프로젝트’를 말한다. 미국 정부가 1960년대 계획한 이 프로젝트는 우주에서 수소 원자폭탄을 터뜨려 우주선을 가속하는 것으로, 당시 이론적으로 가능할 것이라 평가됐다. 하지만 7년간의 작업 끝에 대기 중 핵실험을 금지한 조약과 핵 낙진 우려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를 취소하게 된다.

델라니 교수는 “이미 1960년대 살폈던 실험”이라면서도 “시리즈 속 실험 설계는 핵폭탄이 너무 많이 필요해 설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인디애나대의 찰스 호로비츠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만약 실현됐다면 아주 좋은 로켓이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전 세계 과학 시설 모티브로 한 ‘삼체’

‘삼체’는 시리즈의 주 배경인 중국과 영국, 그리고 파나마 운하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그만큼 실제 과학 시설을 닮은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표적인 예가 등장인물 예원제가 최초로 삼체인의 신호를 받았던 중국의 홍안(Red Coast) 기지다.

일각에서는 홍안 기지의 망원경이 미국 버지니아주 그린 뱅크에 위치한 지름 43m의 전파 망원경을 참고했다고 본다. 그린뱅크 망원경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가동식 전파망원경이다. 직경이 100m에 달해 감도가 높다. 지난해 미국 외계지적생명탐사(SETI) 연구소는 그린뱅크 망원경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외계 생명체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신호를 찾아냈다.

‘하늘의 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의 텐옌(天眼) 전파망원경이라는 설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꼽히는 텐옌은 삼체에 등장하는 망원경과 비슷하게 남부 산악지대에 세워졌다. 지름은 500m로 축구장 약 30개의 넓이와 비슷하다. 중국 당국은 “망원경이 거대할 뿐 아니라 성능도 최고”라며 “100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오는 신호도 탐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인공들이 삼체인이 일으킨 이상 현상을 발견하는 영국 옥스퍼드대 입자가속기는 실재할까. 이 입자가속기의 실제 배경은 영국 최대 과학 시설인 다이아몬드 광원 연구소(Diamond Light Source)다. 다이아몬드 광원 연구소는 원형 입자가속기(싱크로트론) 시설로 X선이나 적외선, 자외선의 광선을 만들어 실험하는 장소다. 이곳은 옥스퍼드대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협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조를 분석해 백신을 빨리 개발할 수 있었던 핵심 시설로도 꼽힌다.

지상 최대 크기 구경의 전파 망원경 텐옌(天眼)의 반사경./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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