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 무기’ 4000만명 유치… 26주 적금·파킹통장도 흥행 [이슈 속으로]

박미영 2024. 4. 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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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3사 자산 100조 돌파
주담대 등 대출 금리 낮아 고객 몰려
2023년 말 기준 자산 101조6487억 기록
1호 ‘케이뱅크’ 문 연지 7년 만에 성과
모임통장·돈나무 키우기 등 상품 주효
해외 진출 추진·새 수장 맞아 ‘제2도약’
제4인터넷은행 경쟁도 조만간 본격화
해외 사례보니
방대한 고객 대상 은행·증권 연결시켜
美선 중기·스타트업 등 기업특화 운영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자산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약진하고 있다. 그간 시중은행 대비 낮은 대출 금리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으는 한편 다양한 혁신상품으로 젊은층을 공략하는 등 업계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이다. 나아가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기 위한 경쟁도 조만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리경쟁력’ 발판으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합은 101조64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79조5458억원에서 27.8%(22조1029억원)나 급증했다. 1호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문을 연 지 7년 만의 일이다.

고객 수도 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970만명을 확보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2월 말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뱅크까지 3사의 고객은 4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세의 주요 원인으로 금리경쟁력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온라인 기반 영업이라 오프라인 중심의 시중은행 대비 자금 조달 비용이 낮은 만큼 금리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 2월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 방식) 평균 금리는 연 3.75%로 주담대를 취급하는 16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케이뱅크도 3.81%로 바로 뒤를 이었다. 전세자금 대출에선 케이뱅크가 3.62%로 가장 낮았고, 토스뱅크(3.70%)와 카카오뱅크(3.71%) 순이었다.

특히 올해 들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도입되면서 낮은 금리를 찾는 고객이 인터넷은행으로 더욱 몰려들었다. 

◆‘고객 중심’ 다채로운 상품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는 올 들어서만 이자가 최대 연 10%인 적금 특판을 두 차례 진행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 연 10%를 적용한 덕분에 신규고객 유치 효과를 봤다. 

케이뱅크는 더불어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를 즐기는 젊은층을 겨냥했다. 게임처럼 즐기면서 즉시 현금 보상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돈나무 키우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앱을 통해서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했다. 상장 주식부터 공모주, 가상자산, 미술품 조각투자까지 한 곳에서 간편하게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했다.

인터넷은행 3사 중 총자산이 가장 큰 카카오뱅크도 그간 고객 수요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출시했다. 기존의 수신 상품을 소비자 맞춤형으로 재해석한 26주 적금, 모임통장, 저금통 등으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특히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계좌가 신규 개설된 26주 적금은 소액으로 시작해 적립금을 꾸준히 늘려갈 수 있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26주까지 적립하면 최고 6% 금리까지 보장, 저축 초심자들이 끌어들였다.

모임통장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외향인을 겨냥한 상품이다.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는 멤버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회비 현황 확인을 필두로 생활비, 회비 관리, 모임 게시판 기능 등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도 하루만 돈을 맡겨도 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혁신상품을 내놨다. 소비자가 이자를 받는 일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이 대표 상품이다. 아울러 ‘일 복리’를 통해 고객 선택권을 더욱 넓혔다. 이제는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출시 중인 무료 환전 서비스도 토스뱅크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토스뱅크는 만 7세부터 만 18세 이하를 위한 금융교육과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틴즈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모바일에 익숙한 알파 세대(201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를 겨냥, 사용자 230만명을 달성했다.

◆제4은행은 어디로?

인터넷은행들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최근 새로운 수장을 맞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올해를 기점으로 ‘2기’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지난 1월 취임한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재도약을 선언하면서 ‘고객에게 신뢰받는 테크리딩(Tech-leading) 뱅크’가 되자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에서 가상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금융지주사와 손잡고 인터넷은행 최초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도 “2024년을 첫 연간 흑자 달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다만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대로 중·저 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을 적극 실천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 중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카카오뱅크(30.4%) 하나에 그쳤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29.1%, 31.5%로 32%, 44%인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제4 인터넷은행 등장도 가시화됐다. 현재까지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 중인 곳은 유뱅크(U-Bank) 컨소시엄(현대해상·렌딧·루닛·트래블월렛·자비스앤빌런즈)과 소소뱅크 컨소시엄(소상공인·소기업 관련 35개 단체 연합), 한국신용데이터(KCD)뱅크 컨소시엄 등이다. 

더존비즈온은 전날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매출채권 팩토링 등 혁신금융 서비스까지 더해진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전문은행인 가칭 ‘더존뱅크’를 설립해 기업 데이터 기반의 혁신금융을 선보인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기존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 등급 자료가 없어 담보나 보증에 의존하는 바람에 원활한 자금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인공지능(AI) 활용 기업 신용평가모형 개발 경험과 역량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자신했다.

더존비즈온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형 시중은행과 정책기관, 유수의 대기업 등을 주주사로 참여시킬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제4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와 관련해 새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다.

사진=일본 라쿠텐 은행 홈페이지 캡처
◆日 라쿠텐, 쇼핑몰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 ‘승승장구’

해외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1995년 세워진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인 미국의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뱅크를 시작으로 미주와 유럽 등 대다수 국가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호인 재팬 넷 은행이 설립돼 우리나라보다 17년 앞섰다. 현재 라쿠텐 은행과 세븐 은행, 소니 은행 등 10곳이 영업 중이다.

일본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라쿠텐 그룹 산하인 라쿠텐 은행은 계열사 간 서비스 연결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 먼저 라쿠텐 쇼핑몰이 보유한 방대한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영업 전략을 세운 덕분이다. 나아가 ㈜라쿠텐과 금융 계열사인 라쿠텐 은행·증권·카드·페이 등을 연결해 이른바 ‘라쿠텐 에코시스템’으로 불리는 생태계를 구축한 전략이 주효했다.

세븐 은행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주된 수입원이다. 전국적으로 ATM 2만7000개를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설치해 연간 거래 9억8000만건을 처리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268만명이 이용 중이다. 더불어 640개 금융회사와 손잡고 해외 송금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국에선 기업특화 인터넷은행이 발달했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중소기업을 주고객으로 삼는 인터넷은행이 확산됐다.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중소기업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새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미국의 기업특화 인터넷은행은 △일반 중소기업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으로 핵심 목표 고객군을 나눠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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