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어요” 솔로남녀 12명 연인 찾아 1박 2일 여행…2030의 일반인판 ‘나는 솔로’

가평/구아모 기자 2024. 4. 6. 12: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대1 경쟁률 뚫고 선발돼
'나는 솔로'를 차용해 일반인들을 상태로 1박 2일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케미컴퍼니 운영진들이 일정을 설명하는 모습. /구아모 기자

“크로스핏과 웨이트 등 퇴근 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가정적이지만 자취 경력도 10년이 넘어가서 생활력도 좋습니다”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 가평의 한 펜션에 모인 솔로 남녀 12명이 3분씩 자기소개를 하며 자신의 이상형을 밝혔다. 한 남성은 “지금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여성이 이상형이었는데, 지금 생각이 달라졌고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께도 마음이 열릴 것 같다” “좋아하는 취미나 분야 있는 분께 매력 느낀다”고 했다. 한 편에는 PPT화면에 자기 소개를 하고 있는 사람의 사진과 나이, 거주지, 직업과 전공, 종교 여부 등 간략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남중, 남고, 공대 테크에서도 지켜온 선한 미소와 다정함’ ‘학창 시절부터 돋보였던 엄친딸’ ‘내 사람에겐 YES 맨!’ ‘조용한 첫인상과 달리 내 사람에겐 애교 가득’ ‘28개국을 돌아다니며 쌓인 멋진 경험이 만들어준 넓은 시야’ 등 참가자들을 설명하는 짧은 요약문도 적혀있었다.

5대1 경쟁률 뚫어....일반인판 ‘나는 솔로’

이들은 LG유플러스 사내벤처 ‘케미컴퍼니’에서 주말 1박 2일간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하트 트래블’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최근 2030 솔로들을 겨냥해서 각종 모임 플랫폼과 모임 주선 서비스 등이 범람하는 가운데, 화제가 된 연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하트 시그널’ 같은 프로그램을 차용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1박 2일 근교 여행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이 나온 것. 50만원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솔로 남녀들의 인기가 폭발했다. 지난 2월말 2000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원서를 작성 과정에서 경쟁률이 최대 10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매칭률도 43%를 기록했다. 참가한 커플 중 결혼한 커플까지 나왔다.

이번에 참가한 12명은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이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선 자기소개서를 구구절절 작성해야한다. ‘이성을 볼 때 중요한 것 세 가지는?’ ‘이성을 볼 때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것만큼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등의 질문은 물론, 연애 과정에서 중요로 자리매김한 MBTI를 기재하는 칸도 있다. 이상형, 못 먹는 음식, 종교 여부 및 참여도 정도까지 23개 문항에 답변을 해야만 참가 신청이 접수된다. 그 이후 ‘케미 컴퍼니’에서 지원자의 답변에 따라 이상형을 정성 평가한 뒤 참가자들을 최종 확정한다.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명함, 재직증명서, 사업자등록증 등 사전 검증 과정까지 거친다. 이날 참가자 나이는 31세부터 38세로 공기업, 반도체 연구원, 대기업 인사팀, 해외영업지원, 변호사 등 다양했다.

◇“연인 만날 길 없어 답답해”

참가자들은 연인을 만나고 싶은데 마땅한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소셜 미디어와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노출해야하고 신원 검증이 안된다는 불안감이, 결혼정보회사 서비스는 맞선 형식에 너무나도 무겁다는 부담감에 이런 서비스에 참석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연애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는데, 카메라에 노출되는 건 싫은데 연인을 찾아보고 싶다” “연인을 만나고 싶은 절박감에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어려워 이 프로그램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2)씨는 “1년 전 첫 결혼 이야기까지 오간 남자친구와 이별했다”며 “연애만 했지, 결혼 얘기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니 어그러졌는데, 결혼정보 회사는 너무 무겁고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니 호기심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가족들이 결혼을 재촉하고 있다는 남성 참가자 이모(37)씨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소개팅도 나가고, 와인 모임 등 각종 모임 등도 다 나가고 연인을 만나고 싶은 절박감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며 “모임 플랫폼이 다양화된다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처럼 정작 만날 기회는 줄어드는 것 같고, 모두가 스펙이 올라가니 더 연애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연인을 찾기 위해 첫 인상을 남기는 시간, 이들은 짧은 시간안에 최대한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스쿠버 다이빙 등 이색 취미를 하는 사진을 첨부하거나, 색소폰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영상을 첨부하기도 했다. 자기 소개를 마친 뒤에는 1분 남짓의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다. “테니스를 취미로 친다는데 구력이 어떻게 되시느냐?” “수영이 취미면 기록은 어떻게 되시냐” 같은 취미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연애 성향에 대한 탐문도 이어졌다. “데이트는 일주일에 몇 번 하시냐” “연애를 한다면 시간은 어떻게 내시냐” 등의 질문도 있었다. 시간을 어떻게 내냐는 질문을 받은 여성 참가자는 “연애를 하면 남자 친구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취미는 짬을 내서 하는 편이니 데이트 할 여유는 충분히 많다”고 답했다. “연상과 연하, 동갑 중엔 어떤 것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연상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남자로 느껴지면 상관 없다”고 답했다.

자기 소개를 마친 후 연애 프로그램처럼 각종 미션이 진행됐다. 가평의 수목원에서 산책하며 참가자들은 3개 조로 나누어 ‘보물 찾기’ ‘인생 사진 찍어주기’ 등의 과제를 진행했다. 수목원에 들어갈 때만 해도 어색한 기색이 확연했던 참가자들은 산책이 진행되면서 점차 화기애애해졌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다가 자연스럽게 2명씩 짝지어 따로 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짝이 된 남녀는 수줍게 웃으며 서로를 파악해 갔다. 보물 찾기 등 선물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속마음을 운영진이 귀띔해 주는 ‘속마음 전달권’ 이나 ‘1대1 대화 지목권’ 등이 주어졌다.

◇“결혼할 짝 찾기 점점 어려워져”

일반인판 ‘나는 솔로’에서 바비큐 파티를 진행중인 모습. /구아모 기자

이후 저녁엔 캠핑, 바비큐 파티에서 식사와 함께 술이 곁들어 졌다. 취기가 오를수록 대화도 점차 화기애애해졌다. 처음엔 서먹서먹 했던 이들은 가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커리어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할머니가 명절 때마다 결혼해서 애 낳는 모습 보는게 내 소원이다”며 푸념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과거의 소개팅 이야기, 마지막 연애 시기와 당시 결별 사유 같은 진솔한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취기가 오른 와중에도 마음에 드는 상대를 대상으로 연애 횟수, 연애 가치관에 대한 면밀한 탐색도 이어졌다.

이야기가 무르익은 와중에 진행자들은 12명을 하나씩 불러 호감이 가는 사람은 누구인지 속마음을 묻기도 했다. 속마음 인터뷰를 위해서 진행자가 참가자들을 따로 불러내서 대화를 나눴다. “제일 관심 가는 이성 참가자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대답을하고, 서로의 마음이 통한 남녀 참가자의 경우 “그 참가자 역시 첫 인상 선택 때 당신을 골랐다”며 귀띔해 주며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반인판 ‘나는 솔로’. /구아모 기자

참가자들은 결혼이 ‘꼭 해야 하는 것’에서 ‘할 수도 있는 선택지’로 바뀐 문화 때문에 꼭 마음에 맞는 짝을 찾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변호사 박모(38)씨는 “이전에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해야 하는 게 결혼이었는데, 지금은 이혼하는 커플들도 많이 보이니 결혼에 더 신중하게 된다”며 “자기의 선택을 최적화하고 싶은 마음, 정말 좋은 사람, 꼭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굳이 참고 살려고하지 않으니 연애도 결혼도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서먹했던 초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술자리는 새벽 3시까지 무르익었다.이튿날인 17일, 이들은 ‘최종 선택’을 진행했다. 12명 중 8명, 4쌍의 커플이 성사됐다. 가평에 찾아올 때는 홀로 왔던 참가자들이 수줍지만 상기된 얼굴로 짝지어 귀가했다. 남성과 같은 차량에 동승해서 귀가하는 커플도 있었다. 케미컴퍼니 측은 “서울, 강릉, 춘천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확대하고 다양한 형식의 연애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고 했다.

일반인판 ‘나는 솔로’에서 커플이 매칭되자 다른 참가자들이 축하해주는 모습.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