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면 동네사람한테 인사부터···사전 귀농교육이 성공 열쇠” [귀농귀촌애]

한현묵 2024. 4. 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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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충북 제천 한광오 하늘꿈농원 대표
막걸리 사주면서 옆집 할아버지한테 작약 재배 비법 물려받아
청소 용역이라는 일상 탈출구 찾았는데 TV프로 귀농인 삶 눈에 번쩍
농사의 ‘농’자도 모른채 무조건 귀농센터서 8개월간 교육
매주 3차례 작약꽃 출하 이웃 할아버지 통장 입금내역 보고 작목전환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귀농했어요.”

충북 제천에 사는 한광오(57) 박달재 하늘꿈 농원 대표는 3월29일 7년 전 귀농센터에서 감자를 심었던 때를 회상하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 대표의 귀농 계기는 우연찮게 본 방송이었다. 그는 “귀농인을 소개하는 KBS ‘인간극장’ 프로그램을 보고 귀농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프로그램을 본 한 대표는 자연에서 사는 귀농인의 삶이 자신이 살아가야 할 미래 모습으로 그려졌기때문이다.

한 대표는 당시 청소 용역 일을 했다. 날마다 사람을 데리고 다니면서 청소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에겐 인부를 부리는 게 힘든 일이었다. 7년간 그에게 맞지않는 옷을 입고 다닌 것이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우연한 기회에 방송에서 그 탈출구를 찾은 셈이다.

“여보, 나 귀농해야겠어요” 아내에게 말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아내는 한 대표의 귀농결심을 반겼다. 한 대표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농촌과 농삿일을 전혀 몰랐다. 한 대표 부부는 이 때부터 인터넷으로 전국의 귀농센터와 귀농학교를 뒤졌다. 충북 제천시 체류형창업지원센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2017년 3월부터 8개월간 한 대표는 센터의 숙소에 입소해 귀농교육을 받았다. 생애 첫 농부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 

“센터에서 처음으로 고구마와 감자를 심어봤어요” 그는 싹이 나고 물만 주면 크는 작물들이 신기했다. 센터에서 농부가 되는 과정을 배웠다. 그는 뭐든지 열심히 했다. 그 결과 뜻하지 않았던 행운이 뒤따랐다. 교육평가 결과 센터 입소생 30명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부상으로 농자재 등을 살 수 있는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센터 교육을 모두 마친 한 대표는 화훼농가로 유명한 백운면 한 마을을 골라 정착했다. 비닐하우스 3동이 있는 750평 규모의 밭을 임대했다. 임대료는 연간 쌀 10가마다. 우선 보조금으로 비닐하우스를 수리하고 금잔화 등을 심었다. 우선 아내와 가족은 인천에 두고 혼자 귀농해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우연히 들른 옆집 비닐하우스에서 ‘행운’을 잡았다. 바로 네덜란드 작약이다. 70대 할아버지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작약꽃을 매주 3차례 출하했다. 할아버지가 잠깐 나간 사이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우연히 통장을 봤다. 매주 3차례 50만∼80만원이 입금된 내역을 확인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할아버지는 작약 재배방법을 쉽사리 알려주지 않았다. “날마다 막걸리를 사들고 할아버지 비닐하우스로 출근했어요” 그는 할아버지를 조르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런 날이 6개월쯤 되자 할아버지는 “그럼 한법 배워 볼껴”라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한 대표는 뿌리작약 5000개를 분양받아 작약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첫 수확의 열매를 맺었다. “탐스런 꽃을 보고 너무 기뻤어요” 한 대표는 작약 꽃을 매주 3차례 마을 집하장으로 오는 aT(농수산물유통공사) 차량에 출하했다. 첫 해 그는 200평 비닐하우스 한동에서 7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금은 3500만원으로 순이익이 늘었다.

그는 작물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작약 농사는 꽃 수확이 끝나는 5월이면 대충 마무리된다. 이후  한 대표는 샤인머스켓과 참깨, 고구마, 감자 등의 농사를 짓는다. 이날 한 대표는 비가림 시설이 된 샤인메스켓 농장에서 동해를 입었는지 나무를 감싸고 있는 짚과 비닐을 벗겨내는 작업을 했다. 그는 봄 농사철이 시작되는 이 때가 가장 바쁘다. 이날은 농장을 이어받기로 약속한 딸과 딸의 지인도 농장으로 내려와 농삿일을 거들었다. 한 대표의 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보고 싶어요”라며 후계농의 당찬 포부를 내보였다.    

한 대표가 지은 농산물 판매는 아내 몫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아내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남편의 농산물의 강점을 살려 지인과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 대표가 생산한 농산물이 신뢰를 쌓아가면서 소득도 매년 오르고 있다. 아내는 “남편이 생산한 농산물의 신뢰가 생기면서 매출도 늘고 있다”고 했다. 

“인력이 필요하면 ‘도시농부’를 써요” 제천시는 도시사람을 모집해 일손이 필요한 농촌에 보내는 도시농부를 운영하고 있다. 제천의 농부는 누구나 4시간에 6만원의 품삯을 주고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의 도시농부를 구할 수 있다. 한 대표는 1150평의 농사를 나홀로 짓고 있다. 언제든지 인력을 쓸 수 있는 도시농부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귀농생활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잠이 잘오고 잡념이 없어요” 그는 하루 종일 흙을 만지다 집에오면 아무 생각없이 잠에 든다고 했다. 또 사람관계에 신경을 안 쓰니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 항상 몸이 가볍다고 했다. 귀농의 장점은 또 있다. 영농 일정과 하루 농삿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시 회사생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한 대표는 예비귀농인들에게 인사를 잘하라고 조언했다. 귀농생활의 성공여부는 원주민들과의 원만한 관계에 달려있다. 낯선 사람이 시골에 내려와 동네사람을 보고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게 인사다. 한 대표는 귀농성공 조건으로 귀농하기전 철저한 귀농교육을 꼽았다. 귀농 후에 어떤 것을 하면 늦다는 것이다. 귀농 후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사전에 어떤 작물을 재배할 지 등을 미리 알아보는 게 귀농의 첫 단추다. “요즘 귀농교육하는 곳이 많아요. 반드시 귀농 전에 들러야 돼요” 한 대표는 사전 귀농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천=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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