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베트남 마트에 ‘진주산 딸기’…베트남 상류층이 사랑하는 ‘K-농산물’

이문수 기자 2024. 4.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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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베트남 한달살이 AtoZ] (5) 베트남의 농업
쌀부터 커피까지 농산물 향연장
농산물 수출에 사활 건 베트남
후한 대접 받는 한국산 농산물
한국형 스마트팜도 곳곳에서 호평

‘점점 가까워지는 나라’
바로 베트남 이야기다. 베트남은 비행시간이 길지 않고 물가도 저렴하다. 한류 열풍이 여전해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도 우호적이다. 이런 이유로 단기 여행은 물론 한달 이상 장기 체류를 위해 베트남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자 역시 최근 1년새 여행과 취재를 목적으로 여러 차례 베트남을 찾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방문하고 싶은 나라의 문화와 역사, 현지 분위기, 생활상 등을 미리 공부해두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질 터! 2024년 달력을 보며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도전! 베트남 한달살이 A to Z’를 연재한다. 

베트남은 전형적인 농업국가다. 전체 인구의 6할 이상이 농촌에 살고, 벼는 3기작이 될 정도로 기후 환경도 유리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길게 뻗은 국토에다, 고산지대·내륙지대·해안지대 등 다양한 기후가 공존해 여러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이런 베트남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농업, 이른바 ‘K-농업’ 열풍이 분다. 한국산 농산물은 고소득층이 사가는 ‘프리미엄’으로 통하고, 현지 농업기관과 합작해 한국형 스마트팜을 세운 기업도 나타났다. 베트남 농업, 그리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농업 전반을 톺아본다.  

◆농업 수출국으로 비상을 꿈꾸는 베트남=베트남의 면적은 33만2000㎢, 인구는 9940만명(2023년 기준)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보다 약 1.5배, 인구는 1.9배가 될 정도로 내수시장이 크다. 그 가운데 농촌에 사는 인구가 61%를 차지해 전체 산업에서 농업 비중이 상당히 높다. 

무슨 종자를 뿌리든 무럭무럭 자라는 기후 환경도 강점이다. 열대 몬순 기후가 주류를 이루는데 지역에 따라 사바나·아열대·온대 기후를 보이기도 한다. 목저우나 달랏 같은 고지대는 ‘이곳이 동남아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선선한 날씨를 자랑한다. 

다양한 기후가 상존하는 환경 덕에 생산하는 농산물 종류도 폭넓다. 북쪽의 홍강 삼각주에서는 옥수수·콩·카사바가, 서북쪽에는 고구마·땅콩·사탕수수가 잘 자란다. 동남부에선 캐슈너트와 고무, 남부인 메콩강 삼각주에선 벼 재배가 활발하다. 서부 고원엔 커피 주산지가 자리잡았다. 

2022년 베트남 농림어업분야 상품별 상위 수출시장을 나타낸 표. 한국은 베트남의 과일과 채소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 3위에 올랐다.

베트남의 농산업은 전도유망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2년 사이 농림어업시장 규모는 연평균 5.6% 성장해 311억9000만달러에서 468억9000만달러로 급증했다. 

베트남의 농산물은 내수시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베트남 관세총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농림어업 부문 수출액은 285억달러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베트남농업과학원(VAAS)의 부이 꽝 당 국제협력부장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체적으로 농산물 품질이 좋아지면서 ‘베트남산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습니다. 수출 인기 품목으로는 단연 커피가 1등이죠. 그 뒤를 이어 쌀·캐슈너트·고무·카사바 등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렇다면 베트남 농산물을 많이 사들이는 나라는 어디일까. 베트남 관세총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커피는 독일·미국·이탈리아·일본 순으로 많이 사갔다. 과일과 채소류는 중국·미국·한국·태국이 큰손이다. 캐슈너트는 미국·중국·네덜란드·독일이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혔다.  

◆베트남 상류층이 사랑하는 K-농산물=“기자님도 베트남에 와서 딸기 농사 지어보실래요? 이곳 사람들이 워낙 딸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한국인이 생산한 딸기’라고 하면 내놓기가 무섭게 팔릴 겁니다.”

현지에 오랫동안 체류해온 한 한인 사업가가 건넨 말이다. 베트남 하노이의 대형마트를 가보면 한국산 농산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주요 매대마다 한국산 농산물과, 이를 기본으로 한 가공제품이 즐비하다. 입구 앞에는 ‘대한민국 진주산 딸기’라는 배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격은 한팩에 39만9000동(VND)인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만2000원에 육박한다. 현지에서 나는 딸기값이 한팩에 1만원이 채 되질 않으니 가격표를 보자마자 ‘헉!’ 소리가 난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4100달러 수준인데 이렇게 비싼 과일을 누가 사먹는다는 거지?’

국산 과일을 한국에 들여오는 일을 하는 롯데마트 과일팀 이승한 엠디(MD)의 설명을 들으니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류 열풍이 한국산 농산물에까지 영향을 미쳤어요. 한국산이라고 하면 일단 고품질로 인식하거든요. 특히 국산 농산물은 과일 고유의 향이 짙고 색깔이 선명한 데다 과육의 단단함도 매우 뛰어나 중국·미국·호주산보다 경쟁력이 높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대형마트에 있는 배너. 한국 진주에서 생산한 딸기라는 점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샤인머스캣. 원산지란에 ‘충북 영동’이란 지명이 선명하게 써 있다.

하노이나 호찌민 같은 대도시에서는 한국산 딸기·샤인머스캣·사과가 불티나게 팔린다. 샤인머스캣은 국내에서 철저한 선별을 거친 고당도 상품만 들여와 구매력 높은 현지 상류층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첨언이다. 

소비자 응웬 티밍 응우옛씨(29)는 “최근 들어 베트남 마트에 한국산 과일이 많아진 만큼 선택이 폭이 넓어져 만족스럽다”면서 “가격은 비싸지만 맛과 품질은 최고 수준이라 종종 한국산 농산물을 사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때 중국산 농산물이 각광 받았으나 반중 정서에다 식품 안전성 이슈가 계속 터져 그 수요가 한국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세워진 한국형 스마트팜인 ‘엘레팜비나’ 안에서 현지 법인장(왼쪽)과 베트남농업과학원 관계자(오른쪽)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팜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하노이의 ‘엘레팜비나’ 농장에서는 한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술력과 종자로 딸기를 키운다. 이곳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지어졌는데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버팔로 컨소시엄이 수행기관으로 참여했다. 약 1.2㏊ 면적에 연동형 비닐하우스 14동이 어깨를 맞닿으며 늘어서 있고 그 안에는 재배동과 육묘동 외에도 교육장·선별장·기계실·사무실이 들어섰다.

컨소시엄의 한 축인 ‘아페스’의 김진성 대표는 “베트남 곳곳의 인민위원회가 한국형 스마트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속속 접촉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생육공간을 넘어서 빅데이터는 물론 경영관리시스템까지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스마트팜이 호평받는 것이다. 

그는 “날씨가 비교적 선선한 고지대인 달랏·사팟·목저우가 국산 품종을 키울 스마트팜을 세우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면서 “ 앞으로 스마트팜을 필두로 한국 자재·비료·종자 등이 함께 수출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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