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삼체’ 못지 않은 중드 ‘삼체’…중국선 논란

한겨레 2024. 4. 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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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삼체'를 본 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만든 30부작 드라마 '삼체: 문명의 경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삼체는 우주 어딘가 태양이 세개여서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문명이 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미드 '삼체'는 '왕좌의 게임' 제작진의 이름값에 걸맞게 시각특수효과(VFX)를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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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
중국 30부작 드라마 ‘삼체: 문명의 경계’
중국 드라마 ‘삼체: 문명의 경계’. 티빙 제공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삼체’를 본 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고 뇌가 즐거운 드라마였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관은 ‘듄’에 버금가고 인류를 구하려는 비장함은 ‘아마겟돈’이다. 과학과 철학의 담론은 ‘오펜하이머’급이고,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모습은 ‘매트릭스’를 처음 보았을 때만큼 놀랍다. 이 정도 대본이면 ‘외계인’이 쓴 게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류츠신이 쓴 동명의 중국 소설이 원작이다. 류츠신은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 작품으로 공상과학(SF) 문학계의 노벨상인 휴고상을 받았다.

드라마를 보고 호기심이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원작 소설을 구입하고 있다. 또 한가지 선택지가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만든 30부작 드라마 ‘삼체: 문명의 경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삼체’와 달리 소설 내용을 충실하게 따른다. 티빙에서 볼 수 있다.

유명 과학자들이 “물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잇달아 자살한다. 중국 정부 비밀조직은 이 사건이 국제 학술단체 과학의 경계와 관련있다고 의심하고 나노 과학자 왕먀오에게 잠입 수사를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그가 형사 스창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미드에서는 이른바 ‘옥스퍼드 5인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중드에서는 그 역할을 스창이 한다고 보면 된다.

이상한 사건은 1966년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분노했던 과학자가 미지의 존재 삼체에 메시지를 보낸 데서 시작됐다. 삼체는 물리학의 오랜 난제다. 떨어져 있는 두 물체는 중력을 계산하고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물체가 세개가 되면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첨단과학의 시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다니 놀랍다. 드라마에서 삼체는 우주 어딘가 태양이 세개여서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문명이 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중드 ‘삼체: 문명의 경계’. 티빙 제공
중드 ‘삼체: 문명의 경계’. 티빙 제공

미드 ‘삼체’는 ‘왕좌의 게임’ 제작진의 이름값에 걸맞게 시각특수효과(VFX)를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중드도 못지않다. 색감을 살린 미장센과 물리학 법칙의 붕괴,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장면이 넷플릭스에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펼쳐진다. 가상현실 게임 속 삼체 세상도 잘 구현됐다.

미드 1회 첫 장면에 등장해 임팩트를 줬던 문화대혁명과 관련해서는 뒷부분에 잠깐 언급된다. 이 장면으로 중국 사람들은 양가적인 감정에 빠져 있다. 중국 소설이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어두운 과거가 표현된 점에는 분노한다. 개인적으로는 유물론에 기반을 둔 지배 이념이 권력을 신격화하는 모습이 섬뜩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의 목표는 “구세계를 부수고 신세계를 이룩하자”였다. 이 드라마에서 광기를 보여주는 집단의 목표 역시 홍위병의 구호와 같다.

‘삼체’는 우리에게 많은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설명되지 못한 과학은 신의 영역인가, 유한한 존재인 우리에게 미래란 어떤 의미인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은 어디까지 희생될 수 있을까 등. 응용 물리학, 양자 컴퓨팅, 빅뱅 이론, 카오스 이론 등 과학 이론들도 딱 적당한 정도로 설명되어 있다. 쇼트폼이 대세이고 순간의 도파민을 추구하는 시대에 이런 거대한 작품이 중국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력한 위협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포기하는 사람, 위협 자체를 숭배하는 사람, 그리고 0%의 가능성이지만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즌2가 몹시 마렵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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