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40대인데"...'위기의 기린아' 이준석, 2030의 엇갈리는 시선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운명이 2030의 손에 달렸다. 진보가 우세한 4050세대, 보수로 편향된 60대 이상과 달리 청년층은 어느 한 쪽으로도 크게 기울지 않았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스윙보터' 2030세대는 이번 4.10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2년 전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표로서 2030세대를 활용한 '세대포위' 전략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그다. '안티페미'(반 여성주의)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청년세대가 그 때만큼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을 창당, 홀로서기에 나선 이후 그가 거둔 정치적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단 평이다. 본인이 출마한 경기도 화성을에선 정치 신인인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맹추격 중이지만 여전히 밀리고, 그가 이끄는 개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은 조국혁신당에 한참 못 미치는 상태다.
구민지씨(23·여)는 "젊은 꼰대 같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여당 대표가 되고 나서 자꾸 불협화음을 내는 걸 보고 신뢰를 상실하게 됐다.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했다.
전민우씨(32)는 "잘 모르고 관심 없다. 하버드대 나오고 엘리트 중 엘리트인 이준석이 진짜 국민을 대표할 수 있나 싶긴 하다"며 "인지도를 더 높이려면 실제 당선됐을 때 서민들 마음, 다수 노인들의 마음도 대변할 수 있단 걸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반면 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단 평가도 많다. 박철우씨(28)는 "어떤 정치인이든 특정 세대를 완전히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청년세대가 무시당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확실히 지적해준 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에서의 행보엔 "양당 구도를 깰 만한 확실한 아젠다를 못 가져오고 있다. 이준석의 장점을 못 살린다고 느끼는데 신당의 한계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도훈씨(27)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자신의 팬층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할 줄 아는 논리적인 사람"이라며 "그 정신이 끝까지 지속되길 바랬지만 그러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몸집 키우려고 대척점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낙연)이랑 억지 웃음을 지으며 (새로운미래와) 합당을 해서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거대양당 간 양극화 구도의 선거라 모든 게 정당 논리로 가고 있다. 모든 선거가 정권심판론이냐, 야당 견제론이냐로 가는데 개인 역량을 발휘할 공간이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향이자 계속 활동했던 (서울) 노원을 두고 왜 화성에 갔는지가 이해 안 된다. 화성 평균연령이 34.7세라는데 다른 말로 민주당 지지하는 40대가 많단 뜻으로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년 전 대선 땐 2030에게 이준석이라는 정치의 중심축이 있었고 그가 2030의 힘을 어떻게 쓸지 전략도 제시를 했다"며 "지금은 이준석이 그 역할을 못 한다. 세대포위론으로 연대했던 세력과 대척점에 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상태에서는 2030이 전략적으로 자기의 힘을 투사할 전략적 로드맵이 안 나오니 이번 선거를 관망하며 분산된 상태로 지켜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전략 차질이 일부 2030의 무당층화에 영향을 미쳤단 것이다.
홍 소장은 개혁신당이 조국혁신당 만큼의 지지율을 얻지 못하는 데 대해 "힘을 실어줘서 의석 수가 10석 정도 나오면 (개혁신당에 투표하러) 가겠지만 해봤자 5석 정도 나올 것 같아서"라며 "주류가 안 되면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뭉칠 의욕이 덜 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이준석은 정확히는 셀럽(유명인)이다. 셀럽이 거대양당 한쪽에 있을 땐 일부 지지층을 끌어오는 플러스 알파 효과, 시너지를 낸다"며 "그래서 이대남(20대 남성)을 데려와 스타가 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근데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초반에 지지율이 9%까지 올랐을 때 지금 조국 대표가 하듯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바람몰이, 공중전을 했어야 하는데 동탄(화성을)에 매몰돼 지상전을 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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