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무효표 찍고 올까"…'청년 홀대' 총선에 토라진 2030

한정수 기자, 박소연 기자, 차현아 기자, 이병권 기자 2024. 4.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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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총선 캐스팅보터' 2030 표심③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운명이 2030의 손에 달렸다. 진보가 우세한 4050세대, 보수로 편향된 60대 이상과 달리 청년층은 어느 한 쪽으로도 크게 기울지 않았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스윙보터' 2030세대는 이번 4.10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각각 서울과 인천에서 주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2024.3.30/사진=뉴스1
"얼어붙은 취업 시장, 낮은 연봉 상승률, 힘들어지는 내집 마련,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 현재 2030 청년들 앞에 산재한 문제들 중에 양당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사안이 없지 않나요?"

이번 4·10 총선을 바라보는 직장인 윤수민씨(여·27·이하 가명)의 평가다. 그는 "어느 정당을 뽑든, 누구를 뽑든 청년들이 처한 힘든 현실은 변하지 않는데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나는 원래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았는데 점차 무관심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썩 좋지 않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030세대 남녀 16명을 심층인터뷰한 결과, 총선 투표 의향은 있지만 마음 둘 곳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투표장에 가 무효표를 찍고 오겠단 이들도 2명 있었다.

사전 투표 첫날인 5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각 이화여대 앞 신촌과 대전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막바지 2030 표심 공략에 나섰다. 아직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은 무당층이 2030세대에 특히 많아서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도 청년들은 선거 공약, 인물(공천), 아젠다 등의 측면을 볼 때 자신들이 소외됐다고 느낀다고 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주요 청년공약/그래픽=이지혜

정당별로 청년 공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청년들을 위해 △청년 기준 상한을 39세로 상향해 지원 대상을 늘리고 △도심철도 지하화와 구도심 재개발을 통해 청년 주택을 공급하고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대출 소득요건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공건물과 폐교를 활용해 월 20만원대 대학기숙사 5만호를 공급하고 △월 3만원대 교통권 '청년패스'를 도입하고 △취업단계별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청년 공약을 내놨다. 이 밖에 양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마련했다.

조국혁신당은 토익(TOEIC) 등 어학시험 유효기간 5년 연장을 민간기업 채용에까지 확대하고 한국사능력시험 등 자격증 시험 유효기간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직장인 김도훈씨(27)는 "총선 공보물이 와서 살펴보니 자세히 읽어봐야 겨우 청년 정책이 얼마나 있고 뭐가 있는지 알겠더라"며 "선거 운동을 하면서 주로 장년층이나 노년층에 초점이 집중되고 청년들을 위한 공약 등이 노출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30 세대가 말하는 각 당이 청년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그래픽=윤선정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이번 선거는 공천이든 정책에서든 '청년이 실종된 선거"라며 "양당이 그저 퍼주기식으로 그저 서로 비슷비슷한 선심성 공약들을 쏟아내는데 고민이 얕고 철학의 빈곤을 보여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보수당은 반공 문제를 계속 내세우면서 최근에는 86 운동권 청산까지 갔고, 진보당은 친일 청산이나 검찰 독재만 외치는데 청년들 입장에서는 관심이 없는 주제"라며 "양당 중에 진짜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부동산 격차, 결혼과 출산 문제에서 어젠다를 제시하거나 선점하는 당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공약 잘못 내놨다가 견인(지지층 증가) 효과보다 배출(감소)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들은 성별로도 예민해서 타깃을 명확히 두기보다 두루뭉술하게 내놓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 정책이 정당 입장에서 표를 얻기에 '가성비'가 떨어진단 뜻이다.

일단 청년 유권자가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총선 2030 청년층 유권자(18~39세)의 비율은 전체의 30.7%로 4년 전 총선(34%)에 비해 3.3%p(포인트) 감소했다. 청년층 인구의 절대 규모도 1494만여명에서 1357만여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60대 이상 선거인 수가 1411만여명(31.9%)으로, 사상 처음 2030 세대를 앞질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과거엔 2030 세대가 50~60%에 육박해서 이들이 으쌰으쌰 하면 정치판이 뒤집혔다"며 "일단 숫자가 어느 정도 돼야 정치세력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30 세대는 여전히 캐스팅보터로서 중요하다. 홍 소장은 "60대 이상은 4050대보다 훨씬 수가 적은데 국민의힘이 2030(정치인)을 싸가지 없다며 쫓아낸 것은 전략적으로 가장 큰 실수"라고 했다.

가뜩이나 정치권에 청년이 적은데 국회의원 후보에서마저 청년 비중이 줄었다. 청년이 양당은 이번 총선을 앞둔 공천 과정에서 개혁과 쇄신을 강조했지만 2030 청년층 후보 비율은 오히려 지난 총선에 비해 감소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지역구에 출마하는 총 686명의 후보들 중 20대 후보자는 4명, 30대 후보자는 33명이다. 2030 청년층 비율은 5.4%로 지난 총선(6.1%)에 비해 하락했다.

궁극적으로는 2030세대가 진짜로 바라는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낼 청년 정치인들을 길러내야 한단 지적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청년 정치인의)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야 한다. 임계값(critical mass)이란 말이 있지 않나"라며 "정당별로 청년 정치인이 20명 정도씩은 있어야 두 세력이 뭉쳐서 지도부 눈치도 덜 보고 뭔가 할 공간이 생기지, 지금처럼 두 세명씩 있으면 세력화가 어렵다"라고 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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